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최현만 회장 등 창업멤버들 용퇴…50대 임원 6명 부회장 임명
부진한 실적·리스크 영향…글로벌 사업 및 WM 등 변화와 혁신 위한 인사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미래에셋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미래에셋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미래에셋그룹이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미래에셋그룹은 최현만 회장 등 창업 멤버들이 용퇴하고, 50대 임원 6명이 부회장에 오르며 변화와 새 출발을 예고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3일 창업 멤버 퇴진과 세대 교체를 핵심으로 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1997년 미래에셋 창립 멤버로 참여해 26년간 그룹을 성장시켜 온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해 사업 초기 멤버에 속하는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이만열 사장 등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6명의 새로운 인물들은 증권, 자산운용, 생명에서 발탁했다. 미래에셋증권 김미섭·허선호·이정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이준용 사장이 부회장에 임명됐다. 미래에셋생명의 김재식 사장과 인도법인의 스와럽 모한티(Swarup Mohanty)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회장의 결단에 내부도 술렁였다는 전언이다.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일찌감치 용퇴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최 회장의 경우 창업 멤버이자 장수 CEO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만 회장은 1989년 동원증권 입사 후 서초지점 지점장으로 일하다가, 1997년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을 출범시킬 때 창업 멤버로 함께했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상무,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등을 거쳐 2021년 12월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올랐고 이 기간 미래에셋그룹 성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특히 주력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설립 22년 만인 2021년 증권사 중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최 회장의 용퇴는 큰 결단이 아닐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도 인사를 발표하며 "26년 전 창업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고민이 세대 교체였다"며 "인간적인 번민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향후 10년 이상을 준비하는 전문 경영체제를 출발시키기로 했다"고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음을 밝혔다. 

박 회장이 이전과는 다른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래에셋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배 순이익(연결)은 2021년 1조원을 첫 돌파했지만 지난해 6190억원으로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 5000억원대 후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전반적으로 증시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지만 올해는 해외부동산 투자금에 대한 평가손실, CJ CGV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사채 평가손실 등 경영과 연관된 사안이 적지 않다. 

특히 해외부동산 투자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차액결제거래(CFD)와 해외부동산에서 700억원대 충당금을 쌓으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해외부동산 평가손실은 2분기 500억원,  미수채권 충당금도 260억원 규모다.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해외부동산 리스크 전망으로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급락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2021년 초 1만1100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했고, 현재 6000원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집중검사대상이 된 점도 뼈아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라임·옵티머스펀드 특혜환매 조사를 벌인 결과 다선 국회의원이 라임자산운용사와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특혜환매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특혜자로 지목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환매였다며 정치적 조사라 반박했고,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 뱅커(PB)의 권유를 받았다"는 발언 등이 나오면서 화살이 미래에셋증권을 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확실한 건 판매사와 운용사 모두 그 돈이 고위직 공무원의 돈인 걸 알고 조치를 했다는 것"이라며 환매 자체가 불법"이라 못박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 세대교체 인사에 따른 새로운 경영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미섭·스와럽 모한티·허선호·이정호·이준용·김재식 부회장. 사진=미래에셋
미래에셋그룹 세대교체 인사에 따른 새로운 경영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미섭·스와럽 모한티·허선호·이정호·이준용·김재식 부회장. 사진=미래에셋

미래에셋그룹은 이같은 고비들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글로벌 영업, 자산관리(WM), 디지털 세가지 키워드가 이번 인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6명의 인사 모두 이 키워드와 관련이 있다. 

미래에셋 측은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글로벌, WM, 디지털 강화로 이에 방점을 둬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증권 홍콩법인 이정호 부회장·자산운용 인도 스와랍 모한티 부회장·Global X재팬 윤주영 부사장, WM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증권 허선호 부회장·금융서비스 김평규 부사장, 디지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 안성성 부사장 등이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미래에셋그룹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부동산 리스크가 발목을 잡기는 했지만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올해 4조원 이상으로 국내 증권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 전체 계열사 해외법인이 지난해 벌어들인 세전이익은 4468억원으로 그룹 전체 세전이익(1조9653억원)의 22.7%에 해당한다. 적극적인 해외법인 확장 및 현지 금융회사들에 대한 인수합병(M&A) 전략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더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성장을 위한 인사들은 스와럽 모한티·이정호·이준용 부회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스와럽 모한티 신임 부회장은 성장하는 인도시장을 잡을 핵심 인사로 거론된다. 지난해 아시아 증시가 30~40% 빠지는 동안에도 인도 증시는 하락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탄탄한 체력을 과시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이 6.1%로 추정되는 등 유망한 시장으로 손꼽힌다.

이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기반을 탄탄히 해 나가야 하는 역할을 맡은 스와럽 모한티 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장을 맡아 왔다. 2018년 신설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대표직에 임명된 뒤 5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인도를 중심으로 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사업 확장과 새로운 수익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그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인도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된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멀티운용 부문을 총괄하며 글로벌 투자, ETF 등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이정호 부회장은 홍콩법인 CEO로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김미섭 신임 부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김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사업을 이끌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캐나다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ETFs인수, 2018년 글로벌X 인수 등에서 큰 역할을 했고,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하는 등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꼽힌다.

자산관리(WM)도 미래에셋그룹이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WM은 'Wealth Management'의 약자로 과거 PB(Private Banking)로 불리던 개인 맞춤형 자산운용이 확장된 개념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는 금융투자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데다 향후 이 부분이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른 적임자로 허선호 부회장이 낙점된 것이다. 허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 WM사업부 대표로 WM사업부를 총괄하며 연금, 해외주식, 디지털 등 리테일 사업을 담당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허 부회장의 WM 부문 성과가 인정을 받은 셈이다.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달라진 보험시장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김 부회장은 풍부한 자산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변액보험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IFRS17제도를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5년 총자산 수익률뿐 아니라 지난 1분기 총자산 규모 30조원 이상 생명보험사 기준으로 주식형·주식혼합형·채권형·채권혼합형 등 유형별 수익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어 김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회장직은 아니지만 부사장으로 승진한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전무는 미래에셋그룹 디지털 부문을 강화할 인물로 꼽힌다. 안 부사장은 미래에셋증권의 차세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왔다. 앞서 NH투자증권에서 MTS '나무'를 성공시킨 바 있으며 2021년 미래에셋에 영입된 후 10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차세대 MTS 론칭에 성공했다. 향후 미래에셋의 디지털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이 짊어지게 된 '미래에셋 시즌2'는 전 금융권에 드리운 고금리 영향, 부동산 리스크 및 충당금 적립 등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펼쳐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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