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5년 동안 5대 은행 영업점 651곳 사라져
평균 150개 안팎 폐쇄…금융취약계층 불편 ‘나 몰라라’

2018년 이후 올해 7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폐쇄한 지점이 651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이후 올해 7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폐쇄한 지점이 651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은행 영업점이 최근 5년간 600곳 넘게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이 비대면 영업 활성화 및 효율적 비용절감 차원에서 영업점을 폐쇄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 및 지역거주자 등은 소외되고 있다. 영업점을 없애는 동안 최대치의 영업이익을 올린 은행들에게 실질적인 상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근 몇 년 간 주변의 은행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13일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폐쇄된 지점이 651개에 달한다.

은행별로 봤을 때 가장 많은 영업점을 폐쇄한 곳은 하나은행으로 160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이어 국민은행이 159개로 2위인데 국민은행은 올해에만 55개 지점을 폐쇄했다. 우리은행은 152개, 신한은행 141개, 농협은행 39개 순이다.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150곳 안팎의 영업점을 폐쇄한 셈이다. 

은행들이 영업점을 폐쇄한 이유는 간단하다.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용 고객이 적거나 인접한 거리에 자사 영업점이 몰려 있거나 투입 비용 대비 수익구조가 현격히 좋지 않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영업점을 폐쇄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대면 영업 비중이 커졌고, 영업점 폐쇄에도 속도가 붙은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이유로 은행들이 사라지면서 고객의 불편이 가중됐다. 서울시내나 웬만한 도심지가 아니면 도보로 은행을 찾아갈 수 있는 지역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영업점을 찾아 대면 업무를 봐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이 커졌고, 지역 고객들도 은행의 지방 영업점 통합 및 폐쇄 정책으로 선택지가 줄었다. 

그중에서도 영업점 폐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고령층이다. 스마트폰 이용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대면 업무 및 직원 도움이 필요한 고령층의 경우 이동성까지 떨어질 시 영업점 이용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디지털 접촉이 어려운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바일뱅킹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송금 및 환전 혜택, 예·적금 우대금리 혜택조차도 받지 못하는 금융취약계층이 적지 않다.

특히 은행들은 영업점을 폐쇄하는 이유 중 하나로 비용 절감을 꼽고 있다.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임대비, 인건비 등 비용을 줄여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더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은행들의 영업점 폐쇄가 유독 많았던 2021년과 2022년 모든 은행이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2021년 3조5000억원, 2022년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신한은행 2021년 3조2000억원→2022년 3조7000억원, 하나은행 3조3000억원→ 4조1000억원, 우리은행 2조8000억원→3조4000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농협은행 역시 2조5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또 은행 직원 1인당 벌어들인 돈도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도 영업점 폐쇄에 따른 효율이 주요 이유로 작용한다. 5대 은행이 발간한 상반기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충전이익)은 평균 1억8440만원으로 1년전보다 25.2% 뛰었다. 은행중에선 하나은행이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이 2억19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농협은행이 1억8800만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 기준), KB국민은행 1억7900만원, 신한은행 1억7700만원, 우리은행 1억5900만원 순으로 모든 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별 직원감축정책으로 직원수가 감소했고, 영업점 수 또한 줄어드는 등 영업점 효율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점 폐쇄 수가 가장 많았고, 2021~2022년 직원 1인당 수익도 가장 많았던 하나은행 사례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2021년 직원 1명당 충전이익이 2억1900만원이었던 하나은행은 2022년 3억 6000만원을 기록하며 1인당 생산성 최고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반기도 상반기와 비슷한 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충전이익은 4억원이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에 금융당국이 나서 지난 5월부터 은행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에 있다.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기 전 점포 이용고객의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고, 점포를 폐쇄할 때도 비슷한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대체점포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 또 점포 폐쇄 현황에 대한 공시·비교공시를 하도록 했으며, 외부전문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금융권 노동조합 및 사회단체 등은 이같은 방안이 실효성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의 경우 "외부전문가의 선임 기준, 평가 신뢰 등에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외부전문가 1인을 더 선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대체점포 우선 마련의 경우도 2020년 금융위가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내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 1회 공시에서 분기별 공시로 관련 공시가 확대됐지만 유의미한 영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폐쇄 전 홈페이지 공시 등을 통해 고객에 알렸고, 연간으로 폐쇄 계획을 잡고 있기 때문에 공시 횟수에 따라 은행이 영업점 폐쇄를 하지 않는 등의 큰 변화는 없다"면서 "최근 점포 폐쇄가 줄어든 점 역시 은행권 전체가 몇년간의 점포 폐쇄를 통해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은행들의 영업점 폐쇄가 금융권이 앞장서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들은 ESG 활동 취지에서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영업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대체할 특화점포나 공동점포, 이동점포 등이 등장하고는 있으나 그 수가 현저히 적고 업무가 제한돼 있는 등 일반 영업점 폐쇄에 따른 전반적인 고충들을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역시 형식적 감독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은행 영업점 폐쇄를 막겠다며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는데 그 안에는 대체점포 운영 여부를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인정해 은행 스스로 점포 폐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민간기업으로서 이익구조를 위해 한 결정 때문에 금융취약계층의 어려움과 고객 피해가 발생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은행의 의무가 아닌 사회공헌으로 쳐주겠다는 것은 은행의 영업점 폐쇄를 지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은행 영업점 폐쇄가 국감 때마다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은행 영업점 폐쇄 후 소비자 불편 및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금융접근성 확보 노력을 구체화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