[뉴스워치= 칼럼] 지난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일시 휴전 7일 만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재개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았을 때 하마스는 무모했고 이스라엘은 강경일변도이며 희생을 당하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이다. 양측의 민간인들은 폭력의 가장 큰 피해를 보며 파괴, 이주, 손실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어린이, 가족, 지역사회 전체가 끝이 없을 것 같은 두려움과 고통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창세기 10장 14절은 ‘바드루심과 가슬루힘과 갑도림을 낳았습니다(블레셋 사람들은 가슬루힘의 후손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블레셋은 팔레스타인을 말한다. 또한 같은 창세기 10장 18절은 ‘아르왓과 스말과 하맛을 낳았습니다. 가나안 자손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라고 하고 있는데 여기서 하맛은 하마스를 뜻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의 관계는 창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스라엘의 건국을 주도한 세력은 19세기 서구세속주의 민족 이념에 영향을 받은 유대 민족주의 집단이었다. 그들은 홀로코스트 같은 유대인 대학살과 폭력으로부터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나라를 세웠고 그 땅에서 평화롭게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의 터전을 잃었다. 지난 70여년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그리고 하마스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전쟁은 종교분쟁을 명문화한 민족 간 영토와 권력 분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번 전쟁도 그러하다.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행동 이유로 이스라엘은 안보 문제와 로켓 공격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점령에 저항하고 자결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폭력과 보복의 순환은 이 분쟁의 지속적인 특징이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끝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고리를 영속시켰다. 지금의 상황은 뿌리 깊은 역사적, 정치적,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인해 신중한 고려가 요구되는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국제사회가 개입하여 관련 당사자들 간 의미 있는 대화를 촉진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제기구, 특히 유엔의 역할은 대화를 촉진하고 인권 보호를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지원, 재건 노력,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분쟁을 부채질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분쟁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불만을 해결하며 두 국가 문제의 해결책을 향한 실행 가능한 길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의 권리와 열망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역사적 불의를 인정하고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며 상호 공존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포함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쟁으로 인한 비극적인 인적 피해를 인정하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은 폭력 사태의 가장 큰 피해를 보았으며 사상자, 파괴, 난민에 대한 보고는 군사적 행동의 결과에 대한 암울한 그림을 그려냈다. 지정학적 복잡성과 관계없이 무고한 생명이 사라지고 집이 파괴되고 지역사회가 붕괴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비극이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과 재건 노력은 분쟁 속에 갇힌 무고한 민간인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식량, 물,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필수품에 대한 접근은 지역의 복지와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

국제사회는 이 갈등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모든 국가는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갖지만 지속적인 해결책은 군사적 대응을 넘어서야 한다. 대화와 외교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며, 세계 지도자들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의미 있는 협상에 참여하도록 양측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또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이해, 관용, 공존을 촉진하는 풀뿌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교육기관, 개인은 대화를 촉진하고 정치적, 역사적 격차를 초월하는 이해의 다리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중동의 상황은 암울하기 짝이 없지만 국제사회가 해왔던 그간의 오랜 분쟁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평가할 기회이기도 하다. 평화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정의에 대한 헌신, 어려운 대화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의지,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총격전을 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종식할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의 마련이 절실하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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