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길어지는 상황, 빚 점점 늘어나는 추세
자영업자·서민대출 질 떨어져, 경제 악화 우려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서민대출 상황이 어렵고 질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서민대출 상황이 어렵고 질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고금리가 장기화될 조짐인 가운데 각계각층의 빚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규제에 나서자 대출의 질이 떨어지고 서민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높은 부채 증가율이 자칫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평균 6조원으로 집계됐다. 매달 증가폭도 커졌다. 3일 자본시장연구원 및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827조 7617억원으로 한 달만에 7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3~4월에 월 2조원대였던 주담대 증가액은 5월 4조2000억원에 이어 6~7월에는 5조~6조원대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간 늘어난 주담대는 월평균 6조원대다. 이는 전 정부의 월평균 증가액보다 5000억원 더 많은 수치다.

가계대출 잔액은 8월 1075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7%이며,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소득 대비 이자지출 비율 역시 2분기에 5.7%까지 상승했다.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빚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대출 부실은 경제 악화를 앞당길 수도 있는 위험신호로 읽힌다. 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기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대출잔액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동안 연속해서 1000조원을 넘어섰고, 1분기 1033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만에 9조5000억원이나 늘어났다. 

특히 같은 기간 연채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조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 규모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다. 이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소득별로 나눴을 때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 중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1.2%)도 7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저소득층은 1분기 1.6%에서 2분기 1.8%로 0.2%p 올랐고,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2.2%로 3개월 만에 0.4%p 더 증가했는데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이 줄지 않고 더 늘어나는 추세라는 건 우려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저소득·중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2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불어났으며,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도 같은 기간 187조2000억원에서 200조 9000억원으로 13조7000억원 급증했다.

자영업자대출의 부실 조짐은 2금융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분기 기준 은행권 연체율이 0.04%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37%p나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비은행권에서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2.52%), 저축은행(6.42%),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97%)의 2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0.30%p, 1.25%p, 0.17%p씩 높아졌고, 이중 저축은행 연체율은 6년 9개월만에 최고치다.

대출을 한곳에서만 받지 않고 여러곳에서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도 어느때보다 크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을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를 '다중채무자'로 보고 조사했는데 2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1분기보다 9%나 늘어난 74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자영업대출의 71.3% 수준이다.

자영업자대출 상황이 크게 늘었고 연체율도 높아졌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6월 20일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대출 상황이 크게 늘었고 연체율도 높아졌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6월 20일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수치상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에서 고금리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질 분위기인데다 경기 회복 가능성이 불확실하기에 자영업자들의 부실 대출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 역시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취약 차주와 비은행권 등의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자영업자대출의 전반적인 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대출자)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 전환(단기 일시상환→장기 분할상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자영업자대출이 늘고 질도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서민대출 역시 순탄치만은 않다. 고금리 상황 속에서 서민대출은 더욱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됐다. 금융 불균형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소득자 중심으로 대출 영업이 이뤄지고 있고, 고금리로 인해 중저신용자 연체는 확대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주담대다. 금융당국은 부채 폭증을 막고자 대출시장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했다. DSR 규제 하에서 대출자들은 소득 증가 없이 대출 확대를 할 수가 없다. 이 와중에 시장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르고 있다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주담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결국 고소득자 중심으로 주담대가 증가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안정상황점검' 자료를 발표하며 "주요국 긴축기조 지속, 국내외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소득자들 위주의 대출 확대 상황이라 해도 고금리 장기화와 맞물리면 자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고금리에 다른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 확대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급전이 필요해 2금융권으로 몰리는 상황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비롯한 카드사 대출은 대표적인 서민급전창구로 꼽히는데 연 15%에 이르는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카드사 연체율이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7월말부터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5조3982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금서비스, 리볼빙도 마찬가지다. 이미 저신용자들이 대출하기 쉽지 않은 업권이 많아 다른 업권에서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유입되면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민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지만 카드사를 비롯한 2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과 정부 역시 빚더미를 등에 지고 있는 실정이다. 6월 말 기준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4.1%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하다. 외환위기 때는 113.6%,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99.6%였다. 나랏빚도 현재 1200조원에 달하는데, 2027년 즈음엔 1400조원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악화일로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부동산 폭락을 예상하거나 IMF(국제통화기금)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금리 상황 속에서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자칫 빚에 떠밀려 경제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여론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IMF도 한국에 경고를 했을 정도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불어난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 민간 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IMF는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마친 뒤 "높은 민간 부채를 점진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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