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상장사 의무적으로 둬야
한국전력·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등 7개 공기업 대상
강원랜드 2017년 선임 제외 6개 상장 공기업 ‘전무’
일부 공기업 “선임 여부 내부 검토 및 검토 계획 중”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7개 상장 공기업이 현행 상법상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7개 상장 공기업이 현행 상법상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준법지원인 제도가 공기업에서 사실상 사장(死藏)된 모양새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상장 공기업들이 준법지원인 선임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들이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를 위반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기업의 준법 경영 준수를 위해 일정 규모 상장회사들이 특정 자격을 갖춘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제도다. 준법지원인은 준법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준법 통제 기준 등의 준수 여부를 점검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즉, 기업의 경영진과 임직원이 정해진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회사를 적정하게 경영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이다.

이 제도는 2011년 개정 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듬해 시행됐는데, 당시 시행령 부칙에 적용 특례를 둬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상장 회사에 우선 적용했다. 이후 2014년 1월부터 자산총액 5000억~1조원 미만 회사에도 의무화되며 본격화됐다. 단 상장회사가 선임 의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처벌 규정은 없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준법지원인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민간 기업들과 달리 상장 공기업들은 준법지원인 선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강원랜드·그랜드코리아레저·한전KPS·한전기술 등 7개 상장 공기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기업 모두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는 회사다.

준법지원인 제도 시행이 본격화된 이후 7개 사장 공기업 중 준법지원인을 실제 선임한 사례는 강원랜드가 단 한 차례로 유일했다. 강원랜드는 2017년 5월 준법지원인을 선임하고 2명으로 구성된 지원조직을 꾸린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9년 3월 준법지원인이 일신상의 이유로 퇴임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공석 상태를 유지 중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나머지 기관은 준법지원인을 선임한 전례조차 없었다.

일부 상장 공기업들은 특정 부서와 책임자가 준법지원인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내부에서 준법지원인의 선임 여부를 검토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는 게 이들 기관의 공통된 답변이다. 다만 제도 시행 후 준법지원인 선임을 차일피일 미뤄온 만큼, 실제 제도 운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2022년 7월에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윤리준법 경영지침 제8조에 따라  윤리준법경영책임자를 준법지원인 대신 두고 있다”며 “향후 준법지원인 선입 여부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법무팀과 감사팀, 윤리경영팀 등 3개 부서가 준법 지원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준법지원인 선임 여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장 공기업들의 이러한 행태가 ESG 경영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준법은 윤리 경영에 있어 가장 기본임에도 공기업들이 선임 의무를 외면하는 것은 윤리 경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간사는 “윤리 경영에 있어 준법은 가장 기본”이라며 “특히 위반 시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도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배구조와 관련해 의결권 통제도 아닌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부분인데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ESG 경영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 시각에서 봤을 때 윤리경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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