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메리츠화재 ‘역대급’…삼성화재도 웃었다
DB손보·현대해상 ‘실적 둔화’…새 가이드라인 도입 영향

손해보험사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화재(위)와 메리츠화재가 호실적을 거뒀다. 사진=각사 제공
손해보험사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화재(위)와 메리츠화재가 호실적을 거뒀다. 사진=각사 제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줄줄이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역대급 실적을 낸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 곡선을 탄 곳도 있어 업계 지형이 변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 지시에 따라 적용된 새로운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실적 변동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국내 '빅5' 손보사 실적도 희비가 엇갈렸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보사 빅5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조71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조5735억원에 비해 60% 증가한 것이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빅5 손보사 순익이 5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회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화재가 순익기준 증가율이 가장 커 1년 동안 2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메리츠화재가 26.7% 성장하며 뒤를 따랐다. 반면 현대해상은 8.0%, DB손보는 8.2% 감소했고 KB손보도 2.8% 뒷걸음질쳤다.

3분기 성적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메리츠화재다. 빅5 손보사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삼성화재 1조6433억원, 메리츠화재 1조3343억원, DB손보 1조2624억원, 현대해상 7864억원, KB손보 6803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증가한 데다 3분기 실적만으로도 전년 동기에 비해 29.2% 뛰어오른 496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순이익으로는 별도기준 4963억원으로 국내손보사 중 1위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4295억원)보다 높았다. 그동안 '빅4'로 불렸던 삼성화재, DB손보(3699억원), 현대해상(2894억원), KB손보(1551억원)를 모두 앞지르며 '빅4'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과열된 영업경쟁에 무리하게 동참하지 않으면서 우량계약 중심의 질적 성장과 보수적인 자산운용에 매진하는 등 기본에 충실한 결과"라고 역대급 실적 배경을 설명했다.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업계 1위를 지켜낸 삼성화재도 호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4282억8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26.0%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보험손익은 1조8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0% 늘었고, 투자손익은 383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2% 올랐다. 투자이익률도 0.58%p 개선된 2.95%로 나타나면서 투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늘어난 1조693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자산운용 측면에 있어 운용효율 제고 노력을 기울이고 탄력적으로 시장에 대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DB손보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2% 줄어든 1조2624억원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3조 5084억원으로 2.0%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1조6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9.6%감소했다. 3분기 기준으로는 3699억원의 순이익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0.5% 감소했다. 투자손익 역시 3분기 6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2% 줄었다.

DB손보는 괌 태풍, 하와이 산불에 따른 일회성 사고로 발생한 700억여 원의 손실 및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공정가치 측정금융자산(FVPL)에서 약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영향 등을 실적 둔화 이유로 들었다. 일회성 사고에 의한 요인, 손보업계 1위인 CSM(보험계약마진) 잔액(12조6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DB손보가 메리츠화재를 막판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감소한 786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조6919억원, 보험손익은 754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5%, 16.7%씩 감소했다. 현대해상 측은 "금융감독원의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실적 감소 요인이 크다"며 "그 밖에도 희망퇴직 실시에 따라 비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했고 호흡기 질환 등으로 손해액이 컸던 것이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손보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데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연합뉴스
손보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데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연합뉴스

각사별 요인들이 있지만 업계는 이처럼 손보사들의 희비를 가른 주요 요인으로 금융당국의 새 회계제도 가정 지침을 꼽는다.

올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제도 'IFRS17'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불렀다. IFRS17 도입 후 손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포함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정이 바뀌면 순익 전망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순위 변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단적인 예로 메리츠화재는 당초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가 3분기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서 주요 손보사를 모두 앞지르는 순이익을 내놨다. 

또 실손보험 관련 가이드라인도 각 손보사들 실적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실손보험은 1~4세대에 따라 상품 구조가 다르고 손보사별로 상품과 보유 비중이 다르다. 이 때문에 기존에도 가정에 따라 CSM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지만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이 변경되면서 더 영향을 미쳤다. DB손보는 실손·무저해지상품 가이드라인 적용과 계절적 요인 영향으로 CSM이 줄었다고 분석했고, KB손보 역시 순익 감소 이유로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일회성 손실과 유가파생 손실을 꼽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가이드라인보다 공격적 가정을 세운 보험사들의 순익은 줄었고 보수적이었던 손보사 실적은 늘었다. 가이드라인이 주된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손보사 별로 희비가 엇갈리긴 했으나 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실적은 양호한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견고한 가운데 호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손보사들이 더 심한 압박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치권 및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 때문이다. 기존 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방안 등이 논의되는 모습이었지만 보험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상생금융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거론되는 사안은 다름아닌 자동차보험료 인하다. 5대 대형 손보사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5조7077억원 규모인데 이는 금감원이 보험회사 경영실적을 취합해 파악한 손보사 31곳의 지난해 1년치 당기순이익(IFRS17 미적용) 5조4746억원도 뛰어넘는다.

이에 더해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업계 손익분기점보다 낮다. 지난 9월말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대형 손보사 5곳의 경과 손해율은 73.8%다. 업계는 손익분기점을 80%로 보고 있다. 더욱이 태풍, 홍수 등 손보사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이 지나간 시점이라는 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보험료 인하율은 1.5~2.0% 내외지만 최대 3%대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통상 업계에서는 보험료 1%포인트 인하마다 약 2000억원의 자동차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각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보험개발원에서 적정한 보험료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자동차보험 인하율은 달라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4세대까지 세대 불문 위험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1세대 실손보험은 지난해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보험사에 유리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급보험금 및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실손보험은 표준화돼 있지 않아 일부 보험사만 인하할 수도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