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12월 1일부터 배터리용 흑연 수출 통제
중국 의존도 93.7%…당장 수입처 다변화 쉽지 않아
적정재고 유지에 총력…상황 모니터링 후 적극 대응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에서 음극재가 제조되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에서 음극재가 제조되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양산하는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움직임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통제로 포스코퓨처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 연말부터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흑연 일부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고 12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 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 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팽창흑연 등 천연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 조치는 아니지만 이들 흑연 제품 수출업자는 상무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하고, 상무부와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야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는 미국의 견제에 대한 반격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의 배터리, 반도체 등 공급망 패권 경쟁이 가열 양상을 보이면서 신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자원 통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또 첨단 제조업을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로 번질 우려도 나온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흑연 채굴량 130만t(톤) 가운데 중국이 85만t(65.4%)으로 1위르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2억4100만 달러(3259억5250만원)의 이차전지 음극재용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연은 이차전지의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의 핵심 원료로 배터리 수명과 충전 속도를 결정한다. 한국에서는 흑연을 거의 전량 수입한다. 중국 의존도가 93.7%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인조흑연 전체 수입액 7909만 달러(1069억6923만원) 중 중국 수입액이 7461만 달러(1009억1003만원)로 94.3%를 차지했다. 천연흑연의 경우 전체 6685만 달러(904억1463만원) 중 6533만 달러(883억5883만원)가 중국산으로 97.7%를 나타냈다.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결국 배터리 핵심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에 달해 당장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중국에서  구상흑연 형태로 흑연 원료를 들여와 세종 공장에서 음극재 상품으로 가공한 뒤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흑연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극재 시장 판도가 인조흑연으로 넘어가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 전기차용 흑연 음극재는 인조·천연흑연이 대략 6 대 4 비율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조흑연은 석유·석탄 등을 정제해 만든 ‘코크스’를 주재료로 삼는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은 인조흑연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포스코제철소에서 나온 부산물로 만든 코크스를 인조흑연으로 가공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천연흑연 7만4000t, 인조흑연 8000t 수준의 생산 규모를 2030년 천연흑연 18만2000t, 인조흑연 15만3000t, 실리콘 탄소 복합체(Si-C) 2만5000t 등으로 키울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량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많은 1만8000t으로 끌어올리고 공장 증설을 통해 2026년에는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량을 5만8000t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북미에도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뉴스워치>와 통화에서 “현재는 적정하게 원료 재고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에도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적정 재고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현재 적정 재고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해놓았다”며 “흑연 수입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수입 통제 정책이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하지만 그 전에 상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면서 사전에 세워놓은 계획에 따라 적정 재고 유지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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