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내 1세대 실손보험 인하 가능성 거론…백내장 관련 대법원 판결 영향
3세대 실손은 손해율 높아 오히려 인상 전망…전체적으로 손해율 높은 편

1세대 실손보험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세대 실손보험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실손의료보험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네 세대로 나뉜 실손보험은 세대에 따라 인하될 수도, 오히려 인상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손해율 요인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13일 기업설명회를 가진 자리에서 실손보험료 인하와 관련해 1세대 보험료는 인하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권기순 장기상품개발팀장 상무는 "1세대 실손은 손해율이 여전히 100%를 초과하는 등 높은 상황이지만 지급보험금 추세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인하 요인이 일부 있다"며 "이를 반영해 보험료 조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2세대와 3세대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2세대와 3세대 실손의 경우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고, 특히 3세대는 지난해 최초 요율이 인상된 만큼 인상 요인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설명이다. 

삼성화재 측 발표로 급부상한 1세대 실손보험 인하 가능성은 일찌감치 거론됐던 바다.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 보장에 따른 대법원 판결 영향이 크다.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 보장은 1세대 실손보험만 가능했고, 이로 인해 1세대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백내장 수술로 입원·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았더라도 무조건 입원 치료로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백내장수술=입원치료'라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로 인해 보험금 지급도 크게 줄게 됐다. 이전까지 환자가 해당 수술을 받고 800만원의 진료비를 썼을 경우 전액 보험금 수령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25만원을 제외한 775만원은 자비 부담으로 바뀌게 됐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실손보험 표준화 이전인 탓에 회사마다 손해율 편차가 큰 편이었지만, 지난해 백내장 수술에 대한 유의미한 판결이 나오면서 회사별 손해율 추세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 인하 가능성이 높은 건 1세대 실손보험 뿐일까. 업계에서는 1세대를 비롯해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한 2세대 실손도 인하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세대 경과 손해율은 2021년 말 109.4%에서 지난해 말 93.2%로 감소하는 등 1~3세대 실손보험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세대 실손보험은 1, 2세대 실손과 다른 양상이다.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 실손의 경우 출시 후 5년 동안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은 탓에 경과손해율이 높아 올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3세대 실손은 지난 2021년 말 107.5%에서 지난해 말 118.7%로 1~3세대 중 유일하게 손해율이 높다.

아직 손해율이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 역시 손해율이 빠르게 상승 중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보장항목을 모두 별도의 특약으로 분리하면서 확실히 이전 세대 보험료보다는 저렴하다. 하지만 기존 실손보다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병원을 자주 이용하면 할수록 보험료가 할증돼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이에 따라 각 세대 실손보험 가입에 따라 보험료가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세대 실손 가입자는 820만여명(20.5%), 2세대는 1912만명(47.8%), 3세대는 956만명(23.9%)으로 1~3세대 가입자는 총 3688만여명(92.2%)에 이른다. 4세대 가입자는 312만명(7.8%)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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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손해율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내장수술에 대한 판결 등 보험금 지급이 줄고 손해율이 줄어드는 요인 등이 있다고는 하나 이는 1세대 실손보험에 적용되는 것일 뿐  도수치료 등 일부 손해율을 높이는 항목들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12일 내놓은 '실손의료보험 도수치료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도수치료 관련 실손의료보험금이 증가, 이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도수치료는 근골격계질환 등을 대상으로 숙련도와 전문성을 갖춘 시술자가 손으로 신체 기능 향상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올해 기준 평균 금액이 지난해보다 3.7% 인상됐고, 10만원부터 60만원까지 가격 편차도 크다. 특히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은 지난해 1조7704억원 규모였고,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수치료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기준이 없어 의료기관마다 치료 시간과 비용, 구성이 다른 점이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로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같은 서울 시내에서 도수치료 1회 평균비용은 서초구에서는 11만3889원이지만 강북구 경우 5만6000원이다.

이같은 제각각의 비급여 항목 치료비와 이로 인한 보험금 청구 등은 결국 높아진 손해율을 분담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보험료 인하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2020년 9~10%, 2021년 10~12%, 2022년 14.2%로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 8.9%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출시 5년을 맞아 처음 요율 조정 대상이 된 3세대 실손보험이 그간 손해율을 반영해 평균 14% 인상됐지만, 1세대와 2세대 실손은 각각 6%, 9% 수준으로 인상률이 제한된 영향이었다. 

올해도 손해율 100%를 초과하는 적자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13개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20.2%로 지난해보다 2.6%포인트 올랐다.

이런 이유로 비급여 항목을 많이 이용할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비급여 할인·할증 제도가 마련되긴 했지만, 이 제도는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에나 시행될 예정이라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입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입자들의 연령이 높아진 것도 인하가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손보험은 의료수가 인상 등에 따른 기본적 위험률이 인상하거나 보험기간 경과로 피보험자 연령이 높아지면서 위험률 발생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요금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신의료기술 도입으로 고가 의료항목이 증가하고, 의료기관 이용량이 늘어나는 연령의 가입자가 많다면 보험료도 오르는 셈이다. 특히 3세대 실손보험까지는 개인별로 보험료가 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별, 연령, 직업군 등 일반적으로 위험도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3세대의 경우 올해 보험료가 많이 올랐지만 5년 동안 쌓인 손해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손해율은 1, 2세대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급여 항목들의 손해율을 살펴보고 최종 인하폭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다만 1세대 실손보험료만 하더라도 2024년 한해에 해당하는 인하율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머지 4개년 인상폭이 커 인하를 해도 사실상 소비자는 체감하기 힘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손해율이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보험사들이 이전처럼 두자릿수 인상 등을 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생금융 동참을 요구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보험료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며 가입자가 4000만명에 육박하는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에 반영된다. 이에 더해 보험사들이 '역대급'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만큼 손해율에만 기반한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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