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발표회서 글로벌 수익비중 25% 달성 목표 제시
글로벌 사업 역량, 해외 환경 리스크 등 변수로 남아

우리은행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우리은행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우리은행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9월 '기업금융 명가'를 재건하겠다는 목표에 이은 두번째 경쟁력 강화 전략이다. 실적 부진으로 수세에 몰린 우리은행이 공격적 전략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있어서는 의문 부호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은행의 역량은 물론이고 국외 환경적 요인도 되레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25일 우리은행 본점 5층 시너지홀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를 가졌다.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은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에 내년 상반기 중 5억 달러를 증자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 없이 해외 진출 없다'를 글로벌 사업의 철칙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상반기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1조3166억원)에서 해외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4%(1402억원)이다. 글로벌 순익을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번달 기준 글로벌 네트워크 24개국 466개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 글로벌 부문은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3억4000만 달러(약 4600억원)로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의 순익 비중이 43%를 차지한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성장 전략 3단계를 밝혔다. 윤 그룹장은 "1단계 소규모 법인 인수 등 소액투자로 시장에 신규 진출, 2단계 현지시장에 대한 이해·경험 축적과 M&A 등을 통해 성장 발판 구축, 3단계 현지 리딩뱅크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법적 규제나 금융환경이 국내와 완전히 상이한 해외시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톱10 은행', 베트남 '외국계 리딩뱅크 도약', 캄보디아 '현지 톱5 은행' 등 비전도 세웠다. 또 동남아 3대 법인의 빠른 성장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이들 법인에 대한 증자를 검토 중이며 증자 규모는 법인별 1억~2억 달러씩 총 5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수익이 많은 곳에 더 많이 투자하는 효율적 자본배분 전략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아울러 차기 글로벌 영업의 거점 중 하나인 폴란드에도 집중한다.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이 다수 진출한 폴란드 남서부 공업도시 카토비체에 2017년 사무소를 개설한 우리은행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방문으로 30조원 규모의 무기수출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외 M&A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또 우리은행의 진출을 발판으로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해외에서 이머징 국가, 자동차할부금융, 전략적 제휴 등으로 현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그룹장은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이 고객기반을 구축한 베트남, 캄보디아를 차기 진출 최우선 순위로 결정했다"며 "두 법인 모두 자동차할부금융과 소액대출을 중심으로 적절한 매물을 탐색 중으로 이르면 내년 중 진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캐피탈은 인도에 첫 발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며, 역시 우리은행이 주요 거점에 3개 점포를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사업 강화 전략에는 실적을 끌어올리고 다른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통상 4대 시중은행이라 하면 KB국민·신한 ·하나·우리은행으로 구성됐지만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NH농협은행이 우리은행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당기 순이익은 각각 1조5545억원과 9228억원으로 6317억원 차이였지만, 올해 상반기 2251억원까지 좁혀졌다. 특히 우리은행은 당기순이익이 1조472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5.3% 감소하며 시중은행들 중 홀로 순이익이 뒷걸음질치기까지 했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해외법인 '우리소다라은행'.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해외법인 '우리소다라은행'. 사진=우리은행

그런 만큼 부진한 실적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라는 구호와 함께 기업대출전략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아시아 넘버원 글로벌 금융사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업계 안팎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목표들이다.

9월에 내세운 기업금융 강화부터 삐걱거렸다. 이례적이기까지 했던 설명회였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기업대출 경쟁이 이미 과열된 상태에서 기업금융으로 실적을 키우겠다는 것은 다소 시대역행적인 발상이며 마진 없는 경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가계부채뿐 아니라 기업부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나왔다. 급기야 국정조사에서도 기업대출 잔액에 따른 부실위험을 우려하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268조5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조7950억원(7.9%) 증가했다.

한국은행도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기업대출이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강화 전략을 밝혔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에 기업대출을 늘리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라 사실상 건선성과 수익성을 모두 보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 이후 등장한 '아시아 넘버원 글로벌 금융사 도약' 전략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은행의 역량과 해외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그간 4대 시중은행 중 글로벌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해왔다. 1위는 신한은행이다. 우리은행이 주력하겠다는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법인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격차는 크다. 

상반기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법인 당기순이익은 1330억7900만원으로 우리은행의 860억5400만원보다 35.35% 많다. 이자수익도 신한은행이 우리은행보다 31% 앞서고 있다. 베트남만 보더라도 신한베트남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1260억1400만원)이 우리은행(303억7700만원)의 약 4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차별성 없는 전략으로 이 격차를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건 어느 은행이나 마찬가지"라며 "발표된 내용만 봐서는 큰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데 이 전략이 전부라면 순위가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 말했다.

실제 우리은행이 발표회까지 열었으나 내용면에서 구체적인 계획보다 현지법인 M&A, 현지 상황에 맞춘 전략 등에 그쳤다. 내실 있는 계획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M&A 전략에 있어 KB국민은행 사례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부코핀은행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가 5년간 손실이 이어지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8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내며 충당금을 붓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글로벌 진출 차기 거점 지역으로 정세가 불안정한 폴란드와 중동 지역을 꼽은 것도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웠는가에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지점이다. 두 지역은 러시아-우르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K-방산 전초기지로 부상한 폴란드의 경우 신한은행 및 기업은행 등도 사무소 형태로 진출한 상황이라 우리은행이 금융지원 첨병 역할을 맡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목표 수준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할 일인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폴란드와 중동은 물론이고 동남아 국가들도 각국 은행들이 난립하면서 시장이 위축되는 분위기고, 중국 부동산에서 시작된 리스크로 인해 동남아 시장에 풀렸던 중국 자금이 회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사업에 있어 이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다 장기적으로 꼼꼼하게 모든 상황적 변수들을 따져가며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9월부터 계속 영업 강화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새롭거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리스크만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부터 "다급함이 눈에 보일 정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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