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추진 상생금융에 금융권 1조원 투입…금융당국 압박에 ‘상생 아닌 정치’ 쓴소리 

금융감독원 주도하에 추진된 상생금융으로 소비자가 받게 될 혜택이 총 1조1479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열린 '상생금융 확대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주도하에 추진된 상생금융으로 소비자가 받게 될 혜택이 총 1조1479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열린 '상생금융 확대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당국 주도 하에 상생금융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아졌다. 상생금융으로 소비자가 받게 될 혜택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이면엔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고, 이로 인해 금융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가계 및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원리금 상환 부담 경감 등 상생금융으로 소비자가 받게 될 혜택이 총 1조1479억원에 달한다고 24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은행권이 9524억원, 여신전문금융권 1955억원 등 규모로 관련 대출 및 예금 등 취급금액 기준으로는 63조 9000억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지난 8월말까지 집행된 실적만도 4700억원 규모이며, 혜택을 본 소비자 수도 은행권 기준 17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취약 차주 및 소상공인에 금리 인하, 만기 연장 등을 통해 금융부담을 경감시키고 사업 초기 자금난을 해소해 주는 등 기여했다. 이를 통해 8월 말까지 소비자에게 돌아간 혜택은 약 4387억원 수준으로 은행권의 목표 기대효과인 9524억원의 46.1%다. 가계 일반 차주의 지원 효과는 2050억원 규모였으며, 취약 차주 지원 효과는 697억원,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효과는 1262억원 수준이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고령자 관련 등 기타 지원 효과도 378억원으로 나타났다.

여신전문업권도 상황이 어려운 차주들에게 채무상환 및 저금리 신규 대출 지원을 통해 긴급 자금난 해소 지원에 나섰다. 여전업권의 이자감면 등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은 8월 말까지 313억원으로 집행률은 16%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보험업권은 출산 준비 가정, 청년, 취약계층 어린이 등을 보호·지원하는 3개의 상생 보험상품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원금상환지원, 채무감면 등을 비롯해 대출지원 및 경영컨설팅, 저소득층 전용 보험상품 개발 등 다양한 상생금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확대 노력은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줌으로써 국민과 금융권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차주 연체와 부실 예방을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효과 외에 장기적으로 고객기반을 넓혀 금융회사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생금융 방안이 조기에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는 한편 상생금융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 인프라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자가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소비자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상생금융 우수사례 선정을 꼽을 수 있다. 금감원은 제2회 상생 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해 8개 상품을 우수사례로 선정해 발표했다. 다양한 회사들의 상품 25개 중 선정된 상품은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는 온라인 가맹점의 결제대금을 무료로 조기정산(배송시작 다음날, 결제 후 약 3일)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올라인몰 판매대금 빠른 정산' 서비스를 비롯해 자사대출 연체자를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환대출을 제공하고 저소득층의 카드론 금리인하(4%포인트) 등을 제공하는 우리카드의 '상생론', 개인사업자가 비대면 보증서 대출 실행시 보증료의 50%를 지원하는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보증서 대출' 등이 주요상품으로 선정됐다. 

이어 KB국민은행 '온국민 건강적금 골든라이프', 하나은행 '비대면 신용대출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우리은행 '서민금융 성실상환고객 원금 1% 지원', 한화생명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삼성생명 '상생금융 대출안심보험' 등도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금감원은 이들 선정 상품을 금감원 홈페이지에 선정일로부터 1년간 상품명·회사명을 게시할 계획이며, 금융권의 상생 분위기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수상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1호 지원책 출시 기념식(위) 및 7월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상생금융 프로젝트 발표 행사. 사진=각 사 제공
지난 6월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1호 지원책 출시 기념식(위) 및 7월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상생금융 프로젝트 발표 행사. 사진=각 사 제공

금감원은 꾸준히 상생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올해 초부터 부지런히 금융사에 발을 딛었고, 이 발걸음은 은행을 시작으로 카드사와 보험사로 확대되고 있다. 그 덕에 다양한 상생금융안과 적지 않은 금액들이 투입되고 있으며 금감원은 그 폭을 더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 측은 상생금융 현황과 함께 이같은 상생금융이 고객기반을 넓히는 효과로 금융회사의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생금융을 위한 과한 압박은 금융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 원장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그가 직접 방문한 금융사만 10곳이 넘는다. 각종 공식석상에서도 상생금융에 대해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도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3월 24일), "은행, 보험사뿐만 아니라 카드사, 금융투자(증권)사 등 다른 업권에서도 다양한 상생금융 상품 개발에 노력해달라"(6월 29일), "이미 발표된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7월 17일) 등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 강도가 더해지는 발언들을 내놨다. 

일각에서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원장은 한화생명의 상생금융 동참 당일 "여력이 없거나 포트폴리오상 (상생금융을 내놓는 것이)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요하거나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도 "여력이 있거나 적절한 회사는 무조건 상생금융방안을 내놔야 하는 거냐"는 반발이 뒤따랐다.

이 원장의 적극적인 행보와 추진력에 은행 뿐 아니라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까지 상생금융에 동참하면서 취약계층을 비롯한 사회 전반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닿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내수산업이자 규제산업의 특성을 안고 있는 금융업으로서는 이런 의무가 수반된다. 하지만 압박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시장경제에서 금융사의 자율적 상생금융이 이뤄지기보다 '팔 비틀기'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의 행보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이 원장이 워낙 적극적으로 상생금융을 외쳐온 까닭이다. 이 원장의 총선 출마설은 지난 3월부터 흘러나왔다. 당시 그가 서울 서초구를 떠나 영등포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자 이 원장은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 19일에는 국민의힘이 이 원장을 서울 영등포을 혹은 강남 지역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출마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직자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에 사직하면 된다.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 10일 기준으로는 90일 전인 1월 11일까지 사직하면 출마가 가능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이 원장 본인의 총선 출마가 아니더라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표심을 잡기 위해 금융권을 향한 압박 수위는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과도한 상생금융 압박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권 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발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당국의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 실적이 대체로 좋은 상황이지만 최근의 상생금융안들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상생금융을 이끌어내는 가운데 정작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잘 팔고 있는 대출상품을 규제하고, 고금리 상황에서 예금유치 경쟁을 벌이면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건 아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양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도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2일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어디까지인'라는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을 개최하고 줄세우기식 사회공헌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통합적 사회공헌모델을 지향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정부의 상생금융을 통한 사회공헌 강요는 상생도, 금융도, 시장도 아닌 정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도 "은행의 사회공헌 지출은 중요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영업이익 대비 금액을 강조하며 줄을 세우는 형태로 지출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단기 땜질식 사회공헌을 유도해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포럼의 발제를 맡은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금산분리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금융개혁의 프레임이 최근 상생금융으로 전환된 모습이다. 이는 정부 주도의 강요된 사회공헌과 기업시민주의"라면서 "금융의 사회공헌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선 정부가 관치에서 벗어나 제도적 후원·지원 역할에 집중해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조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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