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최 사장 비롯해 78명 낙하산 인사 ‘전문성’ 문제 제기
최 사장 “누구보다 업무 역량 갖춰…성과 지켜봐야”
與 “낙하산이든 보병이든 전투만 잘하면 돼”…文 정부 낙하산 지적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올해 첫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국감장에서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야당이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 임직원들의 ‘낙하산 인사 카르텔’ 문제를 지적하며 대표로 최 사장에게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도 연출됐다. 여당은 전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 수장들의 과거 행적을 언급하며 야당의 공세를 되받아쳤다.

◆ 野, 78명 낙하산 인사 중 대표로 질타…최 사장 “업무 역량 갖춰”

“누구보다 업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국감에서 최연혜 사장의 발언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 사장에게 “본인은 낙하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열린 이날 국감에는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카르텔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이들이 산자부·중기부 산하기관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최 사장은 이슈의 중심에서 진땀을 빼야만 했다. 야당이 총 78명의 낙하산 인사 중 대표로 최 사장을 질타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20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바 있다.

김 의원은 “강진구 상임감사 경력을 보면 가스공사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전문성이 있다고 보는가”라며 “산업부 산하기관 58개 중 37곳 64%에 총 78명의 낙하산 인사가 전혀 전문성 없이 포진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 사장을 비롯해 낙하산 인사로 꼽은 임원들의 경력을 직접 읊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김철현 석유공사 비상임 이사가 최 사장의 20대 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었고 윤정식 비상임 이사 역시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또 새누리당 소속으로 19·20대 의원을 지낸 정용기 지역난방공사 사장 역시 전문성을 문제 삼았으며 김좌열 상임감사는 윤석열 예비후보 캠프에서 국민희망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은 점을 거론했다.

최 사장은 “이런 논란은 전 정부 시절에도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제 개인에 대해서 어떤 이유로 낙하산이라고 하는지 기준 자체에 동의가 되지 않는다”며 “결국 일을 맡은 사람들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 그 성과를 지켜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최 사장 본인이 전문성을 지녔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이 같은 대답은 야당의 또 다른 질타로 이어졌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과 지난해 민간 LNG 발전사의 영업이익이 2년 전보다 250% 증가한 원인을 묻는 과정에서 최 사장이 빠르게 답변하지 못하자 “경영을 잘 안 다면서 찾고 그러면 되겠는가. 경영 전문가라면 바로 진단이 나와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부터)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부터)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與, 가스공사·가스안전공사 낙하산 인사 사례로 ‘맞불’

여당은 이러한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놨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의 사례를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채 전 사장은 재직 시절 호화 출장으로 최근 논란을 일으켰다. 또 프로농구단에 총감독과 외부 단장직을 신설해 동문을 앉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채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출신으로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 인사다.

권 의원은 “낙하산이든 보병이든 전투만 잘하면 되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채희봉 전 사장은 마이너스 손이다. 가는데 마다 분탕질을 치는 것 같은데, 안 좋은 낙하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국감에서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전임 사장 2명의 행적을 꼽으며 낙하산 이슈가 전·현 정부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낙하산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나쁜 낙하산’ 사례로 15대 김형근 사장과 16대 임해종 사장의 사례를 지적했다. 이들이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을뿐더러 재직 시절 사회공헌사업에서 사익을 위해 조직을 활용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임해종 전 사장은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했고 20대 총선에 나왔다가 낙선했다. 21대 총선 예비후보로 나왔다가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다”며 “다시 또 22대 총선에도 나가려고 준비한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가스안전공사 일보다는 출마에 더 관심을 뒀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김형근 전 사장도 민주당 충북도의회 의장을 했고 원내대표 정무특보, 21대 총선 예비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다”고 덧붙였다.

임해종·김형근 전 사장이 재직 시절 자신의 지역구에 편중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임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의 지역구는 각각 충북 증평·진천·음성, 청주시 상당구다.

박 의원은 “임해종 전 사장은 부임하고 나서 자기 지역구에 사회공헌사업 예산의 55~85%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행사만 있으면 전부 자기 지역구인 진천에서 했다”며 “김형근 전 사장은 2020년 1월 2일 총선 출마로 사퇴하기 사흘 전 집중적으로 청주에 사회공헌 예산을 갖다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하산이 전부 나쁜 게 아니다. 조직을 혁신하고 잘 이끌어가는 낙하산이 있는가 하면, 조직을 자기 개인을 위해 쓰는 이런 사람들이 나쁜 낙하산”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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