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그동안 범용 제품(Commodity)으로 인식돼 왔던 메모리 반도체를 고객별 차별화된(Customized) 스페셜티(Specialty) 제품으로 혁신해 가겠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창립 40주년을 맞은 10일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고객 만족이다.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인공지능의 학습 범위가 확장되고,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에 요구하는 스펙이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과거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객 만족 중심으로 방식을 바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사장은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된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밝힌 뒤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페셜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된 메모리가 SK하이닉스의 기회이자 성장 원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내년 양산을 앞둔 HBM3E 이후에는 초기 단계부터 AI 사업을 하는 고객과 긴밀한 협업 속에 메모리 스펙을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제적 대응으로 업계의 선도적 지위를 이어가자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세계 최고 사양 HBM3E도 개발하면서 AI 메모리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청사진은 ‘이·청·용(이천·청주·용인) 시대’로 대변된다. 기존 이천, 청주 사업장과 함께 2027년 용인 클러스터 첫 번째 팹이 가동에 들어가면 세 지역을 삼각축으로 지역별 생산 최적화 체제를 갖추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여 가겠다는 게 곽 사장의 구상이다. 곽 사장은 “삼각축이 완성되면 SK하이닉스는 이·청·용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메카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래 기술은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양자 컴퓨팅)’을 주목했다. 곽 사장은 향후 메모리와 CPU, 시스템 반도체 간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적인 융합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하에 “메모리 자체에 연산 기능을 넣는 IM(Processing-In-Memory) 같은 제품들이 고도화되면서 향후 퀀텀 컴퓨팅 쪽으로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얼마나 성숙하게 리드해갈 수 있는지가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곽 사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넷제로와 RE100 등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며 거버넌스 체계를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40년 역사를 가능하게 해준 구성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회사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주니어 구성원들에게 “요즘 세대는 일하는 방식이 매우 합리적이고, 자기 능력의 150% 그 이상을 발휘할 준비가 돼있다”며 “듬직한 후배들이 있어 앞으로의 40년이 밝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곽 사장은 “우리 모두가 원팀, 원컴퍼니로 최고가 돼왔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을 선도하며 존경받는 회사, 1등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고 강조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한편, 곽 사장과 함께 한 창립 40주년 대담에는 세대별로 상징성을 가지는 구성원 3명이 참여했다. 회사에 30년 이상 근속하면서 올해 ‘SK하이닉스 1호 마스터’에 오른 마경수 기성(제조/기술 소속), 1983년 10월 회사 창립과 함께 태어난 손애리 TL(D램개발 소속), 2023년 신입사원 임서현 TL(낸드개발 소속)이 선정됐다. 

곽 사장은 이들과 회사의 변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 회사가 어렵던 시절에 우리 구성원들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러한 주인의식이 지금 와서 보면 SKMS가 얘기하는 VWBE와 상통하는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VWBE는 SKMS에 담긴 SK그룹의 경영철학 중 하나로, 자발적(Voluntarily)이고 의욕적(Willingly)인 두뇌 활용(Brain Engagement)을 말한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