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CATL·BYD 세 자릿수 성장률…비(非)중국 시장으로 영토 확장 중
LFP 앞세운 中 업체 대응 전략…다양한 소재 활용·고체 배터리 개발 관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비(非)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자 국내 배터리 3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각 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비(非)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자 국내 배터리 3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각 사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특히 CATL이 글로벌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을 따라잡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PHEV·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약 228GWh(기가와트시)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보다 54.9% 성장한 수치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110.1GWh로 점유율 48.3%를 차지했다. 업체별로 사용량과 점유율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 64.1GWh(28.1%) ▲SK온 24.4GWh(10.7%) ▲삼성SDI 21.6GWh(9.5%) 등으로 나타났다. 세 회사 모두 적게는 10%대, 많게는 50%에 육박하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글로벌 톱(TOP) 5를 지켜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다.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연이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서다. 1~9월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64GWh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3GWh보다 104.9% 성장한 수준이다. BYD는 같은 기간 539.4% 성장해 4.1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29.9%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6%보다 8.3%포인트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업계 2위 CATL의 추격이 위협적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점유율은 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과 7.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1~8월 점유율 격차를 0.8%포인트까지 줄이며 턱밑까지 추격한 끝에 이번 조사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잡았다.

중국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앞세워 자국 시장을 넘어 유럽 등 비(非)중국 시장까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자 국내 배터리 3사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NCM(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 왔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30%가량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겁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위해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속속 LFP 배터리의 단점까지 극복하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LFP 배터리 양산을 예고하거나 시제품을 선보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흐름이 변화하는 시기에 가성비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들어맞으며 보급형 전기차 판매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LFP 배터리 사용량이 낮은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의 강력한 해외 진출 의지에 따른 비(非)중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과 LFP 배터리 사용량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지금보다 더 확대되면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주력했던 NCM 배터리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업체들의 LFP 배터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배터리 개발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같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이 유럽의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을 제외한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상황에 국내 배터리 3사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특히 CATL이 광산이나 원소재를 다량 확보한 뒤 가격 할인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배터리 원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제외하고 향후 2~3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질 경우 주행거리가 긴 삼원계 배터의 장점도 점차 희석될 것”이라며 “예컨대 나트륨 같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배터리를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거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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