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효성 창립 57주년…인간존중·기술중시 바탕 ‘백년기업 효성’ 목표
고객몰입·친환경 경영 전략으로 재도약…“준비돼야 기회 잡을 수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제38회 2023년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사진=효성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제38회 2023년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사진=효성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존중’과 ‘기술중시’다. 선대의 가르침대로 ‘산업보국(産業報國)’ 가치 실현에 정도(正道)와 혁신을 경영 핵심으로 삼았다. 목표는 ‘백년기업 효성’이다. 고 조홍제 창업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 50년간 기업의 성장사를 써왔다면 앞으로 50년은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열겠다는 조 회장의 각오를 담았다. 조 회장은 효성 창립 51주년을 맞은 2017년 1월 취임해 올해 취임 6주년과 창립 57주년을 맞았다. 효성이 조 회장의 등판 이후 3세 경영의 안착을 넘어 괄목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실제 효성의 변화는 조 회장의 경영 성과로 설명된다. 조 회장은 취임 이듬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투명경영의 기틀을 닦았고, 취임 5년 만인 2021년 그룹 총 매출 21조2804억원, 영업이익 2조770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위기 국면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컸다. 이후 업황 침체로 부진을 이어왔지만 올해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조 회장의 선제적 리더십과 책임경영이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효성은 지주사 ㈜효성 산하에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등 4개의 사업회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조석래 명예회장(9.96%)과 조현준(21.94%)·조현상(21.42%) 형제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효성 지분의 53.3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은 강화됐다. 하지만 각 사업회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조 회장은 ㈜효성의 최대주주이자 대표로 책임경영 원칙을 이행하고, 조현상 부회장이 조력자 역할로 형제경영 체제를 뒷받침했다.

효성그룹이 3일 창립 57주년을 맞았다. 효성은 고 조홍제 창업회장이 동양나이론을 설립한 1966년 11월 3일을 그룹 창립일로 삼고 있다. 사진=효성
효성그룹이 3일 창립 57주년을 맞았다. 효성은 고 조홍제 창업회장이 동양나이론을 설립한 1966년 11월 3일을 그룹 창립일로 삼고 있다. 사진=효성

‘백년기업 효성’ 을 만들기 위한 조 회장의 전략은  VOC(Voice of customer·고객 목소리 경청) 활동을 통한 ‘고객 몰입’  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을 강화한 ‘친환경’  경영이다. 고객 몰입 경영은 조 회장이 매년 임직원들에게 당부해온 VOC의 진화된 업무 방식으로, 경영전략·관리시스템·조직문화·리더십 등 경영 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최우선 주의를 실천한다.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친환경 경영은 세계적 트렌드에 발맞춘 행보다. 기업의 가치 기준으로 ESG가 부상한 만큼 적극 동참하자는 것이다. 조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조건”으로 ESG를 꼽았다.

특히 친환경 경영은 그룹 체질개선과 신사업 확대로 이어진다. 효성은 ‘그린경영비전 2030’을 기반으로 친환경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 소재,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확대해왔다.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수소에너지다. 효성화학(수소 생산), 효성첨단소재(수소저장용기에 활용되는 탄소섬유 생산), 효성중공업(수소충전소 건설)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효성중공업에서 짓고 있는 울산 용연공장이 내달 가동을 시작하면 연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이 가능해진다. 액화수소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화해 부피를 줄인 것(800분의 1)으로 저장·운송에 용이하다. 활용 범위도 차량에서부터 드론, 선박, 지게차 등 다양해 모빌리티 연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생산능력을 3만9000t까지 늘리기 위해 1조원 투자 방침을 밝혔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와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앞세운 신소재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효성첨단소재다. 2011년 국내 최초 탄소섬유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철보다 강도가 14배 이상 높은 초고강도 ‘H3065(T-1000급)’를 개발했다. 수소차 연료탱크에서 우주발사체까지 활용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능력 2만4000t 확대가 목표다. 2009년 상업화에 성공한 아라미드는 지난해 증설을 완료하고 생산능력을 기존 1200t에서 3700t으로 늘렸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아라미드 수요 증가를 대비한 것이다.

효성의 대표 상품인 스판덱스는 친환경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사업을 주도하는 효성티앤씨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 개발에 성공하고 글로벌 친환경 인증까지 획득했다. ‘크레오라(creora®)’ 브랜드는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12년간 지키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외에도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섬유 ‘리젠(regen)’을 개발해 친환경 섬유 시장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효성그룹은 ‘그린경영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감축할 계획이다. 사진=효성
효성그룹은 ‘그린경영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감축할 계획이다. 사진=효성

결국 신사업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조 회장이 강조해온 기술경영의 효과다. 조 회장은 취임 당시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뒤 연구개발(R&D)에 아낌없이 투자해왔다. 지난 8월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효성은 이번 협약을 통해 친환경 선박 시장 공략에 나선다. 조 회장은 “고객을 중심에 두고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야 비즈니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다”며 불굴의 도전정신, 단합된 힘으로 “효성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민첩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응의 기본은 역시 VOC다. 조 회장은 지난해 56주년 창립 기념사를 통해 “위기가 지나가면 기회가 올텐데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친환경을 실천하는 현지 고객의 VOC를 경청하고 모든 사업 분야에 접목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집된 VOC를 공유하고 모든 효성인이 같은 생각과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기념일에는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