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30대 이하 금융채무 불이행자 수가 지난 6월 말 기준 23만1000여명에 달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 77만7000명 가운데 30%에 가까운 수치이나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잔여 대출 원금은 3200여만원으로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금액이 커서가 아니라 소득이 없기에 이들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된 것이란 의미이다. 또 다른 보도에 의하면 취업준비생이 꼽은 최악의 명절 잔소리는 변함없이 '취업'과 '연애·결혼' 관련 내용이라고 한다. 특히 '○○는 대기업에 입사해서 연봉이 5000만원이 넘는다더라'와 같은 '타인과 비교'가 15.9%의 응답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청년기는 소위 인생의 황금기라 불리는 시기이다. 청년기인 20대는 오랫동안 약속과 잠재력의 시기로 여겨져 왔으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시기는 세상이 도전하기에 무르익은 것처럼 보이는 시기로, 청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운명을 형성하기 위한 탐색에 열성적으로 착수한다. 현실이라는 캔버스에 꿈이 그려지고 그 어느 때보다 기회가 더 크게 다가오는 시대이다. 그래서 D. Levinson은 청년들의 주요 발달과제는 "꿈을 형성하고 성인 생활을 위한 첫 인생 구조를 설계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청년의 삶이 참으로 힘들어졌다. 그 어느 시기보다 가혹한 실업난을 겪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사다리는 어느새 하나둘씩 제거되고 있다.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가 지난 2020년 6월 발표한 '2019년 64개 대기업 집단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분석'에 의하면 2020년 국내 64개 대기업이 2019년 올린 매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4.3% 수준이라고 한다. 당시 64개 그룹에 속한 계열사는 모두 2284곳이다. 이들이 올린 전체 매출액은 국내 명목 GDP 1919조원의 84.3%에 달하는 수준이다. 64개 대기업의 전체 순이익 중 34%를 삼성이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이 감당하고 있는 고용은 11%밖에 안 된다. 64개 그룹 직원 수는 158만명으로 국내 전체 고용 인원 1386만명(2019년 12월 고용보험 가입 기준)의 11% 수준인 것이다. 64개 대기업 그룹에 속하지 않는 기업이 고용의 약 90%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엔 자영업자들의 고용은 빠져있다. 자영업까지 포함하면 실제 대기업 집단의 고용 영향력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GDP의 16%를 중소기업, 자영업 등등이 나눠 갖는 것이다. 임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청년들은 이러한 일자리에 생계를 의존할 수가 없다.

20대는 항상 전환기였지만 오늘날의 젊은 성인들은 불안한 각종 위험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변화하는 문화적 규범으로 인해 이들이 헤쳐나가야 할 환경이 바뀌었다. 많은 사람에게 집을 사거나 가족 구성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성인기의 목표가 늦춰지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20대는 역설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청년에게 독립을 기대하지만 정작 부모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경력에서 탁월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엄청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다양한 옵션을 탐색할 수 있는 자유만 있을 뿐 희망을 꿈꾸고 무언가를 시도할 동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역설은 우리 경제구조의 문제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고등 인력을 감당할 여지가 없는데 한국 사회는 청년들에게 고등 교육을 받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정부는 교육 예산의 80%를 초중고에 올인하며 고등 교육을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교수들 월급까지 모든 것을 등록금에서 해결하라고 한다. 등록금은 많을 수밖에 없으며 청년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수천만원의 채무를 진 채 사회에 첫발을 디뎌야 한다. 이러한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필요성과 의미 있는 고용을 추구하는 것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는 불완전 고용 또는 실업 상태에 몰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청년들에게 휴강 사유가 있으면 끝까지 보강을 받으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청년들의 취업엔 관심이 없다. 경제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배출되는 고등 인력은 사회를 겉돌다 그나마 운이 닿으면 외국으로 살길을 찾아 나갈 뿐이다. 경기 침체에, 심지어 전염병으로 인해 전통적인 직업 궤도가 붕괴하면서 글로벌 금융 환경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20대는 더는 꿈을 꿀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E. Erikson은 청년기를 "정체감 위기"라고 하였는데 지금의 청년은 총체적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 과거 고용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급여도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 수 있었던 중소기업을 제대로 관리 육성해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나친 정쟁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왜곡 확대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20대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여야 한다. 이제라도 20대의 고통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여 A. Allport가 청년기를 "자기에 대한 새로운 탐색기"라고 했듯이, 가능성 속에 자신을 탐색하고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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