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한미사이언스 등 주가부양·주주가치 제고 앞세워 자사주 매입·소각 나서
“저평가된 주가 부양시켜 투자자 신뢰 회복” vs “경영권 안정화·지배구조 변경 동력 확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간 합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간 합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앞세워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셀트리온과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해 유유제약, 비보존제약, 고려제약 등 다수의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섰거나 나설 예정이다.

업계는 올해 불고 있는 자사주 매입·소각 열풍에 대해 주가 부양으로 저평가에 지쳐있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주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오너십 강화, M&A를 통한 사업구조 개편 등을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10월 중 한미사이언스와 셀트리온 등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섰다. 한미사이언스는 25일부터 자사주 33만주 취득을 목표로 장내 매수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으로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 100억9800만원을 투입해 내년 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셀트리온도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합병비율(셀트리온 1주 당 셀트리온헬스케어 0.4492620주)에 따라 교환해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주식 230만9813주 전체를 신주발행하고 그 만큼의 주식을 자사주에서 소각한다. 합병 이후 셀트리온의 주식 총수는 전과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식만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경영권 행사에 사용할 수 없는 자사주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기존 대주주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시장에 풀리는 지분이 확대되면서 주가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 유유제약은 지난 7월 자회사 유유생활건강을 흡수합병한 후 자사주 20만주를 소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유제약의 최대주주인 유원상 대표이사는 보유주식 중 자사주 소각 전 기준 0.98% 지분에 해당되는 16만8251주를 소각 후 매각했다. 실제 지분은 33.69%에서 33.10%로 0.59% 하락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50억원에 이어 올해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밖에 삼진제약이 100억원, 광동제약이 56억원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바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에 와서 편법과 우회 정책을 쓸 생각도 없고 이번 조치와 경영권 승계 간 연결고리도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셀트리온제약까지 3사 합병과 의약외품 취급 자회사 신설 등 지배구조 변경 계획을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헬스케어 선도, 비만 시장 선도 등 확고한 비전이 있지만 그에 반해 주식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이에 미래가치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확신을 주주들에게 전달해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고령화 심화 등 이슈를 쫓아 제약업계를 찾은 개인 투자자들이 지쳐가고 있지만 저평가된 제약주의 주가상승은 없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경영권 승계와 M&A를 통한 사업 구조조정 이후 이를 공고화 하기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자문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제약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영권 승계, M&A를 통한 사업구조 개편 등의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시행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도 개편된 사업구조와 후계자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향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의 주식 소각이 합병 이후 서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와 추후 지배구조 변경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자사주 매입도 임주현 전략기획실장 겸 한미약품 사장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유유제약의 자사주 소각도 유원상 대표의 지분가치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