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 플라스틱’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2025년 37조 시장으로 규모 확대
GS칼텍스와 3HP 공동사업 협력 MOU…아모레퍼시픽과 친환경 포장용기 개발·공급
디스플레이용 필름 공장 매각,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 철수 등 체질 개선 돌입
사업 구조조정 통한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 강화

LG화학의 친환경 브랜드 ‘렛제로’(LETZero)가 적용된 친환경 소재 . 사진=LG화학
LG화학의 친환경 브랜드 ‘렛제로’(LETZero)가 적용된 친환경 소재 . 사진=LG화학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을 정리 중인 LG화학이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s)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폐플라스틱에 따른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함께 자연에서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글로벌 ‘탈(脫)탄소’ 시장에 대응하고 바이오 연료와 재활용 플라스틱 등 수익성이 보장된 친환경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스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가 연평균 21.7% 성장하면서 2025년에는 약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 원료 기반 플라스틱은 일명 ‘썩는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식물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기존의 플라스틱과 쓰임새는 비슷하지만 일반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린다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수개월 내 자연 분해된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바이오 플라스틱은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어 미래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위한 수익성이 높은 중요한 사업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유럽플라스틱협회는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능력이 2018년 211만t(톤)에서 2023년 262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에서도 새로운 소재 등장, 사용촉진 제도 도입 확대 등으로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노바 연구소는 2023년 바이오 원료 기반 플라스틱 생산 규모가 2027년까지 연평균 14%로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대규모 생산이 보편화됨에 따라 지속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가격 대비 성능이 비교적 높은 품목이며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을 통틀어보면 수입과 수출, 생산량과 소비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보여 향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규모가 더욱 더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중 LG화학이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아모레퍼시픽과 친환경 포장용기 개발과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맺었고, GS칼텍스와 친환경 바이오 원료인 3HP(3-Hydroxypropionic acid·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 공동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모레퍼시픽 SCM 유닛장 강명구 전무(왼쪽)와 LG화학 NCCPO사업부장 양선민 전무. 사진=LG화학
아모레퍼시픽 SCM 유닛장 강명구 전무(왼쪽)와 LG화학 NCCPO사업부장 양선민 전무. 사진=LG화학

먼저 LG화학은 아모레퍼시픽과 지난 16일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업무협약을 맺고 친환경 순환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LG화학과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용기와 포장재 등 패키지 개발 및 공급으로 친환경 전환을 시작한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플라스틱세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EU 집행위원회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수준을 2025년까지 50%, 2030년까지 5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LG화학과 아모레퍼시픽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LG화학이 재활용, 열분해유, 바이오 기반의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면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및 생활용품 포장재로 사용하는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시작은 아모레퍼시픽의 헤어 브랜드인 ‘미장센’ 라인이다. 이 제품 용기에 PCR(Post-Consumer Recycled·기계적 재활용 플라스틱) PE(재활용 폴리에틸렌), 뚜껑에는 PCR PP(재활용 폴리프로필렌)를 각각 적용한다.

이 방식을 시작으로 바이오 원료, 열분해유 기반의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공급을 확대시킬 계획이다.

또 양사는 고객 피드백을 공유해 친환경 소재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공급 ▲수거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 모델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LG화학은 GS칼텍스와 지난 12일 서울 LG화학 마곡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 캠퍼스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친환경 바이오 소재의 핵심 원료인 3HP 공동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3HP는 바이오 원료인 포도당과 식물성 기름에서 유래한 비정제 글리세롤의 미생물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친환경 물질이다. 3HP로 만든 플라스틱은 뛰어난 생분해성과 높은 유연성을 지닌 고분자로 다양한 일회용품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 

또 3HP는 바이오 아크릴산(Acrylic Acid)으로 전환돼 기저귀에 적용되는 고흡수성수지(SAP·Super Absorbent Polymer) 및 도료, 점·접착제, 코팅제, 탄소섬유 등 여러 소재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 케미컬(Platform Chemical)로 각광받고 있다.

LG화학의 3HP 발효 원천 기술과 GS칼텍스의 분리정제 공정 기술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사진=LG화학

이에 앞서 2021년 양사가 3HP 양산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Joint Development Agreement)을 체결하고 지난해 7월에는 GS칼텍스 여수 공장에 3HP 실증 플랜트도 착공했다. 최근 완공된 이 공장은 2024년 1분기 본격적인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HP 기술 개발 시도는 있었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른 사례는 없어 시제품이 생산되면 첫 케이스가 된다.

LG화학은 지난 4월 북미 친환경 연료전문업체 지보(Gevo)와 2026년까지 바이오 프로필렌을 상업화하기 위한 공동연구개발을 체결했다. 지보에서 바이오 에탄올로 프로필렌을 만드는 기술을 제공하면 LG화학은 공동 연구개발과 공장구축을 통해 상업화에 나선다. 

바이오 프로필렌이 개발되면 LG화학은 바닥재, 기저귀, 자동차 내외장재 등을 만드는 고객사에 100% 바이오 기반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기존 제품에 비해 90% 이상 탄소저감 효과도 있어 이산화탄소(CO₂) 및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한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달성 및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등 이슈에 대응할 수 있다.

이렇듯 최근 LG화학의 행보를 보면 기후변화로 화학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변하는 데다 중국발 공급대란이 지속되면서 범용 제품 사업을 정리하고 친환경·고부가 신산업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뜯어고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2020년 중국 기업에 LCD(Liquid Crystal Display·액정표시장치)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했고 점·접착제(OCA) 사업도 정리했다. 또 올해 8월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소재 사업부 내 디스플레이용 필름 공장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지난 9월에는 IT 소재 사업부 내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약 1조1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팔았다. 상반기에는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을 철거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 악화에 빠진 사업에서 발을 빼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대응책 차원에서 IT 소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강화할 예정이다”며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플라스틱은 그 중에 하나이고 구체화 돼 있다기보다는 향후 넓혀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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