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 “강력제재” “형사처벌” 강경발언에도 신뢰도↓
개인투자자들 불만 고조…불법 공매도 근절 국민청원까지

BNP파리바와 HSBC 불법 공매도 적발 후 불법공매도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사진=연합뉴스
BNP파리바와 HSBC 불법 공매도 적발 후 불법공매도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적발 후폭풍이 거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형사처벌을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여론은 공매도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안일함을 지적하며 공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높다"고 지적했고, 이 금감원장은 최근 적발된 불법 공매도 건과 관련해 "과거에 있었던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금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겠다"면서 "형사처벌도 가능할 거 같은데, 외국에 있는 사람(임직원) 끌어와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금감원은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길게는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 총 110개 종목에 대해 합산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공매도를 할 경우 주식을 반드시 '사전 차입'해야 하지만 해당 은행들은 실물 주식을 빌리지 않는 무차입 공매도를 해왔다. 금감원은 두 IB가 수수료 수익을 위해 불법 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금감원장은 "불법 공매도 건은 그냥 단순히 개별 건으로 보기에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태라든가 이런 것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른 정책과 균형감 있게 제로베이스에서 한번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외국인이 차입 공매도를 걸어놓고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무제한 기다리는 것을 방지하도록 차입 공매도 상환 기간에 일정 기간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윤 의원 질의에도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는 "외국인투자자라든가 해외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제도의 선진화가 무조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국내 기관의 신뢰도 얻어야 하고 개인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모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 지점은 너무 크게 신뢰가 손상된 지점이라 조금 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말했다.

공매도가 관행화돼 있다며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금감원장의 입장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 정도의 대형 증권사가 불법 공매도를 이렇게 장기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쪽 업계에서는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관행화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공매도를 덮을 수도 없고 걷을 수도 없는, 어떻게 보면 약간 병목에 갇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불법 공매도로 카카오 주가가 하락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인과관계를 규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 IB 중 BNP파리바는 카카오 등에 대해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했고, 이 기간 카카오 주가는 47% 정도 하락했다. 

이에 대한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이 금감원장은 "카카오 주가가 내린 이유는 기업공개(IPO) 이후 시장 변화, 내부 임직원들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주식 처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보니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금감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말들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차입 공매도 상환 기간에 일정 기간 제한을 둬야 한다거나 제도의 선진화 필요성 모두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이 금감원장은 그간 공매도 세력에 당해야만 했던 개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을까. 그렇지는 않은 분위기다. 이 금감원장의 불법 공매도 발언 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또 말 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앞장서서 제도를 개선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워야 하는 금융당국이 정작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매도란 없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제 주식을 매수해 갚는 방식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팔고,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해당 방식은 부정적인 정보들을 선별해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인지하게 만들고,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른바 공매도 세력 등 대형자본의 시장 교란으로 대규모 주가 폭락이 발생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는 일도 적지 않다. 외국인 및 기관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약 99%를 점유하면서 개인투자자를 위협하는 수단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공매도 상환 기간 및 담보 비율 등에서 개인과 기관에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개인투자자들은 최대 90일까지만 주식을 빌릴 수 있고 담보 비율도 120%인 반면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고 담보비율도 105%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 140%, 상환기간 60일이던 때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기는 하나 외국인이나 기관과 대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외국인 놀이터'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빈번하면서 '공매도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다'는 인식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한국거래소 자료만 보더라도 이같은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18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50개 종목 중 46개 주가가 하락했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았던 일부 종목을 보면 BGF리테일은 거래대금 중 37%가 공매도였고, 한달 사이 주가가 9.4% 빠졌다.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26%였던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12.4% 하락,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한달 거래대금 중 23%를 공매도가 차지하면서 13.4% 하락했다. 

특히 올해 공매도 거래대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 "공매도 없애는 공약을 내거는 사람에게 투표하겠다" 등 의견을 내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국감에서 공매도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속시원히 긁어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우선 공매도에 꼭 따라 붙는 수기(手記) 문제가 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기록을 수기로 작성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산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매도 연관검색에 '수기'가 따라붙는 것은 물론이고, 공매도 관련 기사나 글에도 꼭 이 수기 문제가 지적된다. 그러나 이 금감원장은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고,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전산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금융위원장은 "실시간으로 (공매도를) 전산화하려면 공매도 거래 시스템과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고, 그 전에 대차 거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주식 배당이나 옵션 지급 등 목적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악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타국에서 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거래를 어렵게 하는 것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적발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면 '처벌 강화'가 뒷받침 돼야 하는 상황. 그나마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수장 모두 언급을 하긴 했다. 김 금융위원장은 "(불법 공매도 적발 시)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이 금감원장도 형사처벌 등을 언급했다. 

국회가 제공받은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8월까지 불법 공매도 174건에 대해 과징금·과태료만 부과됐을 뿐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전체 174건 가운데 외국 기관은 156곳, 국내 기관은 18곳으로 대부분 외국 기관이었다. 

국내에서는 2021년 4월 개정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무차입 공매도를 하다 적발될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 이득의 5배까지 벌금이 부과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존 1억원 이하 과태료보다는 개선된 것이지만 해외 사례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경우 악의적으로 남용하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500만 달러(약 68억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을 적용하고 있으며 벌금은 부당이득의 10배 규모다. 프랑스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1억 유로(약 1427억원) 혹은 이득의 10배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은 불법 공매도에 50만 유로(약 7억1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영국은 벌금 상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불법 공매도에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지난 3월 착오로 인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ESK자산운용에 38억7000만원, UBS에 21억8000만원 등 과징금을 부과한 만큼 이번 BNP파리바·HSBC 사례에선 역대 최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제도 개선에 앞서 금융당국이 생각해야 할 점은 당국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다. 금융당국은 1300만명의 투자자를 불공정거래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IB가 우리 증시에서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건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를 방치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이들이 8일 만에 5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이번 국감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보여준 형식적 발언과는 다른 언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시도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준다면 여론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개인투자자 대다수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 근절 의지를 보여달라."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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