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업체 선정 강화…관할 지자체 지정 제도 논의
“설계·감리 사실상 시공사 종속 구조…언제든 순살 아파트 사태 재현”

부실 아파트 방지를 위해서는 설계, 감리, 구조기술 검증 등 엔지니어링 업계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실 아파트 방지를 위해서는 설계, 감리, 구조기술 검증 등 엔지니어링 업계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LH ‘순살 아파트’ 사태를 계기로 엔지니어링 업계의 위상 강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같은 시행 주체가 일반 측량·설계 등 엔지니어링 회사와 시공사뿐만 아니라 감리 및 구조 기술사와도 계약을 맺는 방안과 관할 지자체가 인허가 시 감리업체들을 지정하는 제도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개발은 시행 주체인 조합이 시공 담당 건설업체를 선정하면 나머지 설계, 감리, 구조안정 관리 업체 선정과 PF 유치 등 제반 업무를 사실상 시공업체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시공업체 주도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설계·감리 등의 구조가 무력화된 게 순살 아파트 부실시공을 막지 못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설계·감리 업체들도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몇개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개인기업 수준이어서 대형 시공사들의 철근 누락 등 문제를 깐깐하게 지적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엔지니어링업체의 업역 제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엔지니어링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설계·시공 간 업역 나눔, 건축디자인 설계와 구조설계 간 업역 장벽이 설계사들의 골조와 구조 이해를 가로 막아서 골조 공사 부실을 양산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설계 등에서 건축사의 공간 배치와 디자인 설계도에 대한 구조기술사의 안정성 검증과 검증 결과에 대한 건축사의 재검증 등 수차례 크로스 체크를 하도록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기술업계는 더 나아가 설계, 감리, 설계 검증, 시공 등을 모두 발주처인 조합이 개별로 계약하는 제도 확립을 주장하고 있다. 구조기술업계 관계자는 “구조기술 업무를 건축주와 개별적으로 계약하도록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간 아파트에서도 조합이 시공사 선정 전에 설계, 구조기술, 감리 업무를 별개로 계약하도록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합에서 래미안, 푸르지오, 더샵 등 아파트 브랜드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 시공사를 선정한 후 본계약을 체결해 관할 지자체에서 감리와 구조기술업체를 지정하거나 조합에 소개한다면 감리·구조 안전성 검증 업체의 시공사 종속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설계·측량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업체 관계자도 “우리나라의 시공 기술과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설계, 개발, 감리 등 엔지니어링 분야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건설 선진국으로 가려면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그 첫 걸음이 시공사 종속 현상을 방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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