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협력체로 지정학 갈등·경제블록화 대처…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협력 강조
워싱턴D.C.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참석 예정…美 정·재계 인사와 교류
윤석열 대통령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 가능성 높아…복합위기 대응 위한 광폭 행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사진=SK그룹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재계 맏형인 최태원(63)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고배를 마신 후 첫 행보로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인 ‘도쿄포럼 2023’에 참석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퍼팩트스톰(Perfect Storm)’ 복합위기 시대를 맞아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타개책(打開策)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아 약 20개월 동안 활약했으며 지난달부터 국제박람회기구(BIE·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 현지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을 마련하고 휴일도 없이 각국 관계자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부터 약 70만㎞, 지구 17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동하며 유치 활동을 펼쳤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직접 방문했거나 면담한 나라는 180여개국으로, 이들 국가의 고위급 인사와 개별적으로 면담한 횟수는 1100회로 추산됐다.

또 최 회장은 지난 6월 테니스를 치다가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후 ‘깁스 투혼’까지 펼피며 유치전에 사력을 다했다. 최 회장의 목발 투혼과 이코노미석 탑승 등은 이번 유치 활동에서 재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 됐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일까지 프랑스 파리 현장을 지킨 최 회장은 아쉽게 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후 지난 3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에 기내 밖 풍경을 찍은 사진과 함께 “긴 여정을 마쳤다”며 “응원해 주신 분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적었다. 이어 “같이 뛰었던 코리아 원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유치전 실패 후 최 회장은 ‘도쿄포럼’을 통해 공식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 11월 30일부터 이틀 동안 ‘도쿄포럼’에 참석한 최 회장은 “단일 세계 시장은 거의 끝났다”며 지정학적 갈등과 분열이 불러온 글로벌 경제블록화 현상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한 대응책의 하나로 한일 경제협력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대 야스다(安田) 강당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 환영사와 특별연설을 통해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이제 단일 글로벌 시장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한일 경제연합체를 구성해 글로벌 분열 위기 상황을 돌파하자”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사진=SK그룹

최근 세계적 흐름의 하나로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분열 현상을 지목한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경제연합체를 구성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룰 테이커(rule taker)에서 룰 세터(rule setter)로 전환해 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약 7조 달러 규모”라며 “한일 경제연합체는 양국의 미래 발전을 위한 강력한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LNG, 스타트업 플랫폼 등 새로 시작할 잠재 영역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인구와 대(對) 중국 수출, 투자 감소 등에 직면한 한일 양국이 성장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더욱 공격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며 한일 경제연합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의 한일 경제공동체 제안의 배경에는 최근 강화되는 한일 관계 속에 일본과의 공동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 플랜을 짜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도쿄포럼’ 이후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TPD는 한미일 3국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태평양 지역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최 회장이 TPD를 전후로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의 교류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12∼13일)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동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르면 오는 7일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이 2016년 에후 7년 만에 ‘서든데스’를 다시 언급한 만큼 올해 인사는 예년보다 변화폭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최근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는데에는 글로벌 경영 위기 상황을 대응하기 위한 의중이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다음 주에 있을 CEO 인사를 통해 향후 그룹의 진로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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