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세미나’ 사흘간 개최…경영진 성과 및 내년 전략 점검
이스라엘 전쟁 여파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집중 논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움 만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움 만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SK그룹 핵심 경영진 30여명이 프랑스 파리로 집결했다. 현지에서 최태원 회장이 주재하는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CEO 세미나는 확대경영회의(6월), 이천포럼(8월)과 함께 그룹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3대 연례 회의로 매년 10월에 개최된다. 시기상 주요 계열사 경영진의 성과와 내년 경영 전략을 점검하는 성격을 갖는다. 이에 따라 통상 12월 초 단행해 온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CEO 세미나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화두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총력전과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이후 1년 넘게 ‘엑스포 외교전’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 여름엔 발목 부상으로 목발을 짚은 채 일정을 소화해 ‘부상 투혼’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최 회장은 막판까지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CEO 세미나를 파리에서 개최한 것도 엑스포 유치 지원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오는 11월 개최지 선정을 위한 최종 투표가 파리에서 실시된다. 따라서 최 회장이 현지에서 총력전을 주문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은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미래 전략이다. 지난 6월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 기조연설에서도 “지금 우리는 과거 경영 방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 있다”며 “미중 경쟁과 경제 하강 국면, 블랙스완으로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기 변수와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미래의 모습을 설정하고 각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CEO 세미나에선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서방국 견제에 이어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전쟁이 위기 변수로 꼽힌다. 특히 SK가 정유·석유화학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전쟁 장기화가 미칠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에 개입하거나, 원유생산 시설 및 수송로 침해가 발생할 경우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스라엘에 밀집한 첨단분야 기업의 운영이 중단되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망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재계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만큼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둘러싼 대응 방안이 CEO 세미나의 핵심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고 최 회장의 경영 혁신 속도전을 기대했다. 앞서 최 회장은 올해 이천포럼의 핵심 키워드로 ‘스피크 아웃(Speak-Out)’으로 정하고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성원의 의견 청취에 나선 바 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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