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60~80% 진행된 시점서 공사현황 확인 후 분양
중견·중소건설사 재무 리스크 확대…주택공급 차질 우려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서는 후분양이 제도화 혹은 보편화되면 건설업계 경영난과 주택공급난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지역 아파트 모습. 사진=박현군 기자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서는 후분양이 제도화 혹은 보편화되면 건설업계 경영난과 주택공급난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지역 아파트 모습. 사진=박현군 기자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LH 사태 이후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부각되면서 후분양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후분양은 아파트 공정률이 60~80% 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아파트 공사현황 등을 확인한 후 분양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골조공사를 비롯한 주요 공사과정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LH 사태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난 철근 누락,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 여부, 조망권, 녹지면적 등을 계약 전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 후분양에 나선 매물의 청약 경쟁율은 ‘호반 써밋 고덕신도시 3차’ 82.3 대 1, ‘둔촌 현대 수린나’ 36.9 대 1, ‘더비치 푸르지오 써밋’ 22.3 대 1을 기록하며 부동산 불황과 미분양 위험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내년에도 후분양 단지가 예정돼 있다. 2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호), 3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신용 더리버’(1647호), 4월 DL이앤씨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999호), 6월 DL이앤씨 ‘동탄레이크파크자연&e편한세상’(1227호), 9월 대우건설 ‘왕길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1500호), 동부건설 ‘용인 센트레빌 그리니에’(171호), 11월 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베르몬트로 광명’(3344호) 등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와 금융업계는 후분양이 국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주택 건설,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융, 분양 등에 대한 모든 제도, 관행, 소비자 패턴 등이 모두 선분양에 맞춰졌다”며 “후분양을 제도적으로 보편화하려면 PF 금융체계, 건설 관련 정책 등을 모두 바꿔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 및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불고 있는 후분양에 대한 관심은 LH 사태 이후 건설업계에 대한 불신의 결과”라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불신은 건설사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만 순살자이 사태 이후 무량판 전수조사 등을 거치면서 마치 건설업계 자체가 부실과 비리의 온상처럼 몰리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후분양 제도화는 주택공급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이 제도화, 보편화되면 중소형사들은 대형 아파트 건설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고, 현대·대우·DL이앤씨 등 대형사들도 여러곳의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분양은 시행사가 분양대금 유입 없이 오롯이 자신의 신용과 자금력만으로 준공을 마쳐야 하고 시공사도 PF 연대보증과 책임준공 원칙 등으로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게 된다. 

현재 국내 건설·부동산업계 중 재무적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후분양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곳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주택시장 퇴출로 이어지고 이는 건설업계의 경영환경 악화와 한국 건설의 역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업계의 주택 건설 역량을 사실상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와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후분양제도로 예상되는 이같은 문제점을 없애려면 현재의 제도와 PF 금융체제 등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가계대출 증가율, 주택 관련 대출과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 증가 등의 상황을 보면 금융업계도 급격한 제도 변화를 수용하기 버거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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