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방분리발주 제고·실거주의무제 폐지·부동산PF 안정화 나서야

서울시 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 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부족 우려 속에 대규모 신규 공공택지 분양 등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건설·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8일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 주택공급을 활성화하려면 건설·부동산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 있을 만큼의 사업성을 담보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원청업체의 시공권 및 책임시공 강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등 각종 제도 정비와 지원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문은 분리발주 의무화 추진이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사업자가 시공사와 계약을 맺으면 시공사가 설계, 감리, 소방 등 각 부문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지역주택조합사업과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를 담은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이 고시안에 따르면 내년 재개발·재건축 사업조합은 소방공사를 시공사와 별개로 발주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소방공사 분리발주 제도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과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서 소방공사 분리발주가 의무화되면 공정 간 간섭, 공기 지연이 우려된다”며 “이는 책임소재 불명확으로 인한 부실시공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은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의무의 범위에는 소방, 설계, 감리 등까지 모두 해당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소방공사를 포함해 일부 사업군이 분리발주된다면 책임준공 의무를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실거주 의무 제도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사실상 무산된 것도 주택시장의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거주 의무제도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입주일로부터 2~5년 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제도다.

이 기간 중 집을 매매하면 1000만원, 전세를 주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며 실거주가 어려울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매각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초 이 제도 폐지를 공언한 바 있다. 이후 분양가상한제 주택이 부동산 시장의 핫이슈로 부각됐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제도 폐지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 때문에 실거주 의무제도 폐지를 믿고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구매한 많은 사람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제도 폐지를 전제로 분양 후 세입자를 통해 잔금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던 당첨자들도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제도 폐지는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에 내세운 약속”이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고 이는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향후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정책으로 부동산 PF 안정을 꼽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겪었던 중소 건설사 줄도산 등 많은 고통의 원인도 결국 부동산 PF 불안정 때문”이라며 “부동산 PF 문제는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현안이기도 하지만 건설업계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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