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진 감자…‘반쪽 공매도’ 비판 거세져
‘주가 향방 예민’ 일부 개미들 변화 양상 감지

공매도 전면 금지 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매도 전면 금지 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공매도 금지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5일 금융당국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발표한 뒤 주식시장은 널뛰기 중이다. 혼란 그 자체인 증시에 오랫동안 공매도 금지를 외쳐왔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공매도는 금지된 후 더 뜨거운 감자가 된 모양새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 발표가 난 다음날인 6일 선물가격 급등으로 코스닥 시장에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 거래일 대비 선물가격과 지수가 치솟은 탓이다. 그 다음날인 7일에는 반대로 주가 하락에 따른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이날의 사이드카는 추락경보였다. 

외국인은 6일 양대 증시에서 약 1조2000억원을 매수했는데 공매도 금지로 주가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손실을 줄이고자 공매도했던 주식을 사들여 갚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7일에는 3400억원어치를 던졌고, 기관투자자는 더 많은 6100억원의 주식을 매도하며 증시가 출렁였다.

2차전지 관련주들도 요동을 쳤다. 공매도 청산 물량이 몰리면서 상한가를 쳤던 종목들은 하루만에 하락하며 '훈풍이 계속 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금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해왔던 금융당국이 총선을 앞두고 공매도 금지로 급선회하면서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 '천국과 지옥'으로 묘사될 만큼 변동성이 커졌다.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 이후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의 베팅도 달라졌다. 지난 8일 코스콤 ETF(상장지수펀드) 체크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이틀째던 7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였다. 개인은 'KODEX 레버리지'를 182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코스닥 레버리지 ETF를 매수하며 상승 기대감에 힘을 실었고, 외국인은 코스닥 인버스 ETF를 사들이며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한달 전만 해도 개인과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같은 방향을 점치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들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와 반대로 움직여 이득을 보려는 단타성 매매 성향을 보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를 촉구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를 촉구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하면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한 점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를 예외 적용없이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자칫 과도한 규제가 발동하고, 이로 인해 증시가 퇴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에 대한 공매도 예외적 허용이 불공정한지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했다. 예외 적용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질의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공매도에 특이사항이 있는지 금융감독원에 조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조성자는 해당 시장을 형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이 있어서 과거 금지 조치 때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막을 경우 투자자 보호나 우리 시장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한번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이전 세 차례의 공매도 금지 때도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예외적용됐다. 시장조성자는 거래 양방향으로 호가를 제출해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의 간극을 줄이고, 유동성공급자는 거래가 뜸한 종류의 주식 물량을 공급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모두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형성하고,투자자를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공매도가 벌어지는 탓에 "공매도 금지 기간인데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가 이례적으로 공매도 금지 전후 공매도 거래동향 세부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발효일 이래 공매도는 대부분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를 통해 이뤄졌다. 유동성공급자는 ETF 매수·매도 양쪽으로 주문 물량을 넣고 어느 가격에든 거래가 체결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애초에 양방향 주문을 동시에 넣는 구조라 유동성공급자가 차익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공매도로 잡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용까지 막아버릴 경우 결국 피해는 ETF 개인투자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차입 공매도 과정에서 가격 차의 괴리 현상이 줄어드는데 금지 조치시 ETF 괴리율이 확대돼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이미 시장조성자 업무 범위는 공매도 금지에 따라 축소된 상태인데다 사실상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가 주요 종목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 후 주가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만과 주장이 과도해졌으며, 이에 정치권이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 금지 후 주종목들의 주가 향방도 뜨거운 감자다. 주요 종목들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과 기대가 고조되면서 주가 전망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특히 투자자들의 기대와 다른 의견을 내는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상승과 추락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종목들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가 길에서 둘러싸여 항의를 받는 웃지 못할 광경까지 펼쳐질 정도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낸 하나증권 연구원을 마주친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카페 회원들이 길을 가로막고 "돈 받았냐" "매국노"라는 발언을 하는 등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근거로 에코프로가 4분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양극재 수요 감소로 양극재 출하 증가 등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해 3분기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 감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기존 55만5000원에 42만원으로 24.3%(13만5000원)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매도'를 유지했다. 에코프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 

이처럼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증권사들은 "공매도 금지 여진이 지속되고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 상황을 경계하고 신중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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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의 변화도 감지된다.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며 비판하고 금지를 요청해왔지만 공매도 금지 조치 후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곱버스'로 불리는 'KODEX200 선물인버스 2X ETF'를 202억원 순매수했다. 인버스 상품은 장기 투자를 하면 선물 만기 연장(롤오버) 비용 등이 발생하기에 단기 투자를 위한 상품으로 분류된다. 

공매도 금지로 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단기차익을 노리고 단타성 거래를 보이는 양상이 커진 것이다. 이에 더해 공매도 전면금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발표직후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는 글로 도배가 됐던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여론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잡으랬더니 공매도를 전면금지시켰다며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더 불리해졌다" "금지말고 진짜 중요한 전산화, 불법공매도 잡기에 대해 말해야 한다" "충분한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음에도 득보다 실이 많은 반쪽짜리 공매도 금지를 왜 하나" "공매도 금지가 주가 상승은 아니다" 등 회의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대다수 여론은 이번 공매도 금지가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에 그치치 않고 합법적인 공매도에 대해서는 위법이 있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법률에 의거해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한편 공매도 금지가 증시뿐 아니라 정부 살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매도 거래의 68%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로 대거 이탈할 경우 거래 위축과 동시에 국세 수입 감소까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매도 거래액에는 0.20%의 증권거래세가 붙는데 올해 1월부터 지난 3일까지 공매도로 걷힌 증권거래세가 약 3186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세수 결손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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