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10위권 상승, 물류 계열사와 시너지 기대
실탄 마련 관건…3강 경쟁구도서 상대적 우위 평가

LX인터내셔널이 HMM 인수를 통한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2025년 완공을 앞둔 부산 친환경 복합 물류센터 조감도. 사진=LX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이 HMM 인수를 통한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2025년 완공을 앞둔 부산 친환경 복합 물류센터 조감도. 사진=LX인터내셔널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LX그룹의 HMM 인수는 재계 10위권으로 올라설 날개를 다는 일이다. HMM은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유일한 국적선사로 자산 규모만 26조원을 웃돈다. 인수에 성공만 한다면 LX의 자산 총액은 37조원 이상으로 껑충 뛰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022년 기준으로 집계한 국내 기업 자산 총액 순위상 15위까지 도약이 가능해진 셈이다. 해당 집계에서 LX는 11조2734억원으로 44위를 차지하며 출범 3년 만인 올해 대기업집단에 첫 진입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몸집을 키우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 수단이 바로 HMM 인수다.

이 뿐만이 아니다. LX는 물류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종합상사)과 LX판토스(물류대행사)를 보유한 만큼 HMM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로써 통합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LG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계기가 될 수 있다. LX는 2021년 LG에서 독립한 뒤로 양사 간 거래 비중을 줄여가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일례로 지난해 LX판토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56.3%가 LG전자와 LG화학에서 나왔다. 독자 생존의 기틀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HMM 인수는 호재로 평가된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매출 구조 다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인수 자금 마련이다. HMM의 매각 가격이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LX의 현금성 자산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MM의 보유 현금(12조원) 활용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평가 항목에 포함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HMM의 자산을 담보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고금리 장기화 속에 수천억원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재무적 투자자(FI)의 도움을 받을 경우 향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HMM의 재무건전성 악화, 신용도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 업계 침체도 걱정이다. 운임 하락 등으로 해운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고되면서 HMM의 적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업황 회복까지 더뎌지면 상대적으로 체급이 낮은 기업에겐 왕관의 무게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비단 LX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LX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하림·동원그룹도 인수 자금 마련에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하림과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1조6000억원, 5000억원 수준으로 자금 동원력에 물음표가 붙는다.

안갯속 향방은 유찰설(設)을 키웠다. 오는 11월 예정된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해 매각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은 LX, 하림, 동원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한 뒤 지난 9월부터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는 이달 마무리하고 내달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게 매각자 측의 로드맵이다. 거래를 서두를 만큼 매각 의지가 강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에 숨고르기를 택할 수 있다. 

LX는 인수전을 둘러싼 혼돈 속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삼가고 있지만 인수 후보자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은 여전하다. 인수 주체로 나선 LX인터내셔널 측은 “계약상 비밀 유지에 따라 설명이 제한적이다보니 인수 의지를 의심하는 말이 나온 것 같다”며 매각 레이스의 완주 의사를 시사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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