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장래 희망 직업이 없다는 학생이 초등학생 20.7%, 중학생 41%, 고등학생 25.5%에 달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희망 직업이 없다는 비중이 2018년 이후 매년 상승하며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고 한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올해 6월 5일부터 7월 18일까지 초·중·고 1200개교의 학생(2만3300명)·학부모(1만2202명)·교원(2800명) 대상 ‘2023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 결과 일부이다.

일반적으로 확실성과 잘 정의된 경로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그래서 어떤 이름을 붙이고 정의하기 위해 서두르는 세상에서, 이러한 결과는 금방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끊임없는 연계망과 정보의 과부하 시대에 개인, 특히 학생은 자신의 삶에 대한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 그리고 직업을 선택하고,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때로는 압도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설문에 응답한 학생의 반응은 특정 연령에 따라 인생 전체가 계획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진로 계획과 목표 설정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반응은 많은 사람에게 호기심과 놀라움을 불러일으켰고 댓글을 보니 지나친 입시 경쟁에 내몰리어 오로지 성적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교육 상황이 빚어낸 부작용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희망 직업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순위가 ‘내 강점과 약점을 몰라서’였다고 한다. 미리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는 것은 무관심의 표시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 성장과 자기 발견의 복잡성에 대한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생의 반응은 우유부단함이나 야망의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었다.

학업 영역에서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장래 계획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대학 전공을 선택하고, 진로를 계획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응답한 학생들의 솔직한 고백은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자신의 삶을 깔끔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불확실성이 적었던 시대에 가졌던 구닥다리 환상을 깨뜨렸다.

구불구불한 강물처럼 인생도 항상 곧고 예측 가능한 길을 따르지는 않는다. 자신의 열망과 미래를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열정이나 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의 삶의 여정에 내재한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우리가 열정과 관심의 미지 영역을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허용할 때 일어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교육 시스템은 전문화와 초기 경력 계획을 장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많은 성공적인 개인이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길을 택해 왔다.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라는 압력에 저항함으로써 이번 조사에 응한 학생은 오히려 보다 진실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위한 길을 닦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자기 발견의 여정은 엄격한 시간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부적절함과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시대의 학생은 불확실성을 대담하게 인정함으로써 보다 진실하고 만족스러운 교육 경험을 위한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이는 엄격한 계획보다 탐구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교실을 넘어 세계는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내일의 일자리와 산업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불확실성에 적응하고 포용하는 능력은 귀중한 기술이 된다. 학생의 솔직한 답변은 열정과 관심을 추구하는 대상이 목적지가 아닌 여정 자체임을 일깨워 준다.

더욱이 이 학생들은 알려지지 않은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진정성에 대한 선례를 세웠다. 미리 정의된 경력 기대치를 준수하라는 사회적 압력은 창의성을 억누르고 개인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답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아마도 가장 심오한 지혜는 답이 없을 때 이를 인정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의 삶의 길은 비록 불확실하지만, 잠재력이 풍부하고 탐험에 적합하며 미리 결정된 경로의 제약으로 인한 부담이 없다. 따라서 다음에 누군가가 미래 포부에 대해 물을 때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미소를 지으며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가장 특별한 모험은 미지의 광대한 세계를 단순히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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