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일주일 새 변동…금리 하단 3%대 재등장
금융당국 기조 오락가락…부채 상황 악화 및 혼란 가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미국 금리, 금융 정책 등 영향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미국 금리, 금융 정책 등 영향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널뛰고 있다. 지난주 담보 없는 신용대출금리보다 높았던 주담대 금리는 이번주 두달 만에 금리 하단 3%대로 떨어졌다. 주담대 금리가 출렁이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점과 더불어 금융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이 부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 5대 은행의 21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가 연 3.86~6.196%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이후 약 두달 만에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3%대로 하락한 것이다. 

특히 주담대 고정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연 4.39~6.683% 였고, 일주일 전에는 연 4.03~6.436%였다. 2일과 비교하면 금리 하단은 0.53%포인트, 금리 상단은 0.487%포인트 하락했고 일주일 전에 비해선 금리 하단 0.17%포인트, 금리 상단 0.24%포인트가 내린 것이다.

이는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더해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 일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았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통상 주택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주담대는 신용으로만 돈을 빌려주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지만 최근에는 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이는 가계 빚 증가를 잡겠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은행들이 주담대 감소를 위해 가산 금리를 높이거나 우대 금리를 깎는 방식을 활용한 탓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주담대를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자 지난달부터 주담대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실제 가계빚은 폭증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주담대가 가계부채 급증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가계 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2분기 말(1861조3000억원)에 비해 14조3000억원(0.8%)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건 주담대였다. 9월말 주담대 잔액은 1049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1031조8000억원)보다 17조3000억원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 1분기 4조4000억원에서 2분기 14조1000억원, 3분기 17조3000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기타 대출은 710조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5조5000억원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가 더욱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 도입 등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이는 대출 심사 때 향후 금리가 오를 위험을 미리 반영해 대출한도를 깎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상생금융이 대두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주담대 금리가 하락한 것 역시 상생금융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은행들은 10월까지만 해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당국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금리상승을 활용한 부채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10월말부터 '종노릇' '갑질' 등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을 내세우면서 이자 부담을 낮출 것을 압박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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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출금리가 인하될 경우 이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급증세가 가팔라 '경제뇌관' '시한폭탄' 등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전망에 시장금리가 떨어진 데다 금융당국 분위기도 대출 증가 억제가 아닌 이자부담 감소로 바뀌었다"면서 "금리인하 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수 있어 은행으로서는 가계대출을 줄이고 이자 부담도 줄여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상생금융 분위기가 가계부채 급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큰 걱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 후 "서민들, 중소자영업자 금리를 낮춰준다고 해서 그렇게 크게 늘어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과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기관들의 엇갈린 신호 때문이다. 3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내놓은 한국은행(한은)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 주담대 증가 폭이 점차 작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로 전날 김 위원장은 "높아진 금리 부담을 일정 수준으로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하며 다른 신호를 보냈다. 금융당국 기조를 의식하고 곧바로 주담대 금리를 최저 3%대로 낮춘 은행들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가계부채를 줄이라면서 가산금리 상승을 유도하다가 급격히 상생금융으로 방향을 틀며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기조를 보여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처럼 엇갈린 발언에 주담대 금리가 널을 뛰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건 다름 아닌 대출 이용자들이다. 특히 주담대를 알아보고 있는 이들로서는 어느 시점에 어떤 금리로 주담대가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주담대로 내집 마련을 계획 중인 양모(45) 씨는 "주담대 금리가 너무 뛰어 내집 마련 계획을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미룰까 싶었는데 부동산이 관망세를 보인다고 하고 주담대 금리까지 낮아지고 있다고 해서 기회를 보고 있다"면서도 "언제 또 주담대 금리가 변동될지 몰라서 섣불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겁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월세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매매를 고민 중이라는 김모(39)씨도 주담대 금리가 출렁이는 현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 씨는 "미혼이지만 전세 사기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주변에서도 사기를 겪었다는 사람들이 있어 차라리 영끌로 집을 사는 게 안전하겠다 싶은데 현재로서는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면서 "내년에 더 좋은 제도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있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여기에 더해 주담대 금리까지 편차가 심해서 자칫 결정의 순간이 손해를 보는 시점이 될까봐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 분위기 탓에 현 시점에서 주담대 대출 수요를 줄이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생금융 압박에다가 총선을 의식한 각종 개발공급 정책이 나오고 있고, 수도권 도시의 서울 편입 등 이슈가 쏟아지는 상황이라 빚내서 투자하려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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