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파격 인사 후 장수 CEO·임기만료 앞둔 CEO 이목 집중 
내부 통제 논란·금융당국 조사 및 제재 등 CEO 연임 변수 많아

미래에셋그룹이 파격적인 인사교체를 단행하면서 다른 증권사 CEO들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그룹이 파격적인 인사교체를 단행하면서 다른 증권사 CEO들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미래에셋그룹이 과감한 세대 교체를 단행하면서 증권가 CEO들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창업멤버인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이 용퇴하는 등 파격적인 교체를 이뤄냈고, 이로 인해 장수 CEO들을 비롯해 임기만료를 앞둔 대표들의 향후 행보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6일 공시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김미섭 부회장을 선임하고 허선호 부회장과 전경남 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23일 미래에셋그룹의 세대교체 전격 발표에 따른 결정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최현만·이만열 대표이사는 11월 5일 사임한다. 

미래에셋그룹은 오랜시간 헌신해왔던 창업멤버들이 용퇴하고, 주력분야인 글로벌 사업·WM(자산관리) 등에서 성과가 기대되는 50대 임원 6명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미래에셋 시즌2'를 위한 이 파격적인 결정은 증권가를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증권가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증권가에는 최현만 회장 못지 않은 최장수 CEO들이 있는 데다 오는 12월에서 내년 3월 사이 임기 만료를 앞둔 이들도 적지 않은 탓이다. 

최장수 CEO들의 경우 그만한 능력이 뒷받침 되기에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현만 회장의 용퇴에 실적과 경력이 전부가 아님이 증명됐다. 대표 역임만 19년인 최 회장의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2021년 설립 22년만에 증권사 중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하는 데 역할이 컸고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에 직면했을 때도 현명한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파격인사를 단행했고, 이에 증권가의 장수 CEO들도 무난한 연임이 힘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내부통제 불공정거래 의혹 등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왼쪽)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연합뉴스
내부통제 불공정거래 의혹 등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왼쪽)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14년차 CEO인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다. 최 대표는 지난 2010년 4월 대표이사로 임명된 이후 2018년 초 부회장 승진을 거쳐 올해 임기 14년차 베테랑이다. 2025년 3월까지인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최 대표는 철저한 성과보상원칙과 취임 후 보여준 실적으로 연임이 가능했다. 최 대표 취임 후 메리츠증권은 6년간 매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으며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조원대의 대형 증권사로 성장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최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구설수도 없었다. 그런만큼 올해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논란이 최 대표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그룹 매매정지 및 사모 전환사채(CB),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국정감사에도 출석했다. 국감에서 문제가 된 사안은 임직원들의 내부정보 이용 CB 투자 사익 추구, 이화전기 매도 의혹, 부동산 PF 성과급 잔치 논란, 부실한 내부통제 등이다. 

특히 최 대표는 국감에 출석해서 이화그룹 계열 3사의 경영진 리스크를 몰랐다는 답변으로 리스크 관리가 허술했던 점을 드러냈고, 이화전기와 관련한 발언 중 현금으로 추가 인수를 했다고 밝혔다가 위증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그간 최 대표의 공이 크지만 불거진 의혹에 따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 조사도 경영자 입지에는 불안 요소다. 최현만 회장 경우도 미래에셋증권이 내부통제, 라임펀드 재조사 등으로 금융당국 집중조사 대상이 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또다른 장수 CEO는 5연임째인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정 사장은 2018년 대표직에 올라 5연임에 성공했고,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6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연임 횟수로는 최다에 속한다. 공채 사원으로 시작해 대표이사에 올라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 정 사장은 지난해 최악의 실적에도 신뢰를 잃지 않았고 올해 실적도 개선돼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4310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에 6연임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하지만 대행사 보수 미지급과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거래 의혹와 채용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 사장 역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돼 26일 출석했다. 지난 6월 핀테크 스타트업 인덱스마인은 한국투자증권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공정위원회에 고발했다. 기술 탈취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국감장에서 계약서상에 나온 그대로 이행했다고 해명했다.

최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안정'을 강조한 만큼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일련의 의혹과 책임 여부에 따라 쇄신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의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 확정 결과가 연임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박정림 KB증권 대표(왼쪽)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의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 확정 결과가 연임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박정림 KB증권 대표(왼쪽)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국내 주요 증권사 수장들 중에서는 임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많다. 국내 10대 증권사 CEO들 중 앞서 언급한 정 사장을 비롯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가 올해 12월에서 내년 3월 사이 임기가 만료된다.  

각각 자산관리 부문과 투자은행 부문을 맡아온 KB증권의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는 새로운 지주회장 인선과 금융당국의 라임·옵티머스 펀드 제재가 연임의 관건이다. 

우선 양종희 부회장이 다음달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을 앞두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통상 회장 취임 후 인사교체가 이뤄지는 일이 잦은 만큼 양 후보자도 취임 후 세대 교체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박정림 대표의 경우 연임 여부는 금융위원회의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 확정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2020년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판단 후 3년 만에 이뤄질 예정으로 이르면 다음달 제재 수위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 뿐 아니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등도 중징계 부과 여부에 연임이 달렸다. 앞서 금감원은 박 KB증권 대표와 양 대신증권 부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렸고, 정 NH투자증권 대표에도 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를 처분했다. 

금융위가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이 제재안을 유지할 지 감경할 지 여부에 따라 CEO들의 앞날이 달라진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총 5단계로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순으로 문책경고 이상 제재가 확정될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실적 부문과 수장의 인사 교체 여지가 있다. 김 대표는 리테일과 WM부문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IB부문 실적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42.4% 감소한 1006억원을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대표적 '신한맨'으로 꼽히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올해 취임한 후 계열사 경영진이 교체된 점, 김 대표가 '신한맨' 출신이 아닌 점 등이 그의 연임 여부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연임이 점쳐지는 인물도 있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6년 동안 경영능력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장수 CEO의 길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8% 증가한 50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7% 증가했다.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도 보수적 운영으로 타 경쟁사에 비해 손실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이 장 대표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도 종합금융투자사 진입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제기 된다. 2020년 취임한 오 대표는 대신증권에서 37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재무관리와 인사, 마케팅, IB(투자은행) 등을 두루 거쳐 증권업 업무 전반을 경험한 인물이다. 올해 실적도 개선세를 보이며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326억원, 119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8.7%, 104.2% 증가했다. 주가 폭락으로 논란이 된 CFD(차액결제거래)를 도입하지 않는가 하면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동산 PF 부담 최소화 등 리스크 관리도 강점으로 꼽힌다.

증권가 CEO들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실적과 내년 경영 환경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증권시장은 주가조작 의혹 등 암초가 많았고, 연초의 기대와 달리 업황도 썩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난해에는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현 체제를 유지하며 위기를 극복하자는 분위기였다면 내년에는 미래에셋처럼 변화를 선택하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