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계획 있다”…상속세 마련·지분율 하락 대비책 필요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혁신…‘지분’보다 ‘시스템’부터 변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1년 12월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승계와 관련해 “아들은 아직 어리고 본인만의 삶이 있다.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BBC코리아 유튜브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1년 12월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승계와 관련해 “아들은 아직 어리고 본인만의 삶이 있다.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BBC코리아 유튜브 캡처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SK그룹의 경영 승계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승계 고민이 담긴 외신 인터뷰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최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을 이끌 것인가. 그 문제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승계 준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실상 구상도 끝냈다. 최 회장은 “나만의 계획이 있다”면서도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승계 절차 돌입이 머지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 안정적인 승계와 경영권 유지를 위해선 준비 작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세 자녀 모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SK㈜에 대한 지분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공시된 SK㈜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최 회장이 17.5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여동생) 6.53% ▲최재원 SK 수석부회장(남동생) 0.36% ▲최종현학술원(부친의 이름을 딴 비영리 공익재단) 0.25%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부인) 0.01%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총 24.74%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분 상속을 통한 경영 승계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법상 대기업 상속세율은 할증과세가 적용돼 60%에 달한다. 또 혼인 중 출생자와 혼외자 간 차별 없이 상속돼야 한다. 따라서 노 관장과 슬하에 둔 세 자녀 외에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낳은 자녀에게도 지분을 나눠줘야 한다. 결국 상속 과정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상속세 마련, 지분 쪼개기 등으로 지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유족들은 6조원대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그룹 지주사인 NXC 지분 29.3%를 정부에 물납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 윤정, 민정, 인근씨. 이들은 각각 SK그룹 계열사인 SK바이오팜, SK하이닉스, SK E&S에 몸담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 윤정, 민정, 인근씨. 이들은 각각 SK그룹 계열사인 SK바이오팜, SK하이닉스, SK E&S에 몸담고 있다. 사진=SK

이에 따라 재계에선 최 회장의 세 자녀들이 이사회 참여를 통해 승계 구도를 구축할 것이란 해석과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유(지분)와 경영을 분리하되 이사회를 오너가 의견 반영의 창구로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최 회장도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 철학으로 계열사별 이사회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에 무게를 두는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혁신을 추진해왔다.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도 “인공지능부터 지정학적 변화에 MZ세대 등장까지 혼자서 모든 걸 다 알 수 없는 시대다. 그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멀티 CEO 체제’를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주주로서 베니핏(이익)을 물려주는 게 더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승계 기회는 전문경영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열어놨다. 자녀들의 삶과 선택을 존중해 “강요는 하지 않겠다”는 게 최 회장의 방침이다. 다만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이사회 동의’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최 회장의 세 자녀는 그룹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출범한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해 보폭을 넓혔다. 차녀 민정씨는 SK하이닉스에 몸담고 있다. 지금은 휴직계를 내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의료 스타트업 던(Done)의 무보수 자문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비영리단체 스마트(SMART)에서 취약계층 중·고등학생 대상 무료 교육 봉사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장남 인근씨는 2020년 9월 SK E&S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올해 초 북미법인 패스키(PassKey)로 자리를 옮겼다. 현지에서 글로벌 에너지솔루션 사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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