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금리 신호에 국내은행 금리도 상승세…자금확보 및 수신경쟁 따른 금리상승 여파도

은행들의 수신경쟁과 미국금리 영향 등으로 금리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의 수신경쟁과 미국금리 영향 등으로 금리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은행 금리가 꿈틀대고 있다. 은행권 수신경쟁으로 예금금리가 오르는 분위기인 가운데 미국발 금리 신호로 인해 슬금슬금 오르던 대출금리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는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그러나 긴축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는 '매파적' 신호를 보내면서 긴장감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국고채 2년물 금리는 연 5.19%까지 치솟으며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년물은 4.4%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국고채 금리는 국내 국고채 금리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실제 미국 국고채가 움직이자 국내 국채금리도 치솟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는 3년물 3.940%, 5년물 3.977%, 10년물 4.031%로 모두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 국고채가 국내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주면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금융채(무보증·AAA) 6월물 금리는 20일 기준 3.947%로 지난 1월 1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17~6.187%로 8월 1일 4.08~6.064%이었던 것에 비해 금리 구간 상·하단이 뛰어올랐고, 고정금리도 같은 기간 동안 상·하단 0.14·0.25%p 오르면서 3.90~6.09%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국내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행채 1년물 금리도 8개월 만에 연 4%로 올랐기에 초우량채인 은행채 금리 상승 폭이 커질 경우 채권시장의 혼란이 가속화될 수 있다.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또 있다. 은행들의 수신경쟁이다. 은행들은 최근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등에 대한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치며 외연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적극적인 영업으로 실적개선을 하겠다는 것인데, 은행이 대출자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출재원 마련을 위한 고금리 수신경쟁이 이뤄질 수 있고, 이같은 조달비용 증가는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50년만기 주담대를 막는 등 대출 억제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출 영역을 넓히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가계대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지난 7월 이후 50년 만기 주담대를 2조8000억원이나 취급했다. 이는 은행권 전체 규모의 33.7%를 차지한다. 

기업대출 규모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8월과 올해 8월말 기준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각각 687조4233억원, 747조4893억원으로 8.7%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강화 주문에 은행은 다른 활로를 찾아 방향을 틀어야 했고, 이에 따른 공격적 영업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7일 '기업금융명가 재건'을 내걸고 전략발표회를 통해 기업대출을 늘리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은행들의 이같은 경쟁은 자칫 수신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 은행들이 대출을 내주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무리하게 예금금리나 은행채 발행금리를 올리게 되면 여전채 및 회사채 금리에도 영향이 미치는 등 자금시장이 휘청일 수 있다. 이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는 다시 대출금리를 올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이미 수신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구도가 더해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후 자금조달을 위한 수신경쟁을 벌였고, 이로 인해 전 금융권이 연 5%이상 고금리 예금을 내놨다. 당시 정부가 압박하면서 금리는 내렸지만, 고금리로 예금을 들었던 이들의 만기가 9~11월 사이 집중적으로 도래한다. 줄줄이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들을 두고 금융권은 자금 유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 예금자들에게는 좋은 상황이지만 예금금리 인상은 결국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결국 고금리 예금 만기와 공격적인 영업 등에 따른 자금조달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이는 차주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우려한 듯 금융당국은 5대 은행에 과도한 자산 확대를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5대 은행 자금 담당 부행장들과 만나 "외연 확대 경쟁을 자제하라"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영업에 힘을 쏟고 있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경쟁적으로 자산을 확대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50년 만기 주담대를 집단대출 형태로 확대한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대신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요구한 '은행채 발행한도 확대' 및 '통합 LCR 규제 현행 유지' 등 자금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은행 금리가 들썩이는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론 사이에서는 "그동안 땜빵 처치만 한 댓가다" "금리 인상에 맞춘 정책을 펼쳤어야 했다" 등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결국 차주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미국 국고채 금리 상승이 국내 국고채 금리 및 금융채 금리, 은행 대출금리에 차례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자금 조달을 위한 은행들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어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 2분기 이후는 돼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차주들의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