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다각화 힘 쏟는 금융지주…롯데손해보험 인수전 주목
은행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비은행 계열 확장·키우기 주력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요즘 화두는 '비은행'이다. 그동안 은행을 중심으로 한 경영을 펼쳐왔다면 지금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비은행 계열 확장과 힘 키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자 장사’를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과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키우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 전략의 성패를 비은행이 가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로 지분 77%를 보유한 JKL파트너스가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작업에 나서면서다. 롯데손보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벌써부터 매각 예상가가 나돈다. 업계에서는 순자산과 보험계약마진(CSM) 등을 고려해 롯데손보 매각가를 2조7000억~3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높다보니 롯데손보를 인수할 곳으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가 떠올랐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지주사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KB금융지주와 경쟁을 벌여온 신한금융은 보유중인 신한EZ손해보험의 몸집을 좀 더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손보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손보에서 하위권에 속해 추가 인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손보 인수전에 금융지주가 거론되는 건 높은 몸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지주들이 그만큼 비은행의 확대를 원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금융지주들에게 비은행은 한때 부수적인 요소였지만 최근 들어 경영 중심으로 옮겨온 모양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은행만 잘 키우면 된다' '비은행을 무리하게 확장할 필요가 있나' 등 보수적 관점이 우세했다면 요즘은 비은행 활성화에 힘을 쏟는 형국이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너나할 것 없이 비은행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3월 신년사를 통해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헬스케어·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월 '신한경영포럼'에서 오는 2030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지난 3월 취임 이후 꾸준히 비은행 강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아예 비은행 출신 회장을 선임했다. 지난 8일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된 양종희 내정자는 비은행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특히 2014년 LIG손해보험 인수전을 주도했고, 이후 5년간 KB손해보험을 지주 내 핵심 계열사로 키운 주역이다. 양 내정자 선정 후 업계에서는 KB금융이 기존 은행 중심 경영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비은행 계열 확대 및 성장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실적 때문이다. 과거에는 은행 경영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비은행 계열이 지주 실적 순위를 바꿔놓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KB금융과 신한금융을 들 수 있다. KB금융은 2020·2021년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신한금융은 2018·2019·2022년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최근 두 금융지주는 비은행 실적에 따라 순위가 바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를 48%까지 끌어올렸지만 KB금융에 3700억원 뒤지며 1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신한금융은 대형손보사가 없다는 점이 KB금융과 비교된다. 소형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보는 지난해 1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진옥동 회장이 손보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 인수전에 신한금융이 가장 먼저 거론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진 회장은 지난 13일 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해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M&A를 통한 현지 시장 강화 방안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M&A 영역까지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리딩금융이 되고자 비은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우리금융은 꼴찌 탈출을 위해 비은행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국내 5대 금융지주사 중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는 유일한 지주사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NH농협금융에 4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두 지주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NH농협금융은 비은행 순이익이 72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늘었다. 반면 우리금융은 비은행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8.4% 감소하면서 농협금융에 밀리고 말았다.

물론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란 점,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인수에 성공한 점 등을 들어 임 회장 취임 후 빠른 인수·합병 추진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임 회장도 취임 당시부터 "증권사 인수 계획이 있고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적극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증권사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6월 LS그룹이 인수했고, 이후 이렇다 할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이 눈독을 들이는 보험사 인수도 우리금융은 한발 떨어져 있다. 임 회장이 "증권사 인수는 추진하겠지만 보험사와 카드사 인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롯데손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은행 강화가 늦어질수록 우리금융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지주들의 비은행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보험사,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추가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우리금융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자칫 경쟁 지주사들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계열사 키우기에 주력하면서 금융지주 순익 구조도 은행 중심, 이자 수익에서 비은행 실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들도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그룹 이익 기여도가 85%에 달하는 하나은행 중심 구조를 다른 계열사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보험업계로 보면 하나생명, 하나손보가 모두 하위권에 속하고 있어 보완이 절실하다.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인수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롯데손보 인수후보자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NH농협금융도 보험, 증권 등 계열사를 보유 중이지만 비은행 계열사 수익 비중이 낮은 만큼 수익 다각화가 더 면밀하게 이뤄져야 할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적극적인 수익 다각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무리한 M&A는 자칫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기업에게 '승자의 저주'만큼 뼈아픈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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