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사고·내부통제·가계부채 등 굵직한 이슈에도 증인명단 ‘텅’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 명단서 빠져…준법감시인만 출석

국정감사 증인출석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명단에서 모두 빠졌다. 사진은 지난 8월 이화여대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국정감사 증인출석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명단에서 모두 빠졌다. 사진은 지난 8월 이화여대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회장님도 행장님도 다 빠졌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증인명단 얘기다. 올해는 갖은 금융 사건·사고가 잦았고, 가계대출 문제 등 금융 관련 이슈가 유독 많은 상황이지만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물론이고, 회장을 대신해 출석하던 은행장들까지 명단에서 빠지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국감에 출석을 요청할 금융권 인사 13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이 명단에는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 5대 시중은행과 올해 금융 관련 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등 7개 은행의 준법감시인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5일 공개된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에서도 금융지주나 시중은행권 인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위 국감 일반증인으로는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 마크 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 황국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국감은 유독 화려한 증인 명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으며, 인기가 높은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남태현씨까지 증인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금융권은 다르다. 뜨거웠던 금융권 이슈들이 올해 국감장에는 반영되지 않는 모양새다. 경제 내관으로 부상한 가계부채 문제는 물론이고, 수천억원대 횡령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오랜 기간 금융권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내부통제 문제가 대두된 만큼 올해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매년 국감 시기 해외출장을 가는 일정이 있지만 증인 명단에 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시장 및 대중의 시선과 국회는 온도차를 보였다. 4일 돌았던 국감 금융 관련 증인 명단에는 합의가능한 인사 중 여야 공통으로 꼽은 인사 중 지주사에선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국민의힘이 신청한 증인에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차기 회장 내정자) 등 2명이었다. 

그나마 27일 진행될 종합감사 때 추가협상을 할 인사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정도였다. 금융위 및 금감원 국감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이에 따라 봐주기 논란이 불거져 나온다. 정책적으로 논의돼야 할 중요한 사안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 회장은 물론이고, 이들을 대신하던 은행장까지 쏙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종합감사 때 증인으로 신청할 수도 있는 명단에 금융지주 회장들이 몰린 것은 이들의 일정 때문이기는 하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매년 국감 때마다 겹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왔다. 올해 역시 지주사 회장들 모두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이미 출국해 연차총회 이전 유럽 등지에서 현지 투자자들과 만나는 등 금융 세일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렇듯 사전에 잡힌 일정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들의 증인 신청은 종합감사로 미뤄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간 이들을 대신해오던 은행장들까지 쏙 빠진 것을 두고는 말들이 많다. 업계 내에서조차 올해 불거진 일련의 금융사고나 내부통제 이슈들이 금융권 경영진 책임이 아닌 것이라고 인증해준 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관업무 관계자들은 일부 금융지주 회장만 증인 명단에 올라오는 상황을 가장 꺼려하며 은행장 선에서 마무리를 바랐는데 은행장도 이름을 올리지 않아 한시름 놨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고금리로 인해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약탈적 금융에 대한 비판이 주요 이슈였던 당시 은행장들은 금융지주 회장을 대신해 줄줄이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올해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120억원대 부당이득 사건을 비롯해 경남은행의 3000억원 횡령사건, 대구은행의 고객미동의 계좌 불법 개설 등 더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고, 가계부채 및 고금리 상황도 더욱 심각한데 사고가 발생한 금융사 CEO인 빈대인 BNK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물론이고 예경탁 경남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등 은행장들조차 증인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해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BNK경남·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이 오는 17일 금감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에 그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 국회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활약했다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대관조직은 CR(Corporate Relation) 또는 대외협력팀으로 불리는데 이 대관팀이 한해 동안 얼마나 열심히 움직였는가에 따라 국회 증인이나 참고인 명단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불러야 할 사안이 있는 CEO인데 국감 증인 명단에 있는지 없는지, 최종 출석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모두 대관팀 역량에 달렸다"며 "증인 명단에 없다는 건 그만큼 대관팀이 일을 잘했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 대관팀이 대활약했다며 국회의원들의 봐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백혜련 정무위원장조차이 지난 4일 전체회의에서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지금 가장 큰 이슈인데, 관련 증인은 현재 다 빠져있는 상태"라며 "종합국감 때 간사들이 다시 증인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한 만큼 27일 종합감사 때 금융지주 회장들이 국회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이 줄줄이 빠지면서 금융권 국감 이슈는 증권가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국감에 증권가에서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가 금감원 증인으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가 금융위 증인으로 확정됐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고,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올해 5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 주식으로 바꾼 이화전기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손실을 회피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메리츠증권 대표가 증인으로 나서는 날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 연대 대표도 참고인으로 나서는 만큼 이화전기 이슈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의 '꺾기' 관행으로 금융위 국감장에 서게 된다. '꺾기'란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다른 상품에 대한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PF 대출 과정에서 시행사에 무리한 담보를 요구하는 등 '갑질' 의혹과 관련한 질의응답이 오갈 것으로 예측된다.

국감이 여야 정쟁의 장이기도 한 만큼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을 둘러싼 대립 사이에 미래에셋증권이 설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이 있기 직전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인사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밝혔다. 당사자로 지목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환매를 권유하면서 가입자 모두가 환매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에 투자금을 돌려준 배경과 환매를 권유한 근거 등에 대한 질의 및 여야 대립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증인이나 참고인은 확정된 바 없지만 종합감사에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증인이나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금감원 국감일에 미래에셋증권이 논란의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농후하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