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 순이익 16조원대…실적 부각해 ‘상생금융’ 압박
수익성 악화일로에 산업 위상도 하락…“금융산업 활성화로 눈 돌려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16조5328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진=각 사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16조5328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진=각 사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역대급 실적' '이자 장사' '성과급 잔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종노릇한다' '갑질한다'.

올해 초부터 1년 여 간 은행들이 들어온 말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횡재세' '상생금융' 등 압박을 끌어낼 정도의 수치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돈을 쓸어담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눈앞에 드러난 이익의 규모는 역대 최고지만 수익성을 보면 오히려 악화된 수준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16조532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15조8506억원보다 6823억원 늘어 4.3% 증가세를 보였다. 또다시 최대치를 쓴 셈이지만 수익증가율은 지난해보다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2021년 14조5429억원보다 1조3077억원 늘어나 8.9% 증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증가율에 비하면 올해 실적이 반토막 난 셈이다. 

증권사들이 예측한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도 KB금융을 제외하면 힘겹게 올라선 상황이다. 증권사 전망에 따른 KB금융의 올해 순이익은 5조31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6% 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4조757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5% 늘어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올해 약진한 하나금융도 3조730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적이 저조했던 우리금융은 지난해보다 9.4% 감소한 3조1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 실적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신한금융의 4분기 순이익이 95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4.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KB금융도 7778억원으로 247.8%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은 7376억원으로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우리금융은 4870억원으로 8.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승승장구하던 모습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는 데는 순이자마진(NIM) 축소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고물가·고금리가 맞물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자 상환조차 하지 못하는 한계에 맞닥뜨린 가계와 기업이 늘었고, 이로 인해 NIM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공시한 3분기 보고서에서 은행들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8988억원으로 27.3% 올랐다. 무수익여신이란 말 그대로 수익이 없는,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뜻한다.

이에 더해 자금 조달에 필요한 은행채와 예·적금 등의 금리도 뛰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NIM이 떨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NIM은 올해 1분기 1.68%, 2분기 1.67%, 3분기 1.63% 등으로 하락세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에서는  4분기부터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에 조달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이익이 늘기보다는 비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세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이 미래 손실을 대비해 쌓는 충당금도 경기 둔화 현상이 길어짐에 따라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여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또 하나,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다름 아닌 '상생금융'이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이 내놓을 '상생금융 시즌2' 금액 규모는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와 납부 이자 캐시백(환급) 등 방식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은 수천억원의 이자수익을 내려놔야 하고, 그런 만큼 순이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야당이 추진 중인 '횡재세'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생금융 규모를 예상했을 때 은행권 부담액은 2조원대로, 이는 내년에 반영될 것으로 예측돼 2024년 실적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상황에 이자수익을 거둬들여 악덕기업으로까지 비춰지던 은행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은행들의 수익성을 함께 살펴보면 금융권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손쉽게 이자 장사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에 있다. 지난 15년 동안 은행권 대출자산이 157% 늘어나는 동안 당기순이익은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도 은행 수익성은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8월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989조원에서 지난해 2541조원으로 15년 동안 2.5배 증가했다. 은행의 밑천인 자기자본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96조8000억원에서 256조9000억원으로 2.6배 성장했다. 이와 달리 해당 기간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5조원에서 18조6000억원으로 24% 증가에 그쳤다. 수익성이 자산과 자기자본 증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수익성 지표 역시 악화됐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2008년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해 2022년 기준 미국 10.2%, 한국 5.2%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10년간 ROA로도 국내 은행권은 미국 등 주요국 은행의 절반 수준이다. 업권별로 살펴봐도 증권업 6.7%, 보험업 6.8%, 전기전자 11.0% 등으로 은행이 가장 낮았다. 

결국 은행 자산이 3배로 불었는 데 버는 돈은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수익성이 낮다보니 은행주는 매번 저평가되는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은행산업 경쟁력 역시 해외 다른 국가들에 비해 좋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4대 은행지주의 글로벌 순위(Tier1 자본 기준)는 10년여 간 평균 70위권대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이사는 지난 8월 가진 간담회에서 "(수익성과) 관련해 국내 은행은 현재 고질적인 저평가주로 인식되고 있다"며 "자본시장을 통한 우호적 조건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수익성 제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역대급으로 벌었다고 하니 적어도 국내 산업에서는 은행 비중이 크지 않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오히려 하락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6.30%에서 2020년 5.71%로 뒷걸음질쳤다. 미국, 영국 등이 7~8%대라는 점과 비교해도 무척 낮은 수치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상생금융만 강조할 게 아니라 금융산업 활성화에도 눈을 돌려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난의 대상이 된 이자 장사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비이자 수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국내 금융지주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양하지 못하다.

이를 두고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비계열사 지분 보유가 5% 이내로 제한돼 국내 금융지주는 사실상 비금융회사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고, 은행도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게 돼 있다. 

국내와 달리 미국 금융지주들은 중개업, 데이터사업 등 금융 연관 업종 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증권자회사를 통해서는 벤터기업 주식을 100% 보유하는 게 가능하다. 일본도 투자전문회사를 통한 벤처기업 주식 취득이 가능해 비금융 진출이 활성화돼 있다. 

지난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기대가 높아졌지만 8월 중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겠다던 일정을 돌연 연기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논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5% 이내인 비계열사 지분 비율을 조금만 높여줘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금융사의 자회사 투자범위를 확대하고 금융사 부수업무 범위 규제를 완화하는 등 수익성 확대를 위해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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