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 한신 타이거스의 우승

한신 타이거스 우승. https://hanshintigers.jp/참조
한신 타이거스 우승. https://hanshintigers.jp/참조

[뉴스워치= 칼럼] 스포츠 영화를 보는 절대 재미는 꼴찌의 반란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한번은 일어나길 바라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기적. ‘다음에는 기필코’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너무 일찍 체득한 우리에게 그 기적을 실제로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꼴찌의 반란을 담은 스포츠 영화는 짜릿함을 넘어선 희망가입니다.

“에이, 저런 말도 안 되는”이라고 관객이 생각하지 않도록 스포츠 영화는 대체로 실화를 소재로 합니다. 2012년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실화를 그린 올해 5월 개봉한 <리바운드>(장항준 감독),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이야기를 각색해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 2011년 <글로브>(강우석 감독), 2009년 강원 지역의 만년 꼴찌팀 원주고 야구부의 가슴 뜨거운 다큐멘터리 <굿바이 홈런>(이정호 감독) 등 셀 수 없이 많은 스포츠 영화가 꼴찌들의 반란을 그렸습니다.

영화 <글로브>에서 "글러브(GLOVE)에서 G만 빼면 사랑(LOVE)"이라는 감독의 오글거리는 멘트처럼 잘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으니까 잘하길 바라는 겁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사카의 한신 타이거스(阪神タイガース)입니다. 지난 9월 14일 만년 꼴찌가 18년 만에 숙명의 라이벌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4대 3으로 꺾고 홈구장인 고시엔(甲子園)에서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팬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오사카의 중심지인 도톤보리에 무려 5200명이 몰려들었고, 한신 팬 문화에는 팀이 우승하면 도톤보리강에 자진 입수해 기쁨을 만끽하는 전통이 있어, 안전사고를 우려해 현장에 경찰이 1300명 배치되었음에도 일부 흥분한 팬들은 행복에 겨워 강물로 뛰어내리는 퍼포먼스를 즐겼습니다.

1935년 오사카 타이거스(大阪タイガース)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한신 타이거스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이어 2번째로 역사가 긴 구단임에도 80년 동안 리그 우승은 단 10회에 불과했습니다. 1947년 이후 한신 타이거스는 줄곧 팀 순위 6위, 꼴찌팀이 되기 일수였습니다. 한신 타이거스의 구단주는 한신전기철도(阪神電気鉄道)로 오사카와 코베를 잇는 지방 소도시의 작은 철도회사에 불과하지만 야구팀은 엄청난 팬덤을 지닌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회사는 고교야구 경기장으로 유명한 한신고시엔야구장(阪神甲子園球場)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이 야구장에 가려면 한신 전차를 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야말로 야구팀의 이미지가 회사 이미지를 만드는 그런 회사인 겁니다. 그래서 매해 결산 때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의 타이거스 효과는 어느 정도일 것 같습니까(ところで、今期のタイガース効果はいかほどでしたか?)”라는 질문을 받는데, 이는 타이거스의 성적·인기가 곧바로 철도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꼴찌를 해도 한신 타이거스 경기는 평균 관중 1위를 기록합니다. 오사카 사람들은 잘해서 응원하는 것이 아니고, 우승할 거라고 믿어서 응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잘되길 바라며 제발 1승만을 외칩니다. 져도 그다지 실망하지 않지만, 다음에는 기필코를 다짐하며 한신 타이거스 굿즈를 삽니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거의 자학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번 승리로 오사카의 경제 효과는 천억이 넘을 거라고 합니다.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노래 <너클볼 콤플렉스> 첫 소절에는 ‘꿈 없이 살 수도 있어. 꿈만 꾸며 살 수도 있어”라는 가사가 등장합니다. 꿈을 버리고 현실에만 순응하며 살아갈 수도, 그렇다고 꿈만 꾸며 살 수도 없는 우리 청춘들에게 역전만루홈런과 같은 이런 승리는 꿈이 얼마나 우리를 즐겁게 하는지를 실제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짜릿한 승리를 맛보기 위해 18년을 견뎠고 앞으로도 견디겠다고 생각하는 나의 한신 팬 친구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이화여자대학 졸업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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