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E100’ 대신 원전 포함한 ‘CF100’ 밀어 붙여…회장에 이회성 前 IPCC 의장 선출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포스코·LG화학·한화솔루션·한국전력 등 14개 기업 참여
국내에서는 적극적인 행보 전개…해외에서는 글로벌 동의 없어 외교 과제 해결 시급
기업들은 RE100 조건 충족 따른 비용 지출 대신 CF100으로 새로운 프레임 형성 노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정부가 국제사회에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을 달성하기 위해 제안한 무탄소에너지 연합인 ‘CF연합’(Carbon Free Alliance)이 정식으로 출범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청정에너지만을 이용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의 대응수단으로 추진해온 ‘CF100’(Carbon Free 100·탄소 배출 제로 100%) 연합체가 탄생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한국형 탄소중립 모델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CF연합에 참여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CF연합의 출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UN·국제연합)총회 기조연설에서 약 15분간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의 국제 확산과 선진국과 개도국 간 기후 격차 해소를 위한 열린 국제 플랫폼으로 CF연합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윤 대통령의 제안 이후 국내에서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유엔총회 이후 한 달만에 후속 조치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회관에서 CF연합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된다. 앞서 지난 5월 출범한 ‘CFE포럼’은 논의기구 성격이었으나 법인으로 전환해 향후 안정적인 활동 기반과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 CF연합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CF연합은 이달 말까지 법인 설립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출범식을 개최한 뒤 국내외 기업, 국제기구 등과 협력체계 구축, 제도 개선과제 발굴과 표준화, 국가 간 기후 격차 해소 등 본격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이 조직이 세계적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전 의장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또 한국이 주도하는 탄소 중립 실천 동맹인 CF연합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 LG화학, 한화솔루션, LS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GS에너지, 고려아연, 한국전력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대한상의 등 14개 기업‧기관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참여 기업을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무탄소에너지 확산이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CF연합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은 RE100이라는 탄소중립 실천 연합을 주도하며 주요 글로벌 기업들에 가입을 권해왔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면서 태양광·풍력발전 환경이 열악한 한국 같은 나라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CF연합은 무탄소에너지로 100% 전력을 공급한다는 캠페인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RE100과는 차이가 있다. 근본적으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지만 CF100은 무탄소에너지를 목표로 하는 만큼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국제적으로 원전은 재생에너지에 포함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이외 수소(H₂), 원자력발전,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 이산화탄소(CO₂) 포집·활용·저장(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등 전기 생산과정에서 직접적인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을 모두 탄소중립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CFE 사용을 통해 실천 가능한 탄소중립 기준을 만들고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이번에 함께한 기업들은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CF연합 결성에 발 벗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9%로 부족한데다 탄소 다배출 산업인 철강이나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해 있어 탄소 배출량을 단기간 내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RE100 대신 CF100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비용 부분에서의 부담이 가장 크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미 EU(유럽연합)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유럽으로 수출을 하는 기업들에게 RE100의 조건 충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RE100 조건 충족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과하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른 탄소 관세 부과도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결국 RE100을 대신해 CF100으로 새로운 프레임을 형성해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이회성 CF연합 회장(앞줄 왼쪽 일곱번째) 및 참석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창립총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이회성 CF연합 회장(앞줄 왼쪽 일곱번째) 및 참석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창립총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미 CF연합은 국내에서 적극적인 행보가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글로벌 동의가 없는 상태로 외교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CF연합이 글로벌 고객사나 투자사의 합류를 이끌어낼 지는 미지수다.

관건은 외국 정부·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CFE 국제 기준과 관련한 제도 마련이다. CFE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이행 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우리 기업에 효용 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포괄적인 이니셔티브로 자리잡은 RE100에 비해 CF연합은 원자력발전 중심의 정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데다 자칫 RE100 대열에서 이탈한 국가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안방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달 말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여하는 현판식이 개최될 것이다”며 “오는 11월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2월 12일까지 열릴 예정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참가국들과 CF연합 관련 논의를 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RE100은 EU를 중심으로 무역장벽으로 활용되고 있어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 관세가 부과되는 것 같은 효과가 있어 왔다”며 “향후 CF100으로 프레임이 전환돼 한국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플랫폼이 대세가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절감되고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CF연합의 결성은 환영할 일이지만 국내에서만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어 불안정성이 존재한다”며 “자칫 국내용 프레임으로만 끝날 수 있으며 정권이 바뀌게 되면 CF100의 논의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방향으로 탄소중립 프레임을 구축해 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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