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 불참할 것처럼 연막작전…해운 업황 악화·자금 동원 난항으로 출구전략
LX인터내셔널 HMM 본입찰 불참 시 동원·하림 2파전 진행…유찰 가능성 높아져

LX인터내셔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최양수 기자
LX인터내셔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LX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의 판세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LX그룹이 오는 23일 진행될 HMM의 매각과 관련한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전에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인수전의 흐름이 안갯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은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되고 삼덕회계법인을 인수 주관사로 선정한 후 재무상태와 영업현황, 사업계획 등 HMM 정밀실사를 지난 8일까지 마무리했으며 LX그룹이 인수에 회의적인 입장을 굳히면서 HMM 본입찰에 LX그룹이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다.

LX그룹 계열사로 HMM 인수 주축인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뉴스워치>가 HMM 본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문의하자 “LX그룹은 본입찰에 참여 및 불참 여부에 대해서 확인해주지 않은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며 “본입찰 전까지는 절차상 인수 관련 내용에 대해서 확답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는 이야기는 추측성 의견일 뿐이기 때문에 실제 당일까지 진행 상황에 대해서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LX그룹이 HMM 인수전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은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의 활발한 인수 행보에 비해 LX그룹이 이번 정밀 실사 기간 대외적으로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고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며 경쟁 후보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해운 운송부터 식품제조, 물류까지 사업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데 기여하는 일이다”고 말하는 등 언론 전면에 나서 인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반면 LX그룹 수뇌부에선 귀를 기울일 만한 어떤 메시지도 나온 바 없다.

이로 인해 LX그룹이 HMM 인수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HMM 본입찰 참여를 앞두고 불참인 것처럼 ‘연막작전’(煙幕作戰)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같이 흘러나오고 있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최고가를 적어내는 기업이 낙찰받게 되기 때문에 본입찰 직전 결정하는 예정가격(예가)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4600TEU급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4600TEU급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하지만 LX그룹이 해운 업황 악화, 자금 동원 난항 등으로 HMM 인수전의 ‘출구전략’(出口戰略·exit strategy)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최근 해운 운임이 하락하면서 해운업 불황 가능성이 떠오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에 이르는 HMM의 인수예상가격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해운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는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일 시기에는 5000을 넘어섰으나 현재는 900~1000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HMM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와 비교해 각각 58%, 97% 하락했다. 또 HMM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측면도 해결해야 한다. LX그룹은 최소 2조5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업계에서는 LX그룹의 불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LX그룹의 철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HMM 인수전은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되며 본입찰은 유찰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본입찰이 유찰될 경우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의 등판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에 많은 소문이 한꺼번에 흘러나오고 있어 카더라 뉴스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는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논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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