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캐릭터 페어 참여 작가들의 불만

한적한 캐릭터 페어 행사장. 사진=정호 기자
한적한 캐릭터 페어 행사장. 사진=정호 기자

[뉴스워치= 정호 기자] 캐릭터 하나만 잘 만들어도 다양한 파생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요즘이다. 카카오프렌즈·도구리·잔망루피 등 캐릭터는 꾸준한 인기를 통해 광고나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으로 자라났다.

지금도 많은 신진 작가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내일의 ‘셀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도 신진 작가들을 도우며 예술사업 활성화와 차기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25일까지 진행한 ‘하모니(H-armony) 캐릭터 IP 페어 with KOCCA(이하 캐릭터 페어)’ 또한 마찬가지다. 대기업인 현대백화점과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가 보니 신진 작가들에게 성장 발판을 제공하기 위한  행사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작가들은 키링, 봉제인형, 우표 등 직접 제작한 캐릭터 상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 가판대에 전시했다. 배정된 가판대 외에도 QR코드로 작은 이벤트를 하고 입간판까지 제작한 작가도 있었다. 그런데 준비에 들인 수고와 달리 현장은 아무리 평일 오전 시간임을 감안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드물어 한적했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행사장이 위치한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과 이어진 지하철역 입구는 원래 인적이 드문 곳이다. 위치상 평일의 경우 작가들이 일하는 12시간 중 퇴근 시간에만 반짝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보였다.

한 작가에게 수익을 물어보니 하루 5만원 정도 벌뿐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 얘기를 현대백화점 관계자에게 전했더니 “그럼 행사를 왜 하냐”는 말이 돌아왔다.

형평성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행사가 1차와 2차로 나눠지는데 주중인 1차보다 주말인 2차에 배정된 작가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알리기 훨씬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원래 캐릭터 페어 행사 취지는 작가의 성장을 독려하는 데 있다. 유명 캐릭터 페어를 개최한 A사에 따르면 전시회는 위치 선정부터 진행 방식까지 방문객의 접근성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이번 행사가 작가들의 성장을 독려하기 위한 행사인지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작가들에게 고생만 요구하고 보람과 성취감은 느끼지 못하게 한 행사가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러다보니 명분만 채운 행사라는 뒷말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사회공헌 활동 하나 치렀다고 여기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유망 IP 발굴에 힘썼다고 만족해 하는 식으로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땀 흘린 젊은 예술가들을 장기판의 말로 활용한 셈이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의 소비를 촉진하고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작가들이 유동 인구가 적은 구석으로 몰릴 때 지켜보기만 했다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게 된다. 혹시 현대백화점의 눈치만 살피며 ‘콩고물’만 받아먹으려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대백화점은 5년 4개월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한 판교점에서 진행하기로 한 행사를 돌연 신촌점으로 변경했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좋은 장소로 선정했다는 게 이유다.  앞서 리그오브레전드, 원신, 도구리 등 유명 IP와 협업이 해당 장소에서 이뤄져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고 한다.

여기서 신진 작가들의 캐릭터가 이미 유명세를 떨친 IP와 같은 출발 선상에 놓는 게 합당한지에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팝업 행사 참여 차수 선정은 협력사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은 작가들은 행사 주체인 현대백화점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백화점이 신진 IP 발굴을 과연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생긴다. 캐릭터 인지도에 맞춘 접근성을 행사 주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과 다양한 협력을 이어나간다는 행사 취지에 걸맞지 않은 모습니다.

양사는 앞서 업무 협약을 통해 ▲콘텐츠 IP를 활용한 수요맞춤형 콘텐츠의 공동 기획 발굴 ▲국내 신인 캐릭터 디자이너와 중소콘텐츠 기업의 성장을 위한 유통 및 홍보 등을 약속했다. 비록 첫 단추는 엉성하게 끼워졌지만 좀 더 전문성을 갖춰 본래 취지에 맞춘 행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정호 산업부 차장.
정호 산업부 차장.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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