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원발 시중은행 윤리 관련 비판 자료 쏟아져
은행들, 수시로 윤리 교육 시행하지만 실효성 부문 의문

최근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내놓은 금융권 관련 자료 대부분은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등 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내놓은 금융권 관련 자료 대부분은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등 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여의도에서 경고장이 날아들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연일 은행권 내부통제와 관련한 비판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상반기 여러 은행서 불거진 횡령 및 배임사고에 대한 통계를 비롯해 성범죄, 금융질서 문란 등 윤리 문제, 심지어 은행별 사기이용계좌 건수까지 은행들의 관리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은행들과 금융당국 노력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22일부터 25일 사이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아 집계한 자료들은 모두 금융사들의 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우선 25일 정무위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은 횡령사고 뿐 아니라 배임사고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배임을 저지른 임직원 수는 총 84명이며 배임액은 1013억8000만원에 이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26억2550만원(5명), 2018년 171억7860만원(28명), 2019년 264억980만원(6명), 2020년 16억8120만원(27명), 2021년 217억9640만원(6명), 2022년 209억5000만원(8명)이었다. 올해는 7월까지 4명이 배임사고를 쳐 액수가 벌써 107억4200만원에 이른다.

올해 배임액이 100억원대를 기록한 건 롯데카드 사건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협력업체에 지급된 105억원 가운데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렸다가 금감원 검사를 받았다. 

롯데카드 배임건이 액수가 크지만 비중은 은행이 압도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임금액 업권별 비중을 살펴보면 은행이 426억 8650만원으로 42.1%를 차지했고 보험사 262억4100만원(25.9%), 증권사 215억6910만원(21.3%), 카드사 108억8700만원(10.7%) 등으로 나타났다.

환수조치도 미흡했다. 같은 기간 환수액은 376억1280만원으로 전체 배임액 대비 37.1% 수준에 그쳤다. 상반기 내내 횡령사고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은행이 배임으로도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면서 내부통제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은행권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표를 또다른 의원도 내놨다. 지난 2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중은행 윤리강령 위반 자료 분석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은행 직원들의 윤리의식은 문제가 심각해보인다. 지난 2016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7년여 간 11개 주요 은행 임직원들의 사내 윤리강령 위반은 총 286건에 달한다. 2020년 61건, 2021년 50건, 2022년 42건으로 줄어드는 양상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동안만 23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내 윤리강령 위반 유형은 횡령·배임처럼 고객과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금전 사고'를 비롯해 금전적 손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고객과의 사적 금융거래를 한다거나 알선수재, 금품 수수, 위법 대출 등 '금융 질서 문란 행위'도 포함된다. 또 동료 폭언·폭력, 성희롱·성추행, 근무지 무단이탈 등도 있다.

사내 윤리강령 위반 건수는 KB국민은행이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신한은행 47건, 하나은행·부산은행 36건, NH농협은행 35건, 우리은행 29건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윤리강령 위반 사례 10건 중 4건이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116건)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회식 중 신체를 접촉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경우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신한은행이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 29건, NH농협은행 22건 등이었다. 계속되는 성비위 사건에 KB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이후 성희롱 위반 징계 강화 조치를 시행하며 징계 수위를 상향한 바 있고, 신한은행 역시 직원 윤리 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범죄는 은행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인재개발원 소속 차장 A씨가 여성인 같은 부서 과장 B씨를 성추행한 사실을 적발하고 중징계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언어적 성희롱 및 성추행을 한 차장급 프라이빗 뱅커(PB) 사건에 정직 3개월을 처분한 SC제일은행의 경우 회사의 소극적 대처로 결국 피해자가 퇴사하면서 이미지 실추는 물론 여론의 빈축을 샀다.

금융 질서 문란에 대한 징계도 115건으로 각 은행에서 고루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 금전대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은행은 거래처는 물론이고 은행 내부 임직원 간 직간접적으로 금전 거래를 하거나 금전대차 알선, 지급보증을 하지 말도록 금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특히 금전 사고는 부산은행 9건, 대구은행 8건, 경남은행 4건 등 지방은행들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금융 질서 문란은 횡령 등 금전사고(28건)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로 은행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은행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사기이용계좌 건수로도 지적을 받고 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기이용계좌로 인한 지급 정지 건수는 1만7683건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366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카카오뱅크 3558건, 우리은행 2664건, 케이뱅크 2137건, 신한은행 2096건, 하나은행 1883건, 토스뱅크 1466건, SC제일은행 212건 순이었다. 

윤창현 의원은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 계좌가 범죄에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범죄에 활용되고 난 뒤에 뒤늦게 지급정지에 나서기보다는 계좌관리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 범죄 활용도를 낮추는 데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은행들이 적극적이고 촘촘하게 관리 감독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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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금융권 자료들을 보면 은행들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직원들의 윤리의식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연중 수시로 시행하는 윤리·준법 교육은 사실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윤리 교육은 수시로 이뤄진다. KB국민은행은 연 1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윤리·법규준수 사이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주 법규준수 자기점검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윤리강령을 살펴볼 수 있도록 사이버 연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매월 윤리·준법 자기점검을 하도록 한다.

하나은행도 매년 윤리 교육을 비롯해 분기별 자가 진단을 하고, 우리은행 역시 매월 온라인상에서 윤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자기 점검도 실시한다. 이외 대부분의 은행들은 윤리·준법 교육을 적게는 10시간에서 많게는 40시간까지 받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라 내부통제 관련 교육을 해야 하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많다. 내부 교육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마다 연간 최소 10시간 이상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업무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고 형식적인 것에 그치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가 많기도 하고 오프라인으로 대거 참석하는 교육을 실시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필수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윤리·준법 교육 외에도 들어야 하는 교육들이 많기도 하고 온라인 환경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져 영상에 집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각종 금전사고 및 윤리적 사고가 터질 때마다 '윤리교육 강화'를 대책으로 꼽고 있지만 정작 교육의 효과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의 전관예우식 감사 선임도 은행들의 윤리의식 구축이 미흡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대다수 은행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을 감사위원에 선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상임감사위원은 금융감독원 출신이 포진해있다.

취지는 은행 전반의 감사 업무 및 원활한 내부통제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정작 금융당국과 소통을 염두에 둔 전관예우식 선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감사위원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실효성 있는 직원 교육, 감사제도 개선 등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고 중 오랜 기간에 걸쳐 횡령이 이뤄진 사례들을 들며 금융당국 검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매년 금융사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면서도 거액의 횡령건 등에 대한 적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사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책무구조도를 기반으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법률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 11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0일 '은행권 핵심 업무 사고'와 관련해 "법령상 최고 책임을 묻겠다"며 "최대한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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