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 취임 후 두 부회장 사임…이달 말 계열사 대표 인사 절차 돌입
은행·증권·보험·카드 CEO 모두 올해 말 임기 만료…성과 및 약점 따져봤더니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 취임 후 계열사 CEO들의 인사 교체 및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작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KB금융지주 및 각 사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 취임 후 계열사 CEO들의 인사 교체 및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작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KB금융지주 및 각 사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KB금융지주 일곱번째 수장으로 양종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사 교체 및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양종희 회장이 노란 넥타이를 메고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양 회장은 15년간 노란넥타이를 메고 KB금융을 이끌었던 윤종규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사회와 끊임 없이 상생(相生)하고 고객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며 직원에겐 자긍심과 꿈을 주고 주주들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하는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2일에는 양 회장과 함께 3인의 부회장으로 윤 전 회장의 경영철학을 공유하던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이 일신상 사유로 사임했다.  KB금융에서 글로벌부문장과 보험부문장을 맡았던 허인 부회장은 KB국민은행 고문으로, 디지털부문장과 IT부문장을 맡아온 이동철 부회장은 KB국민카드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변화의 바람이 지주 경영진에만 불고 있지는 않다. 계열사 CEO 인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2인자였던 부회장들이 사임하면서 인사 교체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고, 양 회장으로서도 경영전략을 함께 펼쳐나갈 적재적소의 경영진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KB금융 11개 계열사 중 9개사사 10명의 CEO 임기가 올해말까지라는 점도 인사 속도를 내야 할 이유로 꼽힌다.

임기 만료가 코앞인 계열사 CEO로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있다. 

이에 KB금융은 이달 말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CEO 선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추위에는 양 회장이 위원장, 오규택·여정성·최재홍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비상임이사인 이재근 행장은 다음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참여하지 않는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KB금융의 주력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은행·증권·보험·카드 CEO들의 연임 여부가 벌써부터 업계 인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 지난 2022년 1월 취임해 KB국민은행을 이끌어온 이재근 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년 임기 후 1년 더 연임하는 '2+1' 방식이 KB국민은행 관례이고, 여기에 이 행장의 성과가 더해지면서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행장은 재임기간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다. 올해 3분기에도 시중은행 중 최고실적인 99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8554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한 것이다. 올해 국민은행의 연간순이익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이 행장의 능력은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가다.

윤 전 회장이 이 행장을 치켜세운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윤 전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취임할 당시엔 은행 CEO로 뒷받침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행장을 겸임하며 은행 정상화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양 회장은 이재근 행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나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 회장이 안정을 택할 것인가, 변화를 택할 것인가에 따라 교체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주 회장이 바뀌고 나면 은행장 교체부터 이뤄졌던 다른 시중은행 사례로 보면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양 회장이 윤 전 회장에 이어 부회장 체제를 유지할 경우 이 행장의 부회장 승격 가능성도 열려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현(왼쪽)·박정림 KB증권 대표. 사진=KB증권
김성현(왼쪽)·박정림 KB증권 대표. 사진=KB증권

KB증권에서 각각 자산관리 부문과 투자은행 부문을 책임져온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우선 박 대표에 대해서는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한 CEO의 징계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라임펀드 징계를 확정할 예정이다. 2020년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판단 후 3년 만에 이뤄지는 징계다. 금감원은 박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총 5단계로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순이다. 문책경고 이상 제재가 확정될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의 제재심의 절차는 '금감원 제재심→금융위 증선위→금융위 정례회의 의결' 3단계로 이뤄진다. 박 대표는 23일 금융위의 안건소위원회에 참석해 사실상 마지막 소명을 하게 되는데 그 결과에 따르 연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라임펀드 징계라는 걸림돌만 사라진다면 박 대표에게 큰 흠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리천장을 뚫은 능력자라고 할 수 있다. 공채 출신이 아닌 그는 2002년 KB국민으로 합류해 KB국민은행 역대 두번째 여성 부행장을 거쳐 KB증권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번 7대 회장 인선 당시 최초의 여성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양종희·허인·이동철 부회장 3인방 경쟁구도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김 대표도 박 대표와 함께 KB증권의 견조한 이익 성장세를 이끌었다.  KB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 1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하는 등 자본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채권금리 급등과 증시거래대금 감소 등 4분기 증권업계 실적 악화 요인이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쇄신의 바람이 불 가능성도 있다.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사진=KB손해보험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사진=KB손해보험

2021년 1월 취임해 KB손해보험을 이끌어온 김기환 대표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그간 보수적으로 운영돼왔던 보험 영업방식을 공격적 방향으로 바꾸고, 장기인보험 매출 등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려 리딩금융 경쟁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실제 2017~2020년 순이익이 줄어들던 KB손해보험은 김 대표 부임 후 실적이 반등해 2021년 2861억원, 2022년 5815억원 등 당기순이익 상승곡선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우수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1년 연임에 성공한 데다, 새롭게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장기보장성보험에 집중하면서 성공적으로 실적을 방어한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KB금융지주도 "취임 이후 당기순이익 확대 및 자본 건전성 확보 등 안정적인 성장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사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설립해 사용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김 대표 능력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다만 그의 연임에 있어 최대 리스크는 노사 갈등이다. 지난해 극적으로 노조와 합의를 이뤘지반 올해는 노조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좋은 방향으로 협의될 수 있도록 협상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갈등 해결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김 대표의 위기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손해보험업계 5위였던 메리츠화재가 최근 KB손해보험을 앞지르고 업계 1위인 삼성화재까지 넘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변화와 쇄신 측면에서 교체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사진=KB국민카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사진=KB국민카드

업계 3위인 KB국민카드를 이끌며 성장기반을 다져온 이창권 대표 역시 지난해 초 선임돼 12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KB금융의 '2+1' 연임 방식이 적용될 지 여부가 관심 대상이다. 이 대표는 실적면에서 다소 아쉽지만 2년 연속 고객 기반 확대라는 성과를 보여줬다.

KB국민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순이익은 272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2.7%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간 순익도 전년에 비해 9.6% 감소한 3785억원이었다. 영업수익은 증가했지만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에 따른 충격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크다. 전체 카드사가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시장 점유율 순위가 지난 6월말 총이용실적 기준 3위에서 4위로 밀려난 점은 아픈 손가락이다.

반면 이 대표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는 2년 연속 고객 기반 확대는 눈여겨볼만하다. 난립하는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전략으로 내세운 국민카드 'KB Pay'는 지난 6월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KB금융지주를 웃게 만들었다. 특히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700만명을 넘기는 등 업황 악화 속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입증한 CEO로 꼽힌다. 

한편 양 회장이 '진화된 위기 대응능력'을 강조한 만큼 이에 걸맞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양 회장은 22일 열린 'KB 인베스트 인사이츠 2024' 컨퍼런스에서 CEO 메시지를 통해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전통적인 개념의 위기 대응 능력이 아니라 '진화된 위기 대응 능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고객, 사회, KB가 가져야 할 능력으로 '안티프래질(Anti-fragile)'을 지목하면서 "충격적 상황을 마주쳤을 때 깨지지 않을 강력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안전망을 기반으로 다양한 리스크를 수용하고 보상을 취해 성장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며, 불확실성이 확정되고 현실화 됐을 때도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티프래질'은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 교수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충격과 불확실성을 견뎌낼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이익을 얻어 실제로 번성하는 힘을 뜻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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