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대형 지하터널 현장 방문…임직원 격려
사우디에 중동 첫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전기차 등 신규 수요 적극 창출
중동 주요국서 첨단 플랜트·원전 등 사업 잇따른 수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건설 현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건설 현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제 및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현지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전기차 등 신규 수요 창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중동은 현대차그룹에 의미가 깊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중동신화의 주역이 됐다. 그는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어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중동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석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도 중동에서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계는 정주영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온 도전 DNA로 첨단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현대차그룹만의 헤리티지로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선대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선대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회장, 사우디 대형 지하터널 건설 현장 찾아 임직원 격려

정의선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 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정 회장의 이번 현장 방문은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주요국 사우디의 변화를 직접 둘러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 구간을 시공 중이다. 해당 구간은 일반적인 사막과 달리 산악 지형에 위치해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다양한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현장 직원 및 협력사 직원의 국내 가족들에게 감사 편지를 동봉한 격려 선물을 보냈기도 했다.

◆ 현대차그룹, 전기차 등 완성차 생산·친환경 에너지 협력

정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CKD(반조립제품)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이에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2026년 사우디에 그룹 최초의 완성차 생산 공장을 완공해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 및 현지 특화 마케팅으로 신규 수요를 적극 창출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특히 사우디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시장성으 높은 지역이다.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게 이유다. 현대차·기아는 자체 분석을 통해 2030년 전후로 중동 자동차 시장 산업 수요가 3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사우디 자동차 시장에서 21%의 점유율로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며 중동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

현대차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자동차연구원’, 사우디에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Air Products Qudra)’,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the Saudi Pubic Transport Company)’와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 확대 및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을 중동에 공급하며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헬기에서 내려 건설 현장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헬기에서 내려 건설 현장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건설·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 중동 수주 잇따라

현대건설과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의 중동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로부터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Saudi Arabia Jafurah Gas Processing Facilities Project) 2단계’를 수주했다.

두 회사는 쿠웨이트 알주르(Al-Zour) LNG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으며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를 수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Amiral)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만 (Marjan) 가스 및 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Baraka) 원전, 카타르 루사일(Lusail) 플라자 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Shuwaikh) 항만 개보수 공사, 이라크 바스라(Basrah) 정유공장 등 중동 5개 국가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총 26조3000억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의 파드힐리(Fadhili)와 사파니아(Safaniya) 등 대규모 가스전 프로젝트 수주전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어서 현지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현대로템도 우수한 품질과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철도 사업 수주를 이어가며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건설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건설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로템은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NAT)이 발주한 7557억원 규모의 카이로 2·3호선 전동차 공급 및 현지화 사업을 확보했다. 수소전기트램 등 수소 기반 친환경 철도차량 기술력을 토대로 중동 철도 인프라 분야 진출도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판재, 봉형강, 강관 등 다양한 에너지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사우디 주아이마(Juaymah) 유전의 천연가스 액체 공장 확장 공사 후판 공급을 올해 완료했으며 LNG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에 대응해 신규 가스 수송용 강관 소재를 개발하는 등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께서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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