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금리 5%대 돌파, 8개월만에 최고치…금리 인하 가능성 낮아
은행권 대출 조이기 본격화…2021년 말 총량규제 재현 되나 촉각

한국은행의 '2023년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발표에 따르면 시중은행 평균 가계대출금리는 연 5.0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2023년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발표에 따르면 시중은행 평균 가계대출금리는 연 5.0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5%대를 돌파하며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시중은행 평균 가계대출금리는 연 5.04%로 전달인 9월에 비해 0.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가계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지난 2월(5.22%) 이후 8개월 만이며, 지난 7월 4.80%로 저점을 찍은 후 3개월 내내 상승 중이다. 시중은행 평균 가계대출 금리 상승 폭 역시 8월 0.03%포인트, 9월 0.07%포인트, 10월 0.14%포인트 등으로 확대됐다.

은행 평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4.56%로 전월에 비해 0.21% 급등했다. 주담대 금리는 5월(4.21%) 이후 5개월째 오르는 모양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승폭이 0.23%포인트로 변동형 0.13%포인트 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두 상품 간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고정형 주담대 비율은 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0.22%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0.10%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모두 더한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5.24%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은행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지표금리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미국 국채금리 10년물 금리 상승 여파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요인들에 변화가 있다 해도 가계대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기준금리가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3분기에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이고 경제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4·5·7·8·10월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는데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30일에도 3.50%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시장이 불안 상태이며 가계부채 잠재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지만 미국과 금리차 최대폭인 2.0%포인트 등을 고려하더라도 금리 하락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적어도 내년 3분기는 돼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년 채권·크레딧시장 전망 관련 포럼에서 "물가 경로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 시점은 미 연준이 3분기에, 한국은행이 일러야 3분기라고 생각한다"며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금리가 한번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금리 인하를 전망하면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경기 둔화와 기업실적 회복 지연, PF 대출 부실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과 수익성 저하,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한계기업 증가로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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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이 일부 대출 상품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 자체를 중단하는 등 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는 점도 차주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가계대출 금리가 오른 데다 대출 창구까지 좁아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금까지 다주택자가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주담대를 신청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한만 넘지 않으면 별도 한도를 두지 않았지만 다음달 1일부터는 최대 2억원까지만 빌려주기로 했다. 

이에 더해 연립·빌라·다세대 대상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플러스모기지론)과 주거용 오피스텔 대상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TOPS부동산대출)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MCI·MCG 등은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 받을 수 있다. 보험 연계 주담대 상품을 중단함으로써 대출액 한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지역에 따라서는 2500만~5500만원 정도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주담대 및 전세자금 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우리은행도 이전까지 한도가 없었던 주담대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대출액을 최대 2억원으로 제한했다. 다만 세대원을 포함한 2주택 이상 보유 차주 단위로 적용되며, 전세자금 반환 목적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 등의 MCI·MCG 가입을 막고, 전세자금 대출 취급 기준도 바꿨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방편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의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집단대출 승인 사업지를 포함한 신규 분양 물건의 소유권 보전 또는 이전 등의 조건으로 대출은 불가능해졌다. 또 전세권, 가압류 등 권리 침해 말소 조건을 포함한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 또는 감액,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의 대출 취급도 제한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 추이로 볼 때 다른 은행들 역시 대출 취급 요건 등을 조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했던 2021년 하반기에 규제가 진행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17개 은행장들과 만난 가운데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노력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 적정 규모에 대한 고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21년 하반기처럼 대출 총량규제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시에도 MCI·MCG 대출을 먼저 중단한 뒤 다른 상품으로 규제를 확대한 뒤 총량 규제로 가계대출을 중단했다. 현재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관리에 나선 양상이 과거 총량규제 도입 초기 행태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한편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금리를 인하해 보려는 차주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출 관련 사이트 및 커뮤니티에서는 대출 금리 적용 시점을 따지거나 금리요구인하권을 신청하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대출금리 적용 시점은 대출 연장에 유효하다. 대출 연장시 연장 실행일에 금리를 적용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대출만기일에 변경된 금리를 적용하는 은행도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에서 대출 연장시 변경금리 적용 시점을 잘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인하요구권도 대출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제도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신용조건 향상 등의 이유로 은행 및 카드사에 자신의 대출금리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뜻한다. 법인·개인사업자 등도 해당한다. 다만 대출상품이 신용 상태별로 금리에 차등을 두는 상품일 때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가능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핀테크 앱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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