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인뱅 ‘금리 높고 만기 짧은’ 예·적금 줄줄이 출시 
은행, 고금리 예금만기 분산 효과…‘짠테크’ 소비문화 맞물려

최근 시중은행들이 1년 이내 만기인 고금리 예·적금 상품들을 내놓으며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시중은행들이 1년 이내 만기인 고금리 예·적금 상품들을 내놓으며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은행 예·적금 트렌드가 바뀌었다. 고금리 상품이 속속 등장한 가운데 이전과 달리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가 높은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지난해 과도하게 쏠린 예금만기 분산효과를 노리는 은행과 보다 수월한 여윳돈 운용을 원하는 이용자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주력하는 고금리 상품 만기는 대부분 '1년 미만'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줄줄이 단기 적금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특별한 적금'은 고객이 1~6개월 내 만기일을 일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최고 연 6%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신한은행의 '한달부터 적금'도 1~12개월 내 만기일을 일 단위로 설정할 수 있고, 매일 혹은 매주 단위로 정해진 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최고금리 연 4.50%가 제공된다. 우리은행의 'N일 적금'은 31일, 100일, 200일 중 가입기간을 선택할 수 있고 최고금리 연 6%가 적용된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3일 출시한 '한달적금'은 판매시작 11일만에 누적계좌 100만좌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31일 동안 매일 하루에 한 번 최소 100원부터 3만원까지 1원 단위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기본 금리 연 2.5%에 매일 적금을 납입할 때마다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제공해 최고 연 8.0%의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적금이 아닌 일정기간 돈을 묶어두는 정기예금도 근래 1년 만기가 가장 인기 높았던 것과 달리 11개월, 6개월 등 그 기간이 짧을수록 금리가 높은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의 경우 만기를 '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으로 설정하면 적용받는 최고금리가 연 4.05%지만 만기를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으로 설정하면 4.08%를 적용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도 만기가 6개월인 경우 금리가 4.05%다. '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의 만기를 선택하면 최고금리는 연 3.95%다. 

이전까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았던 것과 달리 돈을 맡기는 기간은 짧은데 금리는 더 높은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두가지가 꼽힌다. 은행의 사정과 이용자의 소비 변화다.

우선 은행들은 지난해 고금리 예금들의 만기가 줄줄이 도래한 상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은행채 대신 고이자율을 주며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고금리 예금들이 줄줄이 등장한 이유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은행권에서 1년 이상~2년 미만 정기예금은 36조8850억원이 늘었다. 이 상품들의 만기가 최근 도래한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과도하게 판매된 상품들로 인해 포트폴리오에 불균형이 생기고 한꺼번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사태의 반복을 막고자 상품들의 만기 시기를 분산하기 위해 단기 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뿐 아니라  6개월물과 1년물의 MOR(시장금리) 격차도 줄어들면서 만기가 짧아진 영향도 있다. 10월말 기준 은행채 1년물과 6개월물의 격차는 5.8bp정도였다. 이는 1년전 57.1bp 격차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정도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신 경쟁에 따른 만기도래자금 규모가 큰 데다 내년 금리 변동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단기 정기예금으로 분산하기 위해 금리를 조정한 측면이 있다"면서 "예금분산 차원에 더해 은행채 6개월물 금리와 1년물 금리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맞서 소비자들의 자금운용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소비를 아끼고 보다 자유로운 여윳돈 운용을 원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두드러지는 점은 '짠테크'의 확산이다. 짠테크는 아껴쓰는 이를 지칭하는 '짠돌이'에 재테크를 더한 용어로, 계획적 소비습관으로 돈을 아껴 모으는 이들을 말한다. 심지어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해 소비한 돈의 액수를 체감함으로써 돈을 아껴쓰도록 하는 '현금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다. 

이렇듯 '계획적 소비'에 눈을 돌리다 보니 자금 중 일정 부분이 저축에 할당되는 추세다. 또 타이트한 소비 계획, 예기치 못한 상황 등을 고려해 만기가 긴 상품보다는 짧은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이율이 높고 만기가 짧은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면서 "아직 돈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역시 짠테크 형태의 소비 문화를 선호하는 만큼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고 운용도 보다 수월한 초단기 예·적금 상품에 대한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효과도 예상된다. 초단기 예·적금 상품의 경우 눈에 보이는 금리가 높지만 기간이 짧은 만큼 실제 수령금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연 4.50%에 매주 최대 1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는 한달적금상품의 경우 한달 뒤 받는 세후 이자는 1200원 정도다. 일단 은행이 제시하는 고금리에 혹했다 해도 적용받은 금리에 따른 이자는 1000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초단기 상품의 경우 만기 후 고객의 재예치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핵심 고객이 이탈하거나 재예치 비율이 낮아질 경우 은행의 단기 수신 경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단기 예·적금의 장점인 높은 금리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도한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고금리 예금 재유치, 외형 확대 등을 위한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수신금리 추이 및 자금흐름 동향과 자산 증가율 등 과당경쟁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경영진 면담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한도 규제를 폐지한 것도 은행들의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정기예금 금리가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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