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영권 승계 위한 부정한 방법 동원”…이 회장 ‘모두 합법 무죄’ 최후진술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받았다.

재계에 따르면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106회 공판이 진행됐다. 이번 공판은 이 회장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가 이뤄져 열리게 됐다.

검찰은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 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고려해 구형했다고 밝혔다. 또 공모자에 대한 구형도 함께 이뤄졌다.

이 회장 등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 하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의 회계부정·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과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 (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거짓 공시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고 이 회장과 미전실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됐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자산 4조5000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 측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한편 검찰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72)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과 김종중(67)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옛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합병 업무를 총괄하며 공모한 혐의로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69)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미전실은 삼성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던 부서였으나 2017년 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해체됐다.

검찰은 이날 공동 피고인인 미전실 소속 ▲이왕익 전 임원 징역 4년·벌금 3억원 ▲김용관 전 부사장 징역 3년, 삼성물산 소속 ▲최치훈 이사회 의장 ▲김신 상임고문 ▲이영호 건설부문 사장에게는 각 징역 4년·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속 김태한 사장·김동중 임원에는 각 징역 4년·3년, 삼정회계법인 소속 김교태 대표에게는 벌금 5000만원, 변영훈 부대표와 심정훈 상무에 대해선 각 징역 3년·4년을 재판부에 청했다.

검찰은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고 삼성은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며 “이 회장과 미전실 소속 피고인들, 각 계열사 소속 피고인들은 지시 관계에 따라 승계작업이 이뤄졌고 대법원도 미전실 역할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다”며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 구조 개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부디 우리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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