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 3분기 실적 공개…성적표에 뚜렷히 드러난 비이자 체력 차이 

4대 금융지주 3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 3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4대 금융지주 3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희비가 교차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써내며 '역시'라는 찬사를 받는 곳도 있지만 이전 분기에 비해 실적이 개선되고도 또다시 역량 지적을 받는 곳도 있다. 더욱이 4분기와 내년 금융산업이 올해와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융지주들의 성과에 따른 실적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3분기 실적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4대금융지주사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3조6049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KB(8.2%)와 하나(4.2%)였고, 신한과 우리는 각각 11.3%, 8.4% 감소했다. 

KB금융은 누적순익과 3분기 당기순익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름값을 했다.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KB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4조3704억원이며, 3분기 순익도 1조37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을 또 갈아치운 비결에 대해 KB금융 측은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 잡힌 성장을 꼽았다. KB금융 재무 총괄 임원은 "비이자수익 확대, 판매관리비 통제 등으로 안정적 이익 창출력을 유지했고 순수수료이익은 그룹 비즈니스 다변화 노력에 힘입어 올해 매 분기 9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3분기 당기순이익 1조1921억원,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3조81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6.6%, 11.3% 감소했다. 여러 비용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젠투파트너스·라임펀드 고객과의 사적 화해 비용이 1200억원 규모로 투입됐고, 은행 희망퇴직 비용으로 743억원이 쓰이는 등 비용적 영향이 당기 순이익을 감소시킨 요인이라는 게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실적에는 세후 3220억원 규모였던 증권사 사옥 매각 이익도 포함됐기에 이것이 소멸한 영향도 있었다.

하나금융의 누적순이익은 2조9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익은 95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지만, 비이자이익이 급성장하며 누적순익을 올린 것에 주목할 만하다. 하나금융의 누적 비이자이익은 1조69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5% 급증했다. 유가증권 및 외환 파생 관련 매매익 시현, 신탁·퇴직연금·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 개선, 여행수요 회복에 따른 영업점 외환매매익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하나금융 측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순익이 2조438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8.39% 감소했다.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0.04% 감소한 899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3분기 순익은 지난 2분기 6250억원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분기 9140억원이었던 순익은 2분기 6250억원으로 감소해 31%나 줄어들었었다. 이같은 개선은 충당금 개선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우리금융은 556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는데 올해 3분기 이보다 절반 넘게 줄인 2610억원의 충당금을 쌓는 데 그쳤다. 

그러나 숫자가 개선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금융 3분기 실적에서 이자이익이 줄고 순이자마진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3분기 개선된 모습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해 달성했던 연간 순이익 3조원은 올해 이뤄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실적은 은행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데 4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 제외하고 나머지 3곳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또다시 뛰어넘었다는 점이 뼈아프다.

순이자마진(NIM)과 비은행 성적 등이 4대 금융지주 성적을 갈랐다. 우리금융그룹은 두 요인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순이자마진(NIM)과 비은행 성적 등이 4대 금융지주 성적을 갈랐다. 우리금융그룹은 두 요인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 성적표에 드러난 실적 요인

4대 금융지주가 받아든 3분기 성적표에는 금융지주 순익을 가른 요인이 명확히 드러난다. 바로 순이자마진(NIM)과 비은행 성적이다. 

가장 좋은 실적을 낸 KB금융의 3분기 NIM은 2.09%로 전분기 대비 0.01%포인트(p) 낮아지기는 했으나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2%를 넘겼다. 은행 NIM도 1.84%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 NIM이 1.55%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NIM 방어력이 순익 구조 희비를 가른 셈이다. 

무엇보다 비은행 성적을 빼놓을 수 없다. KB금융은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로 결국 비이자 이익이 답이라는 걸 또 한번 증명했다. KB금융지주 계열사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누적 기준 62.6%, 비은행 부문은 37.4%였다. 은행 3분기 누적 순익은 2조8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KB증권 18.9%(3611억원), KB라이프생명 108.6%(2804억원) 증가 등 고른 실적 향상을 보여줬다.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하나금융도 그룹 비이자이익이 수수료이익 1조3825억원과 매매평가익 7876억원 등을 포함한 1조6964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25.5% 증가했다. 

이와 달리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점이 3분기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지만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3.0%로 높아지면서 은행 의존도가 더욱 심해졌다. 반면 나머지 계열사인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각 34.5%, 34.8%, 73.5% 줄었다. 비은행 계열사가 뒷받침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비은행 계열사와 관련해서는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의 리더십 부재론마저 등장한 상황이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직 당시 우리투자등권 인수를 주도하면서 "제갈량이 와도 어렵다"던 노사 갈등 해결을 딛고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우리금융 회장에 오른 뒤 이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매분기 순익이 줄어드는 사이 그가 찾던 증권사 매물은 나오지 않았고, 이 가운데 임 회장은 "카드사와 보험사 인수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그룹 입장은 임 회장과 달랐다. 김건호 우리금융지주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증권사와 보험사도 적정한 매물이 있으면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임 회장 기조와 다른 발언을 내놓으면서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 4분기 및 내년 금융업 전망

3분기 성적표는 이미 나온 상황이기에 금융지주들은 올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한 4분기 실적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4분기 및 내년 금융업 전망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기에 금융지주들은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삐를 쥐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3분기부터 고금리 영향이 순익 증가를 억제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앞으로도 당분간은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사들의 대출자산 성장은 적극적이지 못할 수 있고, 이자부담이 커지고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충당금 적립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고금리와 함께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내년 금융산업이 소폭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5일 발간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은행업은 다소 낮은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은 증가하겠지만 NIM이 하락하고 대손 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이익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성장에 치중하기보다는 안정적 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전체 금융업의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지표는 아직까지는 양호한 편이나,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중소기업과 가계여신, 비은행업권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실적에 있어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고른 성장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본질에 충실하되 생산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 다각도에서의 노력이 지주사들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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