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MG손보·KDB생명 M&A 중단…회계기준 변동 속 실적 거품 의혹
내년 재추진 시 올해 매출·영업이익 등 실적이 주요 바로미터로 작용할 듯

ABL생명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ABL생명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 기자] 올해 M&A 시장에 올랐던 보험사 매각이 모두 불발됐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매각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자칫 업계 전반의 커다란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최대주주인 ABL생명 매각 절차가 지난 3일 별다른 소득 없이 중단됐다. 그동안 인수를 추진해온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결국 백지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파트너로 삼았던 BNK금융지주가 인수 계획을 철회하면서 힘이 빠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MG손해보험 매각도 답보 상태다. 지난달 6일 예금보험공사가 주관한 예비입찰에 사모펀드 1곳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자동 유찰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국가계약법상 단수 입찰은 유효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KDB생명(구 금호생명) 역시 지난달 18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나생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PEF(KCV PEF)와 인수 협상을 펼쳐왔다. 하지만 3개월간 실사 작업을 벌인 뒤 최종적으로 인수 의사를 접었다.

이처럼 올해 보험사 매각 절차가 연이어 중단된 이유는 새롭게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 보험사 순익이 상당폭으로 늘어나자 시장 전반에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 등 인수 주체들이 해당 보험사 가치에 불확실성을 느낀 나머지 M&A 과정에서 하나둘씩 손을 떼는 상황으로 귀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인수대금 부족, 매각 대상 보험사의 부실한 재무건전성과 최대주주의 반발도 M&A 불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기류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등 다른 보험사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 여건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해당 보험사들이 ‘정중동’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내년 1~2월에 발표될 매각 대상 보험사의 올해 실적이 내년 M&A 과정 전반에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년에 M&A를 원하는 보험사는 적정한 매각가 책정을 위해서라도 올해 4분기까지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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