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하반기 실적도 암울…고심 깊어진 CEO들 고군분투 이어져
KB 이창권·BC 최원석·롯데 조좌진·신한 문동권·우리 박완식·하나 이호성·삼성 김대환·현대 정태영 성적 분석

카드사 업황이 악화일로인 가운데 카드사 CEO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 업황이 악화일로인 가운데 카드사 CEO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조달환경 악화, 경기불안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상반기 힘겨운 고개를 넘어온 카드업계가 하반기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내실경영과 내부통제 등 리스크 관리에 힘쓰는 한편 수익성 제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점과 약점 모두 도드라진다.

카드업계가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 CEO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CEO들은 남은 4분기가 연임 여부를 가를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원석 비씨카드 사장(왼쪽부터),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사진=각 사
최원석 비씨카드 사장(왼쪽부터),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사진=각 사

■ 6개월 내 임기 만료…KB 이창권·BC 최원석·롯데 조좌진 사장

현시점으로부터 6개월 내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최원석 BC카드 사장 그리고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연말 임기만료 시점과 더불어 금융지주 회장 내정으로 세대 교체 가능성까지 더해져 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디지털화 및 프리미엄 상품 등으로 미래 성장 분야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난립하는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전략으로 내세운 국민카드 'KB Pay'는 지난 6월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월간활성 이용자 수도 7월 기준 7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종합금융플랫폼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러나 실적부분에선 아쉬움이 크다. 올해 상반기 국민카드 당기순이익은 1929억원으로 1년 전 2457억원보다 21.5% 감소했다. 카드 할부 및 리스 영역에서 이자이익이 확대됐지만 충당금 증가가 전체 실적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KB금융지주가 차기회장을 선출한 것도 이 사장 입지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양종희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최원석 BC카드 사장도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카드사 대부분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으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적자로 전환된 카드는 BC카드가 유일하다. BC카드 1분기 기준 순이익은 13억원 규모 적자다. 특히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09억원과 비교해 80.58% 감소하면서 업권 내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2분기에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실적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결제망 사업의 해외 확장, 자체 카드상품 강화 등은 최 사장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회원사 결제망을 주 사업으로 하는 만큼 강점을 살려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 지역 결제 네트워크(N2N)로 카드 결제망을 확대하고, 일본과 중국에 QR결제를 보급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진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와 함께 한 심플카드부터 블랙핑크카드, 시발카드 등 자체상품으로 고객 유인에도 힘썼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모기업인 KT 수장으로 취임한 김영섭 대표가 계열사,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구조조정 가능성은 없다고 했지만 김 대표의 실용주의 원칙 및 BC카드의 저조한 실적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배임 사고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2020년 3월 롯데카드 CEO로 취임한 조 사장은 '로카(LOCA) 시리즈'를 출시하며 판매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2020년 8월 출시된 로카 시리즈는 지난 4월 발급매수 300만장을 돌파했는데 이는 롯데카드 역대 출시 시리즈 상품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실적도 좋다. 우선 순이익이 증가했다. 조 사장 취임 전인 2019년 694억원이던 순이익은 2020년 983억원으로 뛰어오르며 42% 성장을 일궈냈다. 이후 2021년 2225억원, 2022년 2743억원, 올해 상반기 2060억원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자회사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매년 실적 호조를 일궈낸 셈이다.

최근 롯데카드 내에서 발생한 배임 사고가 조 사장의 연임 여부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이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부실한 제휴 계약으로 105억원을 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도록 한 업무상 배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배임 과정에서 롯데카드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롯데카드의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을 담은 확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카드 제휴서비스는 카드사 영업부서가 직접 운영 또는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내부 직원이 제휴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일괄해 위탁한 점 등은 내부통제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았다.  이러한 문제 제기가 조 사장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왼쪽부터),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사진=각 사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왼쪽부터),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사진=각 사 

■ 임기 여유 있지만...신한 문동권·우리 박완식·하나 이호성 사장
   
임기에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CEO들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적이 좋지 못해서다. 각기 남다른 전략을 내세워 성과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해 9개월차에 접어든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첫 내부출신 수장이다. 취임 당시부터 떠안은 과제는 '1위 수성'이었다. 업계 1위를 지키기는 했으나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1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2%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증가했지만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특히 업계 2위인 삼성카드와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갈길이 바쁘다. 

반면 데이터 사업 확장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부출신 첫 사장으로 취임한 후 직원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 동기부여 등 사기 진작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문 사장의 주력사업은 '데이터'다. 그는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pLay사업본부'를 '플랫폼Biz본부'로 개편해 플랫폼 사업 집중을 위한 총괄 역할을 수행하고 디지털과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지원을 위한 D&D(디지털&데이터)연구소를 신설했다. 또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10년 후 인구 및 회원 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경영전략 방향성을 세웠다.

데이터 경력을 내세워 몽골에 카드 빅데이터 컨설팅 수출, 아시아개발은행(ADB)에 해외금융기관 대상 데이터 판매 등 남다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손잡고 금융결제원, GS리테일, LG전자, SK브로드밴드, SK C&C, TG360, 누리플렉스 등과 협력을 확대해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데이터 전문성을 기반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취임한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은 독자 결제망 구축 등은 성과지만 역시 실적은 먹구름이다. 박 사장은 2021년 우리은행 영업총괄그룹 부행장보로 영업 전반을 관리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우리은행 개인·기관그룹장을 맡는 등 우리금융그룹의 신사업과 영업 전선에서 활약하며 영업통으로 통했고, 그런 만큼 우리카드를 살릴 CEO로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카드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7% 줄어 870억원에 그쳤다. 2분기에는 1분기 46억원보다 21.7% 감소한 36억원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 상승 영향이라는 것이 우리카드 측 설명이지만 타 카드사들에 비해서도 실적이 저조한 데다 박 사장 취임 후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박 사장이 강조했던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고 현실적인 도움을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고객패널 뉴(NU)-어드바이저 발대식'에서 이런 취지를 내비쳤는데 이후 우리카드는 T라이트 카드의 정석, olleh CEO 우리카드, 카드의정석 쿠키 체크카드 등 고객들 사이에서 '혜자카드'로 불리던 혜택 카드들을 없애며 실적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반면 독자 결제망 구축 완료 및 공식 가동,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신사업 경쟁력 강화 등 향후 전망이 기대되는 전략적 성과들이 눈에 띈다. 또 우리카드는 금융당국 정책 기조와 발을 맞춘 채무감면, 상생론 출시, 저소득층 대출금리 인하, 영세 중소상공인 이용대금 할인청구 등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으로 기업 이미지 및 소비자 신뢰도 제고 등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역시 실적 반등이 숙제다. 이 사장은 하나금융그룹 내 영업통으로 평가받은 만큼, 올해 초 취임 당시 하나카드의 부진한 수익성을 끌어올려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하나카드의 상반기 순익은 72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8% 하락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중 우리카드와 더불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순익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던 하나카드는 상반기 영업이익도 1570억원에서 951억원으로 39.4% 급감했다.

자산 건전성도 악화되면서 이 사장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하나카드의 2분기 연체율은 1.48%로 전년 동기 0.79% 대비 0.69%p 상승하며 국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중 수치와 상승폭이 가장 높았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여신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전년 동기 보다 0.60%p 상승한 1.19%를 기록했고, 손실흡수능력 지표인  NPL커버리지비율도 244.98%로 181.08%p 줄었다. 올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타깃으로 낙점됐다는 말이 나오면서 부실한 자산 건전성 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사장의 공격적인 영업 정책으로 2분기 좋은 실적을 낸 만큼 하반기 실적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분기 하나카드는 순이익 524억원으로 1분기보다 159.4% 뛰어오른 실적을 냈다. 특히 해외결제 시장점유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해외여행 특화 서비스 플랫폼인 트래블로그는 1년 만에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하며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또 하나카드 내부에서는 이 사장 취임 후 경영관리 및 인사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왼쪽)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각 사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왼쪽)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각 사

■ 실적은 좋지만...삼성 김대환 사장·현대 정태영 부회장

실적은 좋지만 경영면에서 전략적 보완이 필요한 CEO들도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우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독점을 통해 신규회원 유입 및 영업수익 증대라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고금리 상황 장기화에 따른 소비 절감, 애플페이 수수료 등 변수를 생각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야심작으로 내놓은 모던라이언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모던라이언은 현대카드가 20%, 현대카드 자회사인 블루월넛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첫해 3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상반기에도 6억원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모던라이언 적자로 현대카드가 입은 손실(지분법손익)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각각 1억1100만원과 2억7600만원이다.

2020년 3월 취임한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순이익과 연체율에서 선방하며 업계 1위 신한카드를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삼성카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이 8% 감소한 2906억원, 영업이익도 9.8% 감소한 3844억원을 기록했지만 카드업계 평균인 12.8%보다는 낮은 감소율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법인영업에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21년 12월 말 기준 삼성카드의 법인(신용)카드 사용가능 회원수는 4만4000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 4만2000명으로 줄었고, 지난 7월 3만9000명까지 떨어졌다. 매출 단위가 높은 법인고객을 잡아야 수익창출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은행을 연결고리로 선전하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데다 은행 계열이 없는 현대카드가 법인영업에서 선방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되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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