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원재료 철광석 가격 급등에 후판 가격 인상 요구
조선업계, 수익성 개선 위해 후판 가격 올릴 수 없다는 입장
양측 팽팽히 맞서 협상 난항…상반기 이어 하반기도 장기화 전망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최근 국제 철광석 가격이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들썩이면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하반기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을 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후판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측 업계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협상 장기화가 점쳐진다.

5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9월 4주차 철광석의 광물가격은 t(톤)당 117.91달러(15만9296.41원)를 기록했다. 이는 약 한 달 전인 지난 8월 11일 기준 t당 103.89달러(14만355.39원) 대비 14달러(1만8914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이미 지난 9월 15일 t당 122.95달러(16만6166.93원)를 기록하며 4월 초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미국의 고금리 지속 전망에 따른 달러화 강세 및 중국의 수요둔화로 하방 압력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을 협상하는데, 업계 1위인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이 협상을 완료하면 나머지 철강업체와 조선업체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후판 가격 협상을 두고 난항을 겪은데 이어 하반기에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도 조선사와 철강사의 가격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서 통상 3~4월 매듭짓는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1개월가량 지연된 바 있다.

냉연제품. 사진=현대제철
냉연제품. 사진=현대제철

후판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철강업계의 가장 큰 원인은 원가 상승이다. 철광석의 광물가격 상승으로 제품 제작 단가가 올랐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동기간 철광석을 녹일 때 쓰이는 유연탄 가격 역시 t당 91.01달러(12만2954.51원)를 기록하며 최근 3개월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나타나 원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더해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까지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이 1월 kWh(kilowatt-hour·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 5월 kWh당 8원 인상이 이뤄지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업계의 부담이 증가했다. 

철강업계는 통상적으로 전기료가 1㎾h당 1원 인상되면 연간 원가부담은 200억원 증가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최근 김동철 신임 한국전력 사장이 “이번(4분기)에 전기요금(kWh당)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전기료 인상이 현실화 되면 원가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조선용 후판은 선박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해 선박 제작에서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인 만큼 후판 가격이 오를수록 조선사의 수익성이 감소되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후판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이로 인해 값싼 철강의 수입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협상은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달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조정을 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다양한 대내외 이슈가 겹치면서 양측이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팽팽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후판 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 업계에서는 명분 싸움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을 천천히 진행시킴으로써 글로벌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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