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한 해를 잘 매듭짓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시기이다. 그중에서도 그간의 갈고닦은 학문에 대한 노력을 마무리하기 위한 논문 심사는 지난 몇 년의 개인적 차원뿐만이 아닌 경제적, 사회적 투자를 총정리하는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얼마 전 친우와 약속이 있어 시내를 다녀왔는데 논문에 대해 고민하고 교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적만 하고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는다느니, 문장 표현만 거론하다가 갑자기 전체 논문 구성을 다시 하라고 한다느니, 교수의 지적사항이 이해가 안 가는데 설명이 없다느니 등등 종류도 다양하였다. 논문의 통과가 중요한 만큼, 이를 둘러싼 불만은 어디나 있는 모양이라 일본에서도 아카하라(アカハラ·academic harassment·학교 내 괴롭힘) 사례 중에 논문을 둘러싼 것들도 제법 있다.

대학원생의 논문은 수년간의 노력, 헌신, 수많은 시간의 연구 및 분석의 정점이며 지식의 소비자에서 학계의 기여자로의 전환을 알리는 통과 의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여행은 학생들이 혼자서 헤쳐나가는 여행이 아니다. 논문을 감독하는 교수들은 연구의 궤적을 형성하고 많은 경우 경력 과정을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모든 성공적인 대학원생의 논문 뒤에는 침묵의 힘이 존재하는데, 그 힘은 바로 학생의 학업 여정에서 멘토이자 안내자이자 종종 알려지지 않은 영웅 역할을 하는 교수이다. 교수들은 지식의 문지기로서 학생의 열망과 기존 연구의 광범위한 영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들은 연구 질문을 정의하고, 문헌의 격차를 식별하고, 논문 제안서를 작성하는 데 지침을 제공한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은 연구가 학문적으로 엄격할 뿐만 아니라 학생이 창의적이고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교수들은 전문성 외에도 정서적, 동기 부여적 지원을 제공한다. 대학원 연구는 자기 회의와 좌절의 순간으로 가득 찬 길고 힘든 여정이 될 수 있다. 동정심을 갖고 조언과 격려, 관점을 제공하는 사람은 바로 멘토이다. 그들은 비슷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연구의 시련과 고난을 이해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좌절이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임을 상기시켜 준다. 또한, 논문 지도교수는 학문적 영역을 넘어서는 기술을 육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시간 관리, 마감일 준수, 업무에 대한 규율 있는 접근 방식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운다. 물론, 이러한 기술은 학계 내부 또는 외부의 모든 미래 직업에서 도움이 된다.

교수들은 지적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다른 연구자, 해당 분야 전문가와의 연결을 촉진하고 학생들이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학생의 학문적 경험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력과 네트워킹의 문을 열어준다.

그래서 좋은 멘토의 영향력은 논문 완성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호기심, 탐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들이 선택하는 어떤 직업에서든 도움이 될 분석 기술을 심어준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학문적 능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성격과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 방식도 형성한다. 교수는 학생이 단순히 지식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독특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임을 인식하고 지도와 자율성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율한다. 학생이 질문하고,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하도록 격려한다. 학생은 자기 생각이 아무리 비정통적으로 보일지라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은 종종 자기 회의, 좌절, 불안의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교수는 이러한 어려움을 인정하고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교수는 학생들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마련해 이를 안내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논문 지도교수의 역할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의 공헌을 인정하지 않고 학생의 성취에만 집중하기 쉽다. 논문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대학원생들의 업적을 축하하면서, 그들을 모든 단계에서 지도해준 헌신적인 멘토들의 노력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노력은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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