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활동 기간 새로운 먹거리 시장 개척…175국 고위급 3000명 만나
최태원 회장 ‘목발 투혼’, 이재용·정의선·구광모·신동빈 회장 등 대기업 총수 동참
글로벌 新시장 발굴 및 사업 강화 한국경제 큰 수확…글로벌 ‘친한 영토’ 확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막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추격하며 역전극에 도전했지만 결국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엑스포 유치 불발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유치 활동 기간 동안 한국경제에 소중한 비즈니스 플랫폼 및 글로벌 네트워크 협력 강화라는 자산을 얻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8일 오후, 한국시간으로 29일 새벽에 프랑스 파리에서 제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총회가 열린 가운데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획득해 119표를 쓸어담은 1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3위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고 기권표는 없었다.

이에 따라 투표 회원국 중 3분의 2인 110표 이상을 획득한 리야드가 2030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결과 발표 후 “민관이 하나되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하고 염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국민 여러분과 부산 시민들께 기쁜 소식을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035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 다시 도전할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의 땀과 눈물과 노력과 열정을 기억하고 도전하는 한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가 프레스센터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1차 투표 결과 사우디 119표, 한국 29표, 로마 17표로 한국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가 프레스센터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1차 투표 결과 사우디 119표, 한국 29표, 로마 17표로 한국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은 중앙과 지방 정부, 민간이 함께 500여일간 지구 49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동하고, 투표 직전까지도 분초를 쪼개 BIE 대표 국가들을 상대로 총력 유치전을 벌였다. 하지만 사우디의 ‘오일머니’ 장벽을 끝내 뚫지 못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스코어 상으로는 참패에 가깝게 밀리며 개최지가 되지 못했지만 재계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다. 특히 유치전 후발주자로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한 경쟁이었지만 국내 기업들이 원팀을 구성해 지난 1년 7개월간 유치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을 개척한 점은 향후 한국경제에는 큰 수확거리라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도 동참해 BIE 주요국을 돌면서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국가들을 전담해 유치 활동을 펼쳤다. 또 파리 시내 곳곳에 버스와 택시 광고판을 통해 부산 엑스포를 적극 홍보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민간 외교관으로 뛰면서 유치 활동을 펼쳐 그룹 내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위해 신사업 개척에 필요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12개 주요 기업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지구를 197바퀴 돌며 총 175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났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총 1645회에 달한다. 이중 절반에 주요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급이 직접 참여했다. 특히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이 전체 교섭 활동의 89.6%를 차지했다.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민간 유치위원장인 최태원 회장의 목발 투혼과 이코노미석 탑승 등은 이번 유치 활동에서 재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 됐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SK그룹 회장 등 ‘1인 3역’을 한 최 회장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과 스위스 다보스포럼, 파리 등에서 주요 엑스포 관계자들을 만났다. 또 유럽 주요국을 돌며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삼성그룹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 모두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중남미와 유럽 곳곳을 돌며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등도 세계 여러 국가를 방문해 부산을 알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전담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태스크포스팀(TFT·Task Force Team)을 구성할 정도로 큰 노력을 쏟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이나 G20 정상회의 BIE 총회 기간에도 빠지지 않고 부산세계박람회 로고와 홍보 문구를 랩핑한 차량으로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 세계를 누볐다. 구 회장은 지난해 폴란드 총리를 직접 예방하고 부산 엑스포를 알렸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은 파리에서 열린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국경일에 참석해 BIE 회원국 대사 70여명을 만나 지지를 요청했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외교부장관 특사 자격으로 아프리카까지 가서 지지를 당부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발표를 위해 연단에 오르며 전 발표자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발표를 위해 연단에 오르며 전 발표자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설립한 민간외교 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특히 신 회장은 일본 내 인맥을 풀 가동하면서 일본이 투표를 며칠 앞두고 부산 엑스포를 공개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데 힘을 보탰다.

이외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도 부산 홍보전에 동참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9일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논평했다.

이어 “각 나라는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며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등 의미 있는 성과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1년 늦게 유치 활동을 시작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실패가 아닌 또 다른 기회의 장을 만들었다고 보여진다”며 “재계에서 유치 활동을 위해 누빈 세계 곳곳이 ‘친한(親韓) 영토’로 바뀌어 또 다른 대한민국의 네트워크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이는 한국경제에 소중한 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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