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금감원장, 지주 회장 이어 은행장과 간담회
상생금융 및 가계부채 문제,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 논의

2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및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17개 은행장들이 모여 상생금융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및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17개 은행장들이 모여 상생금융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당국이 속도감 있는 상생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지 일주일 만에 은행장들과 만난 빠른 상생금융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가계부채를 적정규모로 관리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최고경영자(CEO)들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2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국내 17개 은행의 수장들이 모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함께였다. 지난 20일 가진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 이어 진행하는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일환이다.

취지가 취지인 만큼 이날 화두는 단연 상생금융이었다. 김 위원장은 상생금융의 조속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구체적인 규모나 지원 방안에 있어 지주사 간담회 때와 비교해 더 진전된 부분은 없었다. 그러나 대출 규모와 은행별 지원 방안 등이 이미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 위원장은 "은행들이 대상 대출 규모가 얼마나 되고 상황이 어떤지가 거의 마무리됐을 거 같고 이를 바탕으로 태스크포스(TF)가 은행연합회, 정부 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 말했다.

17개 은행들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대출 현황을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세부계획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며, 정부에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관계부처‧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지난 22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은행별 방안에 앞서 이날 중점적으로 언급된 것은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및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 등이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환대출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은행을 쓰는 분들에 대해서 이자소득을 많이 냈으니 지원한다고 하는데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어려운 곳이 많다"며 "대환대출을 조금 더 규모의 대상을 넓힌다든가 지원 폭을 넓힌다든가 이런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면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소상공인 대환대출의 경우 코로나19를 거치며 연 7% 이상 금리로 대출받은 자영업자가 최대 연 5.5%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소상공인들은 기존 대출금리에 비해 연간 약 5%포인트 정도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추후 발표될 상생금융에는 이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방안들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권으로서는 2조원대 규모인 상생금융안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 버거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횡재세가 도입될 경우 이를 기준으로 은행권에 부과되는 금액수준이 2조원대라는 점에서 이번 상생금융 액수도 2조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만 대상으로 해서는 2조원대 규모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중저신용자 자금공급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으니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도 은행별 상황에 맞게 소홀함 없이 이뤄지도록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

실제 중저신용자들이 갈 만한 창구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문턱을 높이면서 중저신용자가 대출받기 힘든 상황이 됐고,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카드사 등 2금융권 대출금리가 크게 뛰고 연체율까지 높아지면서 취약 차주의 급전 창구 문은 더욱 좁아졌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웠던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로 활용됐던 대부업 역시 조달금리 상승과 극심한 영업규제로 인해 문을 닫고 있어 중저 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개 은행장들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27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17개 은행장들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27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당부한 것은 이 같은 상생금융안들을 마련해 추진하는 가운데 가계부채를 관리해달라는 것이다. 자칫 금리인하나 자금 공급 확대 등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아직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상황은 아니지만,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부채상환을 위한 가계의 소득 창출 능력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는 과도한 가계부채는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노력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 적정규모에 대한 고민도 해주시기 바란다"며 "가계부채 관리와 취약층 지원 간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를 빚으로 버텨온 분들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덜어드림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은행 고객 기반을 보호하고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한 지원과 혜택이 이어질 상생금융과 동시에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2조원대 상생금융 규모로 보자면 자영업자·소상공인 외에 서민 취약계층까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이 경우 이자부담 경감 등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가계부채 억제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리인상과 엄격한 조건인데 상생금융을 추진하게 되면 이와 반대되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실제 가계부채는 각종 지원책이나 금리인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가계부채가 폭증한 배경이 정부의 대출지원정책 때문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이달 주택담보대출 급증 수치만 보더라도 각종 지원 및 혜택이 부채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채 금리인하와 당국의 상생금융 확대 주문 등 영향에 주담대 금리가 하단 4%에서 3%대로 떨어지자 그간 관망세였던 잠재수요가 빠르게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4일 기준 524조6207억원이다. 이는 지난달 말보다 3조3943억원 불어난 수치다. 24일부터 월말 계수까지 일주일 여 기간을 감안하면 영끌이 폭증했던 2020~2021년 당시의 월간 4조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이복현 금감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주문한 세번째 주요 사항은 다름아닌 바람직한 내부통제와 이를 통한 은행권 신뢰 상승이다. 지난 21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검토소위원회를 통과한 데 따른 당부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은행이 소비자 이익을 희생해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경영진이 명심하고, 전 직원과 공유토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제도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를 실천하는 CEO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법 시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가 되도록 여러분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통제 실패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위가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음에도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실패의 단적인 예로 꼽힌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 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부조직문화 개선에 힘썼지만 올해 6월 9000만원대 시재금을 횡령한 직원이 또 나왔다. 최근에는 고객 공과금 5000만원을 횡령하던 직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내년 3분기 만기인 장기 주가연계증권, ELS 상품을 팔면서 큰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헤지 기능을 설정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내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 외에 경남은행 PF 담당 부장의 1387억원 횡령, 대구은행 1662건 불법계좌 개설, 허위비용 발생으로 2억3400만원을 횡령한 우리금융저축은행,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66억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KB국민은행 직원들 등 올해 유독 사건사고가 잦았던 만큼 내부통제에 힘써달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당부다.

시중은행이 판매했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파생상품의 무더기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를 꼬집듯 김 위원장은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다만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따른 CEO 제재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는 은행 신뢰도 및 효율성 면에서 필요한 조치이지만 내부통제를 강화해도 개인 일탈을 100%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책임을 경영진에 묻는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인해 엄격한 절차에 영업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만 법 개정에 속도가 붙는 만큼 대부분의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경우 은행 신뢰도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가 은행 산업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며 "은행 임직원의 정직성을 믿을 수 있고 국민이 어려울 때 같이 옆에 있어 주는 조직이라는 인식, 첨단기술로 혁신해 나가는 스마트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은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7일 은행연합회장에 확정된 만큼 조 전 회장이 다음달 1일 취임한 뒤 은행별 상생금융 방안과 비중 등 구체적 조율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생금융과 관련해 은행연합회는 28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상생금융안 마련을 협의 중에 있으나 대상 확대 여부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은행연합회는 조만간 은행권 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금감원은 이번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보험업계를 비롯해 금투·여전‧저축‧상호 등 다른 금융업권과도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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